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풍력발전업계 숙원사업인 ‘해상풍력발전 보급촉진특별법(풍촉법)’이 탄핵정국에 묻혀 또다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2030년 약속한 국내 해상풍력 시장의 100조원 규모 성장 목표도 다시 요원해졌다.
26일 풍력업계에 따르면, 2021년 5월 21대 국회에서 풍촉법이 발의된 이후 올해초 22대 국회까지 수차례 통과가 무산됐지만 올해말에는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탄핵 정국에 휩쓸리면서 풍촉법 이슈가 잠식되자 업계는 법안을 더 보완해 내년이라도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2021년 발의된 풍촉법은 풍력발전소 입지 선정 및 인·허가 기간 단축을 위해 여러 정부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 있는 인허가 창구를 단일 창구로 모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국내 풍력발전 산업은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인한 사업 지연이 산업 발전 저해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는 풍촉법 통과 시 기존 7~8년 소요되던 사업기간이 2~3년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최대 10개 부처에서 집행하는 30개 가까운 법률 상 인허가를 개별적으로 받아야 한다. 특히 하나씩 인허가를 받아야만 사업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차가 너무 번거롭고 까다롭다.
핵심 인허가로 꼽히는 입지 및 개발 협의·인허가 과정만 해도 당장 8개로 국토계획법·공유수면법·해양환경관리법·환경영향평가법·군사기지법·자연재해대책법·매장문화재법·해사안전법 등의 법률상 허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풍촉법이 실시되면 국무총리 산하에 종합 컨트롤 타워인 해상풍력발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해상풍력발전추진단 등을 구성하게 돼 기존에 여러 부처와 지자체로 나뉘어 있어 복잡했던 인허가 창구 문제가 해결된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풍력산업 발전을 위해 올해 3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설비용량 14.3기가와트(GW)의 해상풍력 발전 시설을 국내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0.125GW 규모인 해상풍력 시장을 2030년 100조원(14.3GW)·2036년 188조원(26.7GW)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국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고, 여러 민생 법안 이슈들과 함께 올해말 국회 통과가 예상됐던 풍촉법도 묻히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풍촉법 법안들은 이미 3~4년 정도 계류된 채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법안에 대한 관계자들의 이견들이 정리가 되고 충분히 논의가 돼 올해 말에는 병합 심사를 통해 국회에서 빠르게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이후 갑작스러운 탄핵정국을 맞아 이슈가 모두 삼켜졌고 덕분에 풍촉법도 올해 통과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풍촉법은 민간 사업자가 주도하던 ‘오픈도어 방식’을 계획입지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5년이 넘도록 국회에서 풍촉법이 통과되지 못하자 해외 자본들이 조금씩 우리나라 바다를 선점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풍력시장이 해외기업들에 의해 쪼개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업계는 내년으로 미뤄진 풍촉법를 두고 공청회 등을 통해 부족한 내용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여러 풍촉법안이 풍력발전 산업의 필수적인 인프라 확충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성진기 한국풍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현재 발의된 풍촉법들은 기존 인허가권을 가진 각 부처간 이견이라든지 기존 사업자와 후행 사업자간의 관계를 조율하는 부분에만 너무 치중된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사업을 실제로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항만 클러스터 건설이라든지 전력 개통이라든지 하는 인프라 부분들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지원 내용을 포함시켜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성 부회장은 “협회는 향후 공청회 등을 열고 풍력발전 산업에 필요한 인프라와 개선방안을 모색, 정치권에 전달해 풍촉법 통과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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