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몰트계의 귀족 글렌모렌지가 시그너처 제품인 글렌모렌지 디 오리지널의 숙성 연수를 10년에서 12년으로 올렸다. 여러 브랜드의 시그너처 제품 연수는 모두 다르고 계속 바뀐다. 예를 들면 라프로익, 탈리스커, 부시밀을 생각하면 엔트리로 10년이 떠오르고, 발베니, 라가불린 등을 생각하면 (이제는) 12년이 떠오른다. 흥미로운 건 얼마 전까지 시그너처의 연수를 내리는 추세였다는 점이다. 한창 싱글 몰트 위스키 붐이 불면서 원액이 부족했던 몇몇 브랜드들은 슬쩍 시그너처 위스키의 연수를 낮췄다. 16년을 시그너처로 밀다가 12년으로 낮춘 모 브랜드가 생각난다. 내리는 걸 탓할 순 없다. 위스키 시장의 공급은 숙성 중인 원액의 양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급하게 조절하기가 힘들고, 한 번 올린 연수를 다시 내리는 건 마케팅적인 위험도가 높기 때문이다. 글렌모렌지가 최저 숙성 연수를 올린 게 용감한 도전이다.
글렌모렌지 디 오리지널 12년 가격 미정.
글렌모렌지의 위스키 크리에이션 디렉터 빌 럼스덴 박사에 따르면 디 오리지널의 맛과 향은 더욱 풍부해졌다. “최근 저와 제 팀은 우리의 대표 익스프레션인 디 오리지널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릴 수 없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디 오리지널 12년입니다! 더욱 부드럽고 크리미하며 훨씬 복합적이에요. 오렌지, 바닐라, 복숭아, 꿀 등 우리 시그너처 위스키의 클래식한 노트가 더욱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럼스덴 박사의 말이다. 글렌모렌지의 ‘디 오리지널’이 새 단장을 한다고 밝혔을 때, 바뀌지 말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던 건 이 아름다운 오렌지 빛깔의 컬러 팔레트였다. 글렌모렌지 특유의 매트한 질감의 오렌지 빛깔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그대로 맛과 향으로 이어지기 때문. 그러니까 위스키 시음을 안 해본 사람이라도 글렌모렌지의 병을 보고 마셔보면 “오렌지, 레몬, 라임 등 시트러스 계열의 껍질 향이 난다”고 말하기 마련이다. 허니 서클, 감초, 말린 자두 그리고 농도가 짙지 않은 가벼운 벌꿀의 상큼한 달콤함이 혀를 기분 좋게 간질인다. 글렌모렌지 특유의 정제된 느낌도 여전하다. 글렌모렌지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길고 얇은 스완넥 형태의 증류기를 사용해 숙성 전의 화이트 스피릿을 뽑아낸다. 알코올 속의 무거운 물질들은 이 긴 목을 통과하다 환류해 다시 스틸룸으로 떨어진다. 이런 완벽한 깔끔함은 역시 글렌모렌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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