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키운 한우 살처분에 걱정 태산
구제역 발생 언론보도 후 재난 문자에 분통 터트리기도
(영암=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14일 오전 구제역이 발생한 전남 영암군 한 한우농장 앞에서 방역본부 관계자가 소독약을 살포하고 있다. 2025.3.14 daum@yna.co.kr
(영암=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가축 전염병 한번 나돌지 않았던 청정 지역이었는데…. 난데없이 구제역이 웬 말이랍니까."
전염성이 강해 국내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된 구제역이 전남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14일 오전 영암군에서 만난 한우 농장주 이모(68)씨는 연거푸 한숨을 내뱉었다.
1998년 서울에서 이곳으로 귀농해 애지중지 소를 키웠다는 이씨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구제역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근심이 앞선다고 했다.
이날 오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밀 검사로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농장과 자신의 농장이 직선거리로 5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그 근심은 두려움으로 커진다고도 했다.
농장 울타리 밖으로 목을 내민 소들을 바라보던 이씨는 "그간 노력했던 것들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남보다 값비싸게 소를 팔려고 혈통을 관리하고 품종마저 개량했는데, 우리 소도 살처분하는 것 아니냐"며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하소연했다.
끼니때를 포함해 하루 대여섯번씩 농장에 나가 직접 제조한 사료를 소에게 먹였지만, 구제역 발생 농장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소를 잃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영암=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14일 오전 구제역이 발생한 전남 영암군 한 한우농장 앞에서 방역본부 관계자들이 출입 통제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2025.3.14 daum@yna.co.kr
이씨는 "구제역이 발생했으면 인근 농장주들에게 이 사실을 빠르게 알렸어야 했다"며 "언론 보도된 후에 뒤늦게 재난 문자로 알리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분통도 터트렸다.
구제역이 발생한 한우농장 앞은 긴급 조치를 하려는 방역 당국 관계자들로 분주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방역복을 입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들은 사람과 차량이 오가는 길을 따라 소독약을 곳곳에 뿌렸고, 농장으로 향하는 3개 도로에 출입 통제 안내판을 설치했다.
통제 안내판 너머로는 해당 농장주가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살처분을 위한 굴삭기와 방역 물품을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전남도는 해당 농장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한우 161두에 대한 살처분을 준비 중이며, 농장으로부터 3㎞ 이내에 있는 모든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대해 임상 검사도 할 예정이다.
도내 15곳의 모든 가축시장을 잠정 폐쇄 조처했고, 영암과 인접한 7개 시군에 있는 우제류 농장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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