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흥행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으로 10대 때부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던 배우 올리비아 핫세가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핫세의 인스타그램에는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런던에서 자란 그가 지난 27일(현지시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사망했다는 내용의 성명이 올라왔다.
핫세는 줄리엣 역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신인 여배우상을 받았지만, 수십 년 후 영화 속 누드 장면을 촬영할 당시 15살이었다며 영화사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성적 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그녀가 맡았던 또 다른 가장 유명한 배역은 1977년 TV 미니시리즈 '나사렛 예수'에서 맡았던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 역이다.
성명에는 "우리는 이 엄청난 상실에 슬퍼하면서도, 동시에 올리비아가 우리 삶과 업계에 미친 지속적인 영향을 기념하고자 한다"라고 적혔다.
핫세는 1951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7살 때 런던으로 이주하여 이탈리아 콘티 아카데미 드라마 학교에서 공부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는 연극 '미스 진 브로디의 전성기'에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상대역으로 무대에 오른 핫세를 발견했다. 당시 핫세의 나이는 15살이었다.
마침 제피렐리는 셰익스피어 연극의 결정판으로 만들고자 했던 영화에서 줄리엣을 설득력 있게 연기할 수 있는 젊은 배우를 찾고 있었다.
그는 핫세와 함께 영국의 16세 소년 레오나드 위팅을 영화 속 로미오 역에 캐스팅했다.
이 영화는 오스카 작품상 및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핫세는 경쟁이 치열했던 당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퍼니 걸'로 이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해 골든 글로브에서 핫세는 신인상을 받았다.
수십 년 후, 핫세와 위팅은 2019년 사망한 제피렐리가 누드 장면을 촬영할 필요가 없다는 이전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누드 장면을 촬영하도록 부추겼다며 파라마운트 픽처스에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겪은 고통과 영화 개봉 이후 벌어들인 수익을 근거로 5억달러(약 738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판사는 해당 장면이 "충분히 선정적이지 않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1977년, 핫세는 제피렐리와 다시 만나 '나사렛 예수'에서 성모 마리아 역을 맡았고, 1년 뒤에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일강의 죽음'에 출연했다.
또 초기 슬래셔 영화 '블랙 크리스마스'(1974)와 TV 영화 '사이코 4: 더 비기닝'에 출연하면서 공포 연기로도 인정받았다. '사이코 4'에서는 속편 줄거리상 노먼 베이츠의 어머니를 연기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성우로도 활동하며 비디오 게임에도 자주 출연했다.
핫세는 소셜미디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한 2015년 영국 영화 '관종(원제: Social Suicide)'에서 위팅과 마지막 재회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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