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챔피언' 조명우 "최악의 1년 보낼 뻔 했는데, 최고의 1년 됐다" (인터뷰)

'세계 챔피언' 조명우 "최악의 1년 보낼 뻔 했는데, 최고의 1년 됐다" (인터뷰)

빌리어즈 2024-12-21 13:50:26 신고

3줄요약
조명우. 사진=이우성(675스튜디오)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조명우. 사진=이우성(675스튜디오)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가 한국의 역대 두 번째 '3쿠션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조명우는 9월 29일 베트남 빈투어엔서 열린 '제76회 빈투언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에서 베트남의 쩐딴룩을 20이닝 만에 50:2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최성원이 한국 선수로 세계선수권대회 첫 재패 후 무려 10년 만의 쾌거다.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낸 조명우는 지난 2016년 18살의 나이로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준결승까지 올라가 역대 최연소 3쿠션 당구월드컵 입상 기록을 세웠다.

이후로 꾸준히 성장한 조명우는 2022년 12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첫 '3쿠션 당구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시니어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또한, 지난해 10월 조명우는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지난해 3월 아시아 3쿠션 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3쿠션 챔피언에 오른 조명우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쩐딴룩과의 결승전에서 큰 점수 차로 앞서며 리드한 조명우는 마지막 20이닝째에 남아 있던 11점을 한 번에 쓸어 담고 50:23으로 완벽한 승리를 차지했다.

조명우
조명우

아시아 3쿠션 챔피언에서 이제는 3쿠션 세계 챔피언이 됐다. 기분이 어떤가?

잘 실감이 안 난다. 우승한 순간에도 크게 뭔가 다른 느낌은 없었다. 게다가 마지막 이닝에서 11점을 한 번에 득점했는데, 하필 마지막 1점이 럭키 샷으로 들어가서 오히려 좀 아쉬웠다. 그것까지 완벽하게 처리했으면 좀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우승을 한 후에도 우승을 한 건지 잘 실감이 안 났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시작할 때부터 컨디션이 좋았나? 우승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나?

전혀 기대를 안 했다. 아니, 못했다. 시합 전날 연습 시간을 주는데 테이블이 좀 어렵게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테이블 상태가 아니라서 걱정을 좀 했다. 하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고 한 경기씩 칠 수록 테이블이 점점 내 스타일로 바뀌어서 4강부터는 조금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 당구월드컵 최연소 준결승 진출, 아시아 챔피언, 세계랭킹 1위, 그리고 이번에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까지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이력을 하나 고르자면?

지금, 세계선수권 우승이다. 세계랭킹 1위는 딕 야스퍼스처럼 5년 동안 쭉 하면 누구나 인정하는 1등이다. 심지어 야스퍼스가 1등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야스퍼스를 세계랭킹 1위라고 안다. 이 정도 되면 세계랭킹 1위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은데, 한 5~6개월, 7~8개월 잠시 1등을 한 걸로는 진짜 1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2024년 한 해를 보냈다.

최악의 1년을 보낼 뻔했는데, 최고의 1년이 됐다. 올해 초반은 너무 부진했다. 올해 첫 월드컵인 보고타 월드컵에서도 잘 못했고, 세계팀선수권에서도 내가 너무 못했다. 이후 연달아 열린 국내 전국당구대회와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포르투 월드컵 준우승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더니 월드 서바이벌에서 우승하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했다. 그 후에 서울 당구월드컵에서도 3위에 입상했다. 남은 대회도 잘 마무리해서 진짜 최고의 한 해를 만들고 싶었다.

조명우
조명우
조명우
조명우

27살이지만, 선수 경력으로만 따지면 어느덧 중견급이다.

10살 때부터 학생 선수를 하기 시작해서 어느덧 당구선수로만 17년 정도 살아온 것 같다.

인생의 반 이상을 당구와 동고동락했다. 조명우에게 당구란?

삶이다. 당구를 친 시간만 따지면 7살 때부터니까 20년 동안 군대에 있던 시간을 제외하고 당구를 거의 하루도 안 친 적이 없다. 나에게 당구는 밥 먹는 것처럼 너무 당연한 일이다. 자고 일어나면 당연히 밥을 먹는 것처럼 눈 뜨면 당구를 치는 게 일상이고, 그냥 자연스러운 내 삶이다.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당구 신동, 당구 유망주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그런 기대감과 대중의 관심이 부담이나 중압감이 되진 않았나?

