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세넷의 초기 대표작 '계급의 숨은 상처' 국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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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세넷의 초기 대표작 '계급의 숨은 상처' 국내 출간

뉴스플릭스 2025-03-28 10:5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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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세넷 ‘계급의 숨은 상처’ 표지
이미지 = 리처드 세넷 ‘계급의 숨은 상처’ 표지

[뉴스플릭스] 김민수 기자 =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도시 및 노동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리처드 세넷의 초기 대표작 『계급의 숨은 상처』가 문예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출간됐다. 이 책은 세넷이 젊은 시절 사회학자 조너선 코브와 공동 집필한 작품으로, 지난 2023년에는 영국 진보 지식 담론의 중심인 버소(Verso) 출판사에서 새로운 서문과 함께 재출간되며 다시금 조명을 받았다.

계급의 본질은 경제가 아닌 감정의 층위에서 드러난다

1970년대 초, 보스턴 지역에서 노동 계층에 속한 100여 가구를 직접 인터뷰하고 참여 관찰을 수행한 세넷과 코브는 당시 진보 지식인의 관점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그들은 좌파 담론이 노동자들을 오직 물질적 조건에 의해 정의하는 데 그쳤으며, 노동자들의 삶과 언어는 훨씬 더 복합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자립과 자율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의 가치관은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홀로서지 못한 자'라는 낙인을 각인시키며 정서적 상처를 남긴다. 단순한 경제적 안정만으로는 이러한 고통을 치유할 수 없으며, 계급은 물질을 넘어 자존감과 정체성의 문제로 확장된다고 강조한다.

‘능력’의 신화가 만든 내면의 분열

책은 노동 계급이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을 증명하려는 압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능력’이라는 기준을 내면화한 채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때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스스로를 의심한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존엄성’은 성취로 입증되어야 하는 조건부 가치로 변질되고, 이는 노동자 개개인의 자아 분열을 초래한다고 분석한다.

세넷과 코브는 이러한 구조가 개인의 자율성을 오히려 억압하며, 직장에서의 합리성을 따르기 위해 인간적 감정을 억누르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결국 노동자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자아와 진정한 자아 사이에서 괴리를 겪으며, 계급 구조에 대한 성찰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지금, 새로운 존엄성의 기준이 필요한 이유

계몽주의적 이상은 모든 인간이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러한 믿음이 ‘실현하지 못한 가능성’에 대한 죄책감으로 이어지고, 오히려 개인의 존엄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들은 능력에 따른 인간 가치의 서열화를 철폐하고, 존엄성의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급의 숨은 상처』는 출간된 지 5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개인의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이 책은 또 다른 사회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귀중한 자극이 된다. 젊은 시절 세넷이 벼려낸 이 통찰력은, 오늘날 더욱 복잡해진 계급의 문제를 마주하는 이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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