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만 잡혔는데... 딴 지역서도 많이 잡힐 거라고 정부가 장담한 물고기

제주서만 잡혔는데... 딴 지역서도 많이 잡힐 거라고 정부가 장담한 물고기

위키트리 2025-03-14 15:0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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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동가리 / '맛있겠다 Yummy' 유튜브 영상 캡처
한국의 바닷속이 변신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올라가며 한반도 바다가 아열대화함에 따라 어류의 서식지가 뒤바뀌고 있다. 오징어는 북쪽으로 올라가고 참다랑어는 제주를 넘어 동해로 진출하고 있다. 이 변화는 먹이망과 어장을 재편하며 식탁 위 생선까지 흔든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런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며 변화하는 바닷속 식재료 지도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연구에 뛰어들었다. 14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아열대화 영향 기후변화축 해양생태계 먹이망 구조 연구'를 발주했다. 이 연구는 우리 바다에서 식재료로 활용되는 어류의 먹이 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어장 지도가 어떤 식으로 바뀌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걸 목표로 한다.

수과원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식재료 어류의 서식지와 산란장이 이동하고 연근해 주요 수산자원에 심각한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연근해가 아열대화로 접어들며 식재료로 쓰이는 수산자원의 전반적인 변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전 해역의 변동 특성을 파악하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주요 식재료가 북상하고 아열대 종이 유입돼 먹이망 변동과 영향을 평가할 수치적이고 가시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수과원은 연근해 바닷물을 직접 채취해 그 속에 있는 해양생물 유전자를 분석한다. 어떤 어류가 해당 해역에서 식재료로 잡히는지, 그 어류가 어떤 먹이를 섭취했는지 조사해 변화하는 먹이망과 식재료 변동 정도를 알아낼 계획이다. 수과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연구를 시작해 앞으로 5년 동안 식재료 어장 지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50년간 한반도 어장 지도는 크게 바뀌었다. 식재료 어종이 전체적으로 북상하고 제주와 동해에서 아열대 식재료가 출현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구체적으로 동해 남부에서 주로 잡히던 오징어는 서해와 동해 북부로 어장을 옮겼다. 남해에서 잡히던 멸치는 서해와 동해 전역으로 퍼졌다. 한류성 식재료인 도루묵은 동해에서 더 북쪽으로 이동했고, 삼치는 남해와 동중국해에서 연근해와 서해로 어장을 넓혔다. 특히 아열대 대표 식재료인 태평양 참다랑어는 제주를 넘어 동해로 진출하며 어장을 확대하고 있다. 참다랑어 어란과 어린 물고기가 2021년 제주 남부 해역과 독도 주변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2023년에는 제주 남부와 동해 남부까지 광범위하게 출현했다.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참다랑어는 표층에서 40m 사이에 주로 분포하며, 최대 80m 깊이에서도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울릉도와 독도 생물다양성 특성 연구' 보고서도 지난해 "수온 상승으로 식재료 어종 구성이 변하고 열대·아열대성 식재료 유입이 늘고 있다"며 "동해 해수온이 올라가며 식재료 분포와 이동 변화가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호박돔 / '우리바다 해양생물O동영상 도감'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보고서는 호박돔, 아홉동가리, 독가시치, 금줄촉수, 잿방어 등을 우리나라 해역에 출현하면서 현재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거나 향후 이용 가능성이 있는 아열대 어종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주도 수산시장에서 이들 물고기가 활발하게 유통 및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개체수 기준으로는 독가시치, 황놀래기, 아홉동가리가 많았고, 생체량 기준으로는 호박돔, 가시복, 잿방어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호박돔은 2020년에 81.1kg, 아홉동가리는 2021년에 35.7kg으로 최대 어획량을 기록했다.

호박돔은 60cm 이상까지 자라는 중형 어류다. 횟감보다는 익혀 먹어야 맛있는 물고기로 알려졌다. 제주도에선 호박돔으로 곰국을 끓이듯이 푹 고아 먹거나 튀김이나 탕수육을 해서 파는 곳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홉동가리는 몸에 아홉 개의 검은색 띠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비교적 작은 크기의 어종이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자랑하며, 구이나 조림으로 많이 먹는다. 주로 얕은 수심의 산호초나 암초 지대에 서식하며, 해조류나 작은 무척추동물을 먹고 살아간다.

독가시치는 화려한 색상과 독특한 가시를 가진 어종이다. 몸 전체에 뾰족한 가시가 돋아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횟감이나 구이로 먹으면 담백하고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주로 얕은 수심의 암초 지대에 서식한다. 해조류나 작은 갑각류를 먹고 살아간다.

독가시치 / '맛있겠다 Yummy' 유튜브 영상 캡처

밝은 노란색 몸통이 특징인 황놀래기는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식재료다. 주로 얕은 수심의 암초 지대에 서식하는데, 작은 갑각류나 갯지렁이 등을 먹고 살아간다.

황놀래기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수온 상승은 식재료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6년간 연근해 표층 수온이 1.44℃ 올랐다. 이는 전 세계 평균(0.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2023년에는 평균 수온이 18.09℃로 평년보다 0.97℃ 높았고, 고수온 특보가 9월 22일까지 이어졌다. 이런 변화는 식재료 어류의 분포를 바꿀 뿐 아니라 먹이망에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살오징어는 2000년대 이후 동해에서 분포 밀도가 낮아졌지만, 서해에서는 밀도가 높아졌다. 삼치는 2010년대 후반부터 서해로 어장이 북상하며 확장됐다. 2050년대 시나리오에 따르면, 삼치는 동해에서 연중 출현 확률이 늘고, 서해에서는 여름과 겨울에 증가하며, 남해에서는 7~8월을 빼고 감소할 전망이다. 방어는 봄에 제주와 동해 남부에서 줄고, 가을·겨울에 동해에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열대 식재료의 증가는 더 두드러진다. 제주 연안 정치망에서 아열대 어종 출현 비율은 29.4%로 가장 높았고, 동해 13.2%, 남해 12.6% 순이었다. 제주 남부 신흥 지역에서는 삼중자망과 통발 조사 결과 평균 출현 비율이 53.5%에 달했다. 수온과 아열대 식재료의 종수, 개체수, 생체량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수온이 오를수록 이들 식재료의 출현 빈도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식탁에 오르는 생선의 종류를 바꾸고 있다. 과거 주력 식재료였던 고등어, 멸치, 살오징어는 어획량이 줄거나 정체된 반면 난류성 식재료인 방어, 전갱이, 삼치는 꾸준히 늘었다. 정어리도 2022년부터 어획량이 2023년 4만8000톤이나 잡혔다.

해수부는 이런 변화에 대응해 어장 지도를 새로 제작해 어업인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어장 이동에 맞춰 어업 허가와 면허를 조정하거나 지역 간 균형을 맞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수협중앙회는 수산경제연구원을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업 대응 및 어업인 지원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어업 구조 변화에 따른 어업인 인식을 조사해 정책 수요를 파악하고, 단기·중장기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는 이제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식탁을 흔드는 현실로 다가왔다. 수과원의 연구가 어떤 식재료 지도를 그려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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