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은 부동산 경기의 선행 지표로 인식된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로 산 아파트가 고금리 장기화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임의경매 물건도 늘었다. 인기 단지인 한강변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등 부동산 침체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4일 경·공매 데이터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전년(1956건) 대비 67% 증가해 2015년(3472건)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3267건을 기록했다.
월별로는 ▲1월 313건 ▲2월 218건 ▲3월 261건 ▲4월 351건 ▲5월 275건 ▲6월 301건 ▲7월 276건 ▲8월 296건 ▲9월 169건 ▲10월 380건 ▲11월 267건 ▲12월 160건이다.
경매 증가는 영끌 대출로 집을 산 이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상황에서 거래도 위축돼 매도에 실패한 탓으로 분석된다. 강제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도 쌓였다.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은행 등)는 임의경매를 통해 담보를 경매에 넘기는 절차를 밟는다. 지난해 11월까지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은 직전 최고치인 2013년(14만8701건) 이후 최대 규모로 12만9703건을 기록했다.
물건은 늘었지만 얼어붙은 매수 심리 탓에 유찰이 거듭됐다. 이에 낙찰가율도 낮아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전년(82.5%) 대비 9.6%포인트 오른 92.1%였지만 경매 시장이 활황세를 보인 2021년(112.9%)에 비해 20.8%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부동산 거래시장의 인기 매물인 한강변 아파트조차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대장주로 꼽히는 잠실엘스 전용면적 149㎡가 지난달 경매시장에 등장했지만 응찰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가 속한 송파구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경매로 낙찰을 받아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고 전세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응찰자는 0명이었다.
해당 물건의 감정가는 최근 거래가인 33억4000만원보다 1억3600만원 비싼 34억7600만원으로 책정됐다. 1차 유찰로 2차 경매는 최저 입찰가인 27억8080만원에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불황 속 최근 탄핵 정국마저 이어지며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져 올해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최근 법원 등기정보광장을 통해 경매 신청 건수가 계속 늘고 있는 점을 볼 때 올 하반기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높은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영끌 아파트가 경매로 쏟아지고 응찰자도 잘 나타나지 않다 보니 올해 낙찰가율은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높은 수준의 시증은행 금리와 대출 규제,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고 경매 물건이 누적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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