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배경에는 방산·조선주가 있다. 방산과 조선 등 업종이 ‘관세 무풍지대’로 지목받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혜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연말 극심했던 정치적 불안이 다소 진정된 것과 지난해 폭락장 영향으로 저가 매수세가 붙었다는 점도 급등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외국인 자금이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점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향후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계엄령·탄핵사태, 예측가능한 수준으로 인식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에서 수익률 1위는 한화오션(042660)이다. 이 기간 108.57% 급등했다. 시가총액도 올해 초 11조원에서 23조원으로 설 연휴 기간을 빼면 약 한 달 만에 12조원이 늘었고, 시가총액 순위도 14위로 뛰어올랐다. 방산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현대로템(064350)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올해 각각 66.80%, 63.25% 급등하며 순위권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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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방산 업종이 급등한 이유는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를 피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부터 자국 제품에 대한 각국의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고려해 국가별 맞춤형 관세를 적용할 계획이라며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방산업의 경우 트럼프발 ‘자국 우선주의’ 속 수혜가 명확하고, 조선업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시로 협력 대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크게 훼손했던 계엄령과 탄핵사태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시장이 인식하면서 투자심리도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코스피의 12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8조 7353억원 수준이었지만, 1월과 2월 각각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 6177억원, 12조 1000억원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유동성 측면에서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발 관세, 물가 등 국내외 불확실성 변수들이 완화하며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국내 정치적 리스크도 결국에는 상반기 중 해소되는 변수라 반등력을 높여줄 수 있는 변수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어 “여전히 글로벌 증시 대비 저평가 영역에 있는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방 경직성 확보했지만 상방 열려 있진 않아”
다만 코스피가 상방이 열려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증시의 ‘큰 형님’인 외국인이 아직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를 누적 기준 1조 7467억원 순매도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끈 주체는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으로 같은 기간 6537억원을 순매수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높은 것도 증시엔 부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정치 불안 지속과 트럼프발 통상압력 등 부적적 요인을 감안해 3개월 전 전망할 때보다 0.4%포인트 낮췄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 국제통화기금(IMF, 2.0%), 정부(1.8%) 등 주요 기관의 전망치보다 낮고 한국은행(1.6∼1.7%)과 유사한 수준이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지만, 상방이 열려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여전히 트럼프 관세정책 등 무역 정책 측면에서 큰 골자가 확인되어야 하고, 환율 변동성 문제도 남아 있는 데다 금리환경도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당분간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태봉 iM증권 센터장도 “밸류에이션이 많이 빠졌다고, 갑자기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진 않을 것”이라며 “박스권을 뚫고 올라가기 위해선 고질적인 환 문제가 해결되고, 외국인들이 유입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AI가 글로벌 증시의 화두로 계속 떠오를 텐데 한국도 AI와 관련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기존 고점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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