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자산·코인) 리플(XRP)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상품(Commodity)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SEC가 XRP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XRP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SEC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16일(이하 현지 시각) 가상화페 전문 매체 코인게이프는 SEC의 XRP 분류 논란과 관련한 가격 변동 등을 분석해 보도했다.
SEC는 지난 12일 그레이스케일(Grayscale)과 21셰어스(21Shares) 등에서 제출한 XRP 기반 ETF 신청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ETF 승인 절차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XRP가 상품으로 분류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암호화폐 전문 기자 엘레노어 테렛(Eleanor Terrett)은 SNS를 통해 "SEC가 XRP, 솔라나(SOL), 도지코인(DOGE) 등 여러 디지털 자산 ETF를 검토 중"이라며 "XRP가 증권이 아닌 상품 자산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SEC는 아직 XRP를 명확히 상품으로 지정하지 않았으며, 법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법률 전문가 제레미 호건(Jeremy Hogan)은 "리플과 SEC 간의 소송이 XRP ETF 승인 절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SEC의 명확한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플은 SEC와 오랜 법적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SEC는 XRP가 증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20년 리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미국 법원은 2023년 "XRP는 2차 시장에서 증권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리며 리플 측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했다.
다만 법원은 리플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직접 판매한 XRP는 미등록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리플은 일부 판매 방식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SEC의 XRP ETF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XRP의 거래량은 발표 직후 30% 급증했으며, XRP 원장(XRP Ledger)에서 활성 주소 수가 29% 증가했다.
이에 따라 XRP 가격은 15일 한때 2.84달러까지 상승하며 5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5거래일 대비 22% 상승한 수치다.
시장 분석가들은 XRP가 2.80달러 저항선을 돌파할 경우 3.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매도 압력이 강해질 경우 2.60~2.80달러 범위에서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에그랙 크립토(Egrag Crypto)는 "만약 XRP가 3.40달러 저항선을 돌파한다면, 15~17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XRP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은 단순히 XRP만의 문제가 아니다. SEC가 XRP를 상품으로 인정할 경우, 이는 바이낸스(Binance)와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주요 거래소의 법적 문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는 SEC로부터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소송을 당한 상태다. 하지만 XRP가 공식적으로 상품으로 인정된다면, 이들 거래소에서 거래된 다른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도 변할 수 있다.
SEC는 암호화폐 규제 전담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소송을 각각 60일, 28일 동안 중단한 상태다. 이는 XRP의 법적 지위가 확정된 후 규제 방향을 재설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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