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건설업계가 심각한 불황에 직면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부동산 시장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로 인해 일부 건설사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듯 건설업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거래가 감소하고 전국에 문을 닫는 건설사들과 공인중개사무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1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기업의 폐업 신고는 전년보다 60건(10.3%) 증가한 6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05년(629건) 이후 최대치다.
폐업 신고는 2021년 305건에서 2022년 362건으로 증가한 후, 2023년(581건)에 이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
반면 작년 신규 등록한 종합건설기업은 가장 최근 집계인 같은 해 10월 기준 1만9242곳으로, 전년 말(1만9516곳)보다 274곳(-1.4%) 줄었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시행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 이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지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분석 결과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8719건으로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거래가 가장 많았던 7월(9220건) 이후 스트레스 DSR 2단계 대출 규제가 시행된 9월 3053건으로 감소한 뒤, 10월 3631건, 11월 3149건으로 3000건대에 머물렀고 12월에는 1637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올해 전망도 암울하다. 1월 말 기준 1461건을 기록 중인데, 부동산 거래 신고 기한인 한 달을 감안하더라도 3000건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상으로 올해 1월 전국 부동산 거래 회전율은 0.15에 불과하다. 2020년 평균 0.37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23년 0.2, 2024년 0.2로 감소했는데, 올해 더 떨어져 상황의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거래 회전율은 유효 부동산 수와 소유권 이전 매매 신청 건수를 비교해 산출한 수치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예를 들어 거래 회전율이 0.50라고 하면 매매 가능한 부동산 1만건 중 50건이 매매됐다는 뜻이다.
주택 매수심리도 그리 좋지 않다. 1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4로, 지난해 10월 셋째 주 이후 14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매도자가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거래 회전율과 주택 매수심리 지수 모두 따져봤을 때 현 부동산 시장 회복을 바라긴 어려운 실정이다.
현 추세가 이어지자 공인중개사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사 수는 11만2678명으로 2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폐업 신고 수는 2022년부터 최근 3년간 평균 1만2693개소로 매일 35개소가 문을 닫았다.
건설경기 침체로 악영향을 미치는 건 공인중개사 업계만이 아니다. 건설업 관련 현장 노동자, 건축가, 토목 엔지니어 등을 비롯해 부동산 관련 금융업 종사자,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종사자 등도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다.
이러한 영향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직면한 주택 공급 부족, 건설사 부도 증가, 그리고 전반적인 경기 침체 등과 맞물려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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