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며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아파트조차 경매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 같은 불확실성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돼 경매시장 경색도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경·공매 데이터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20일 기준) 강남 3구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31건 중 15건만이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은 48.4%로 지난 10월(45.5%)과 11월(47.2%)에 이어 3개월째 50%대를 회복하지 못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된 금액 비율을 나타내는 낙찰가율도 크게 떨어졌다. 이달 낙찰가율은 94.6%에 그쳤다. 낙찰가율이 100%를 밑돈 것은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며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낮춘 지난 9월(99.9%) 이후 처음이다. 강남 3구 아파트는 각종 대출 규제가 이어지던 10월(105.3%)과 11월(102.4%)에도 감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됐다.
유찰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삼성청담아파트 전용면적 129㎡는 두 차례 유찰되며 새 주인 찾기가 내년 1월로 미뤄지게 됐다. 다음번 경매에서는 17억9900만원이었던 감정가보다 36% 낮은 11억5136만원에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잠실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119㎡는 지난 16일 경매에서 응찰자가 나오지 않아 다음 달에 두 번째 경매를 진행한다.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아이파크 전용 24㎡는 지난 8월 이후 네 차례 유찰되며 내년 1월 재차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강남 3구 아파트마저 맥을 못 추며 서울 전체 경매 낙찰가율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10월 97.0%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서울 시내 아파트 낙찰가율은 11월 94.9%, 12월 91.9%로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낙찰가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향후 부동산 시장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데다 탄핵 사태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체결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830건에 불과하다.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이 아직 남았지만 올해 최저였던 지난 1월 2686건을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 주간 매수우위지수는 이달 16일 기준 36.8로 5주 연속 30대에 머물고 있다. 매수우위지수는 KB부동산이 표본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로 100 미만일수록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정책 완화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는 부동산 시장 선행지표인 경매시장 회복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정부발 대출 규제와 시중은행의 높은 대출이자,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낙찰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낙찰가율도 한동안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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