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 고지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이유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탄핵심판이 금주 중 선고되려면 늦어도 19일에 선고일을 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으나, 19일에도 헌법재판소 측에선 별다른 공지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고는 다음 주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의 경우, 선고기일 최소 3일 전에는 선고기일 사전통지가 이루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2004년 4월 30일 최종 변론을 마치고 2주 뒤인 5월 14일에 선고가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2월 27일 변론 종결, 11일 뒤인 3월 10일에 선고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의 변론이 종결된지 3주 차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재판관들은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사상 최장기간 평의를 이어가고 있다.
왜 늦어지나?
헌법재판소 전 공보관 노희범 변호사는 BBC 코리아에 두 가지 요인으로 선고기일 고지가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노 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 탄핵심판 과정에서 각 측이 주장한 법정 주장 및 쟁점들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설득력 있게, 국민들이 모두 수긍할 수 있게 결정문을 작성하고 다듬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쟁점은 크게 다섯 가지인 비상계엄 선포, 군경을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포고령 1호 발령, 군대를 동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 및 법조인 체포 시도로 추려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탄핵 쟁점은 크게 3가지로 꼽혔다. 일명 '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안과 세월호 참사 당시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언론의 자유 침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이보다도 간단한 '정치중립 의무 위반'이 주된 쟁점이었다.
노 변호사는 또 "다른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건의 탄핵 사건과 권한쟁의 사건이 동시에 접수되면서 진행됐기 때문에 재판관들과 연구관들의 모든 역량을 대통령 탄핵 사건 하나에 집중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윤 대통령과 함께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결과도 늦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함께 선고될 것이란 추측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도 있다. 박 법무부 장관의 변론은 18일 1회만에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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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 논의 중?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이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 '만장일치'를 만들기 위해 조율 중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는 "8대 0, 만장일치로 가는 것이 헌법재판관에게는 가장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을 하다 보면 보충 의견, 소수 의견은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만장일치를 만들기 위해 평의를 이어간다는 겁니다."
심판의 결정에서 '전원일치', '만장일치'는 주문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그 결정에 이르게 된 이유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 의견을 보충 의견, 혹은 별개 의견이라고 일컫는다.
보충 의견은 다수 법정 의견에 다른 이유도 추가할 때를 말한다. 별개 의견의 경우 결정에 대해선 다수와 동의하지만 다수와는 다른 이유에서 그 결정에 도달했을 때를 의미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서도 별개 의견이 있었다. 전원일치로 탄핵이 인용되긴 했지만, 재판관들 중 달리 생각하는 의견은 결정문에 반영됐다.
이처럼 결정문에 서로 다른 보충 의견이나 별개 의견 등 소수 의견은 반영하되 결국 주문에 대한 결론은 인용, 기각, 각하 중 하나로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 중이란 설명이다.
박 교수는 "만장일치가 됐을 때 헌법 수호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법적 안정성, 내지는 구체적 타당성이라면 헌법재판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 수호입니다."
"헌법의 가치, 이런 것들이 가장 최종적으로 강조되는 거죠. 예를 들어, 8명 중 6명 정도가 탄핵을 인용한다는 의견이면 더 토론을 거쳐 만장일치로 만들어서, 한국의 헌법을 군더더기 없이 해석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겁니다."
노희범 변호사도 "대통령 탄핵 사건은 정치적 견해나 국민들의 정치적 지지층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나눠지는 사안이기 때문에 헌재 결정에 따라 국론 분열이 있을 수 있다"며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그는 "헌재 재판관들 입장에서는 결정에 있어 국민 통합과 사회 평화를 기할 목적으로 가급적이면 전원 일치의 의견을 내고자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유독 대통령을 지지하는 층과 반대하는 층 사이의 극심한 갈등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재판관들은 결정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의도 하에 전원일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일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 결론은 모아졌고 결정문을 다듬는 과정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박상철 교수는 "헌재 결정문이 박근혜 대통령 건은 89페이지, 노무현 대통령 건은 61페이지였는데 윤 대통령은 더 두꺼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소추안 다섯 건 하나하나에 이유서를 붙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재판관들의 소수 의견을 붙이는 과정도 치밀하게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탄핵 소추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해 양측이 모두 수긍할 수 있도록 결정문을 자세히 작성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법조계가 문제 삼는 탄핵심판 증인신문 방식, 재판관 일부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 등을 모두 고려해 최대한 '논란 없는' 결정문이 나올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헌재는 선고일을 정하면 국회와 윤 대통령 양측에 통지하게 되며, 이후 선고일까지 재판관들은 결정문을 최종적으로 다듬는다.
헌재가 당일 혹은 선고 바로 전날 선고일을 고지할 가능성은 매우 적으므로, 20일이나 21일에 선고일을 발표하면 다음 주에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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