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기억 - 아트 디렉터 김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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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의 기억 - 아트 디렉터 김호림

싱글 플러스 2025-03-28 13:00:00 신고

습작의 기억 - 아트 디렉터 김호림

예술가는 완성된 작품으로 평가받지만 정작 예술가를 완성시키는 건 수십 번 고쳐 쓴 습작이다. 뭐든 새롭게 시작하기 좋은 3월,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막막한 이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줄 만한 동시대 창작자들의 습작을 엮었다. 걸작보다 값지고 눈부신 미완의 작업물.

라이프스타일, 습작, 아트 디렉터, 김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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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현 <하루마다 끝도 없이> 뮤직비디오 미니어처 병원신 스케치.


특성화 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스카우트> 라는 경연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했고, 졸업 직후 패션 브랜드 오아이오아이의 아트디렉터를 거쳐, 현재 시각 예술 스튜디오 BLUEFAST를 이끌고 있죠. 새로운 도전에 과감히 뛰어드는 이런 행보는 자기확신 없이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요?
스스로 확신을 가지기도 했지만, 주변인들의 피드백으로부터 받은 확신이 더 컸어요. 저는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또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습을 캐릭터화하고 싶었거든요. 개인 작업이나 뮤직비디오, 또 브랜드 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 안의 것들을 표현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아트 디렉터, 그중에서도 세트 디자인을 주로 하고 있어요. 이 직업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이에요?
기획에 맞게 요소들을 제작하고, 전반적인 비주얼을 구현해낸다는 점이 좋았어요. 저는 막연히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거든요? 내 상상 속에만 있던 것을 눈앞에 존재하게 한다는 게 매력적이었고, 스스로가 쓸모 있는 느낌도 들고요.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기도 하고. ‘잘한다’ ‘잘했다’ 이런 칭찬을 듣고 싶어서 더 열심히 일했던 것도 있어요.



그런 피드백을 위해 습작을 공개하는 걸까요? 사실 습작을 공개하기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는데, 김호림 디렉터의 습작은 인스타그램에 전시돼 있더라고요.
그걸 어떻게 보셨어요? 언급하시니 조금 부끄럽긴 한데, 적어도 한 달에 한 개 정도 내 취향을 마음껏 반영한 개인 작업을 하자고 스스로에게 내준 과제가 있어요. 개인 작업 외에도 해내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끝까지 완성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점점 우선순위가 밀려서 일 년에 세 개 완성하는 정도에 그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일종의 극약처방이랄까요? 남들에게 선언하면 그래도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잖아요. 그런 점을 노린 거죠. 그렇게 발표되는 습작들은 어찌 됐든 보여지기 위한 습작이다 보니 더 공을 들이게 되는 점은 분명히 있어요. 그런 과정에서 모호했던 생각이 뚜렷한 비주얼이 되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저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고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김호림 디렉터에게 습작은 매우 중요할 것 같아요.
맞아요. 순간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스마트폰 메모장을 켜요. 지하철 출근길에서도 마음이 급한 탓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한시라도 빨리 눈앞에 그려보고 싶거든요. 요즘 스마트폰 기능이 좋아져서 아이디어 표현에 꽤 유용해요. 그렇게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옮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죠. 그래서 습작을 끊임없이 그리는 것 같아요. 또 다양한 것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섞여서 덩어리처럼 불어나거든요. 그게 습작을 통해 다듬어지는 것 같아요. 뭉툭했던 덩어리에서 차차 좋은 아이디어의 윤곽을 갖춰가는 거죠.


라이프스타일, 습작, 아트 디렉터, 김호림
김호림 아트 디렉터의 개인 작업, 호림 My Exhibiton 스케치.


아트 디렉터로 꽤 많은 작업을 진행했어요. 기억에 남는 작업을 꼽자면요?
다 애착이 가는 작업이지만, 아트 디렉터로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마음 한편에 공간을 크게 활용한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물이나 불 등 자연적인 요소를 활용한 작업도 하고 싶고요. 최근에 규현 님의 <하루마다 끝도 없이> 뮤직비디오 작업을 했는데, 제가 평소에 추구하는 스타일과 닮은 점이 많아서 정말 개인 작업하듯 마음껏 저의 꿈을 펼쳤어요.(웃음) 전반적인 분위기가 일상과 비일상이 섞인 느낌이었고,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과도 맞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정말 장단이 잘 맞는다는 게 이런 걸까 하면서 행복하게 임했어요.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경우엔 물리적인 촬영 시간이 길기 때문에 세트가 다른 촬영에 비해 오래 유지됐어요. 그래서 즐거웠나?(웃음) 또 한 장면에선 저희가 만든 방을 전부 비워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벽지도 뜯어내면서 즉흥적으로 그림을 만들어냈어요. 제 손이 닿을 때마다 변화가 바로 나타나니 거기에서 오는 짜릿함도 있더라고요. 또 불을 활용한 장면도 있고요. 물론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가 좋아서 다 괜찮았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에 메모장에 작업한 습작은 무엇이에요?
좀 뜬금없긴 한데 신발 밑창에 관심이 생겼어요. 왜 관심이 생겼을까 고민해보니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신발 밑창과 남들이 모르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는 저희 아트 팀의 일이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느꼈어요. 부단히 그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려고 노력하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것을 개인작업을 통해 조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꾸준히 개인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도 있을까요?
제 개인 계정과 저희 스튜디오 계정을 비교해서 보시면 단번에 알아차리실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틀을 깨서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이런 작업은 자주 할 수 없으니, 이런 저의 색을 잃지 않으려고 개인 작업에 공을 들이는 거죠. 또 어떤 점에선 ‘대중적으로 보여지는 것도 저의 색이고, 개인 작업에서 보여지는 과감한 것도 저의 색입니다’ 하면서 저를 소개하는 수단이기도 하고요. 개인 작업에 대한 습작도 제 인스타에 올라가 있으니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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