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10일 현재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에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는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졌다.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불발 직후 3일~5일밤에 까지 2박3일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에도 은박담요를 두르고 밤샘 집회를 한 탄핵찬성 시민들의 '키세스 집회'에 이어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한파집회 혹한집회가 펼쳐지고 있는 것.
2차체포영장을 앞둔 10일 탄핵 찬성 집회에는 2030 여성들이 주축이 된 가운데 5060세대들도 윤 대통령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며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탄핵 반대 집회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다수인 가운데 2030 남성들이 가세하면서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 일부는 행인들의 통행을 막고 거친 발언을 쏟아내면서 내란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 시위대는 '관저 사수'를 위해 흰 헬멧을 쓰고 이른바 '백골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다음주 초 13일경 예상되는 경찰과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이번 주말에도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한남동 일대에는 수만명이 모이는 집회가 예정돼 있어 물리적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수 집회 참가자 일부 폭언·폭력 일삼아.. 백골단까지 등장
신남성연대 "2030과 무관.. 절대 싸움 일어나선 안돼"
최근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는 연일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신자유연대 등 탄핵 반대 단체가 주도하는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12·3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했다면서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이재명 체포'와 같은 구호를 강제로 요구하는 등 폭력성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일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여성이 한 30대 여성에게 어묵 국물을 부으며 폭언을 하기도 했으며, 8일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탄핵 찬성 집회 참석자에게 돌을 던지는 일도 벌어졌다.
눈에 띄는 것은 탄핵 반대 집회에 2030 남성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관저를 사수하겠다며 '백골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백골단은 1980년대 시위 현장에서 흰색 헬멧을 쓰고 폭력을 일삼던 사복 체포조를 이르던 말인데 윤 대통령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논란이 되자 윤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단 한 번도 우파 유투버와 싸운 역사가 없지만 지금은 다르다. (백골단을 결성한 자들은) 빨리 사태 파악을 하라"면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2030 세대 전체 여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남동 집회에 나온) 2030들은 백골단이 뭔지도 모른다"며 "시위 현장에서 절대 싸움이 일어나면 안 된다. 우리 목적은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2030세대가 한남동에 많이 모였다는 걸 알리려는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탄핵 찬성 집회, 5060세대 유입.. 한국노총 관저 앞 천막농성 시작
루터교회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볼보빌딩 앞에선 촛불행동을 비롯한 탄핵 촉구 단체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촛불행동은 윤 대통령이 체포될 때까지 매일 오후 3시 이곳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전날에는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1심 선고 공판을 지켜본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공판이 끝나고 볼보빌딩까지 행진했다.
탄핵 찬성 집회에는 최근 50대 이상 세대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노년유니온' '노후희망유니온' 등 5060세대를 주축으로 한 10개 시민단체는 지난 4일 윤 대통령의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고현종씨는 "어른들이 분열된 사회를 봉합하는 혜안을 고민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한국노총이 일신빌딩 앞 3개 차로에 깔개를 놓고 앉은 채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를 시작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모든 국민의 일상이 쑥대밭이 됐고 한국 사회는 대혼란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윤석열을 체포하고 탄핵으로 심판하지 않는 한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완료될 때까지 관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주말, 광화문 한남동 일대 수만명 집결 전망
이번 주말에는 서울 도심 광화문 일대와 용산 한남동에서 수만명이 모이는 탄핵 찬반 집회가 예고돼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11일 오후 4시부터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내자동까지 탄핵 촉구 집회를 연다. 이후 우정국로와 남대문로를 거쳐 한국은행 교차로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집회 신고 인원은 약 3만 명이다.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은 같은 날 오후 1시 동화면세점 앞부터 대한문까지 편도 전 차로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연다. 집회 신고 인원은 약 3만 명이다.
신자유연대도 같은 날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대통령 관저 인근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루터교회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집회 신고 인원은 3만 5000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심권 세종대로 및 사직로, 용산 한남대로 등 집회 장소 일대에 교통 정체가 예상된다"며 "가급적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부득이 차량을 이용할 경우 교통정보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대통령 관저·헌재 인근 초교 4곳 안전 강화
한편,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로 인파가 쏠리는 대통령 관저와 헌법재판소 인근 초등학교 4곳에 대한 안전 조치가 강화된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 있는 한남초와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 재동초·교동초·운현초 등 4개 초교에 대규모 집회 관련 통학로 안전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본청과 교육지원청은 서울경찰청 등 관할 경찰서와 협력해 집회 참여 인원, 예상 위험도를 분석하고 각 학교에 재난 대응 체계를 활용해 비상 상황을 공유하기로 했다.
집회 당일에는 통학로에 안전 인력을 배치하고 위험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경찰청과 자치구와 협력해 안전 펜스와 폴리스라인 등 보호 장치를 설치한다.
이런 대책은 한남초에 우선 시행하며 다른 3개의 학교도 집회 규모가 커질 경우 추가 조치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서울경찰청, 종로경찰서에도 헌법재판소 인근 학교 통학로 안전 조치를 위한 협조 요청을 할 예정이다.
정근식 교육감은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 과제"라며 "집회가 지속되는 동안 인근 학교 통학로 안전 확보와 교육활동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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