[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SH 갤러리는 일본 출신 현대미술가 테이지 하야마(Teiji Hayama)의 개인전 ‘Transition: 전환(轉換)의 시대’를 오는 4월 3일부터 2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사회에서 점점 흐려져가는 개인의 정체성과 감정의 변화를 탐구한 하야마의 새로운 회화 시리즈를 선보인다.
테이지 하야마는 1975년 일본에서 태어나 현재 스위스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런던의 Central Saint Martins에서 수학한 그는 뉴욕, 런던,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열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작품은 Jean Pigozzi, 카타르의 알타니 가문, 타이팅거 컬렉션, KAWS 등 유명 컬렉터들의 소장품으로 자리 잡았다.
끊임없이 연결된 디지털 시대 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하야마는 이 본질적 질문을 그의 독창적인 회화 언어로 풀어낸다.
작품 속 몽환적이고 유령 같은 인물들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기하학적으로 나뉜 블록들은 개인 정체성의 파편화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며, 소셜 미디어 피로감으로 인해 해체되는 인물의 모습은 현대인의 내적 긴장과 소외감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과거 특정 시대를 연상시키는 색감과 오래된 텔레비전 화면처럼 왜곡된 질감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하야마의 작품은 치밀한 리서치와 직관적인 탐구에서 출발한다. 그는 방대한 이미지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상화의 구도를 잡으며 형태와 균형을 조율한다. 구성 작업이 충분히 정리되면, 그는 본격적인 유화 작업에 돌입한다. 붓으로 색과 질감을 쌓아 올리며 화면에 깊이와 생명력을 더하는 이 과정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된 그의 독특한 제작 방식을 잘 보여준다. 이는 현대인의 삶이 디지털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는 그의 작업 철학과 맞닿아 있다.
하야마는 “우리는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방향으로 끌려다니면서 개인의 정체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진정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Transition: 전환(轉換)의 시대’는 우리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진정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디지털 시대의 초상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의 불안과 집착, 그리고 소외의 기록이다.
오프닝 리셉션은 4월 3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며, 작가와의 영상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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