물론 부담이 되기도 하고, 중압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런 부담과 중압감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경기가 안 될 때는 그런 기대감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경기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소위 '돗대'라고 하는 마지막 1점에 대한 부담감도 없다.

멘탈 스포츠라고 불리는 당구는 그야말로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은 어떻게 극복하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집중한다. 경기 중에 아무리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더라도, 비록 지금은 상대 선수가 20점을 치고 있고 나는 1점밖에 못 쳤을지라도, 다음 이닝에서는 내가 20점을 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한다.

당구선수로서 조명우의 장점은 무엇인가?

당구 칠 때 평소보다 조금 더 긍정적인 것 같다. 어릴 때는 지고 있으면 빨리 포기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 때부터는 '진짜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 중이다.

최근 베트남 신흥 강자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협적인 선수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라이벌로서 긴장이 되나?

대회에서 만나는 모든 선수가 라이벌이다. 잘 치는 선수를 보면 라이벌 의식을 느끼기보다 '진짜 잘 친다' 생각하면서 경기를 보게 된다. 사실 베트남이나 한국은 3쿠션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어떤 선수가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도 이상할 게 없다.

조명우
조명우

'제2의 조명우'를 꿈꾸는 후배 선수들이 많다.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후배 선수들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다만, 내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이 친구들이 자기가 제일 잘 친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자기가 해야 할 것만 꾸준히 해나갔으면 좋겠다. 스스로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면, 한두 경기 지다 보면 더 잘 무너지게 된다. 경기라는 게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데, 지는 게 무서워지게 된다.

내가 옛날에 그랬다. 내가 제일 잘 치는 줄 알았다. 굳이 대회가 아니더라도 당구장에서 손님들과 경기를 하다가도 잘 맞으면 이기고, 안 맞으면 질 수도 있는데 지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어떤가? 세계 챔피언인데?

주니어 무대와 시니어 무대는 수준이 전혀 다르다. 내가 당구를 잘 친다는 생각을 내려놓은 지 오래됐다.

조명우가 진짜 잘 치는 선수로 인정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야스퍼스와 쿠드롱은 진짜 잘 치는 선수다. 한 경기, 한 대회에서 잘 칠 수는 있지만, 이렇게 꾸준히 잘 치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올 시즌 쿠드롱이 돌아왔다. 경쟁자가 한 사람 더 늘어났다는 경쟁심과 쿠드롱을 다시 만났다는 반가움, 둘 중 어느 게 더 컸나?

다니엘 산체스가 가고, 쿠드롱이 왔기 때문에 경쟁자가 더 늘었다는 생각보다 산체스의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이 왔다는 반가움이 더 컸다. 그리고 꼭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도 당연히 들었고.

이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야 할 때다.

아직 확실히 결정돼서 발표된 건 아니지만, 내년에도 허정한 선수와 세계팀선수권에 나갈 확률이 높다. 올해 팀선수권대회에서 너무 못해서 남은 시간 동안 일단 팀선수권 준비에 매진할 생각이다.

올해 초 그 대회부터 출발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진짜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고 힘들었다. 그래서 다음 시즌은 꼭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첫 단추를 이쁘게 끼고 싶다.

내년에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세계선수권도 준비해야 하는데.

부담감이 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또 한 편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타이틀을 지키겠다, 이런 마음으로 대회에 임하면 진짜 부담될 것 같은데, 다 내려놓고 나 또한 도전자의 마음으로 치면 그렇게 부담은 안 될 것 같다.

이번에 우승할 때 애버리지 2.171(152이닝, 330점)을 기록하면서 야스퍼스(2018년, 119이닝, 280점)와 탸슈데미르(2022년, 147이닝, 330점)에 이어 역대 3위의 종합 애버리지를 기록했다. 다음 대회에서는 이 기록을 깨는 걸 목표로 삼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매번 인터뷰 때마다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하는데, 항상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 


(사진=이우성(675스튜디오)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Copyright ⓒ 빌리어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