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던 여러 국가들이 점점 그 효과를 재검토하고 있다. 학습 능력 저하, 신체적·정신적 불편함 등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디지털 교육 방식에서 다시 전통적인 종이 교과서로 복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북유럽의 교육 선진국 핀란드는 1990년대부터 디지털 기술을 교육에 도입해왔다. 특히, 2000년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PISA)에서 핀란드 학생들은 독해 부문 1위를 기록하며 교육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2006년부터 수학과 과학 응용 능력이 PISA 평가에 포함되었고, 핀란드는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하며 교육 모델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22년 평가에서는 핀란드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독해, 수학, 과학 순위가 각각 14위, 20위, 9위로 떨어지며 디지털 교육 방식에 대한 반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핀란드의 리시마이키는 교육 디지털화를 선도한 도시 중 하나였다. 10여 년 전부터 중학생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고 디지털 교재를 광범위하게 활용해왔다. 하지만 2023년부터 외국어 및 수학 수업에서 종이 교과서로 회귀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인 에이미 이소탈로는 "컴퓨터로 교과서를 읽다 보면 집중이 어렵지만, 종이 교과서는 이해를 깊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환영했다.
리시마이키 교육국의 알리 라우스발라 국장은 "디지털 교육이 확산되면서 학생들의 주의력이 저하되고 산만해지는 문제가 두드러졌다"며 "과도한 디지털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말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도 70%의 학부모와 80%의 교사가 종이 교과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는 가을부터 물리·화학 수업도 종이 교재로 진행될 예정이다.
핀란드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도 디지털 교육 방식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3년부터 초등학생에게 디지털 단말기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자기기가 성장 단계에 있는 어린이들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디지털 교육이 학습 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지만, 부작용도 점차 부각되면서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교육 방식과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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