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동민 기자] 기아 EV9은 국내 판매 중인 전기 SUV 중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가장 긴 차로, 복합 기준 인증 수치는 501km다. 하지만 이는 상온 기준이며, 겨울철을 의미하는 저온에서는 368km다. 26.5% 감소한 수치다.
EV9뿐만 아니라 모든 전기차가 상온 대비 저온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크게 줄어든다. 캐나다 자동차 협회(CAA) 조사에 따르면, 영하 기온에서 평균 주행거리는 30% 정도 감소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ㅡ
배터리 성능 저하
ㅡ
첫 번째로는 탑재한 배터리가 상온 대비 제 성능을 못 내기 때문이다. 배터리에는 중요 물질 중 하나인 전해질이 있는데, 전류가 흐르는 매개체로 전기 모터로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액체를 사용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온이 낮아지면 액체 전해질은 조금씩 굳는다. 배터리 내에서 움직이면서 전기를 전달하는 액체 전해질이 굳는다면 그만큼 전류가 흐르지 못한다. 결국 배터리 성능이 낮아지면서 주행거리도 떨어진다.
ㅡ
실내 덥히는 히터
ㅡ
겨울철 사용량이 늘어나는 히터도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내연 기관차는 엔진열로 공기를 덥혀 내보내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에 대한 걱정이 없다. 하지만 전기차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전기를 사용해 공기를 따뜻하게 만든다.
히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 전기차에 히트펌프를 적용했다. 그렇게 효율을 일부 끌어올렸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등 다른 전열 기능은 히터보다 전력 소모가 덜하지만, 역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ㅡ
미끄럽고 눈 쌓인 노면
ㅡ
겨울철 도로 사정도 1회 충전 주행거리에 한몫한다. 눈이 많이 오거나 블랙아이스 등으로 미끄러운 노면으로 인해 전기를 더 많이 소모하게 된다. 오히려 미끄러우니 노면과 타이어 간 마찰력 감소로 이득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실제는 다르다.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마찰력과 함께 타이어 접지력도 감소한다. 이에 차체 자세 제어 장치(VDC)가 개입하며 전기 모터, 브레이크 등을 조절한다. 이를 위해 전기를 사용하니 주행거리도 줄어든다.
또한, 운전자는 미끄러운 노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더 자주 조작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가속과 감속 역시 증가해 더 많은 전력 소비가 발생하는 점도 세부 요인이다.
ㅡ
주행거리 올리는 법은?
ㅡ
주행거리를 조금이라도 향상하는 방법에는 배터리 온도 관리가 있다. 실외 주차보다 실내 주차가 주행거리 증가와 함께 배터리 충전도 더 빠르게 이뤄진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윈터 모드'처럼 배터리 예열 기능 역시 도움이 된다.
실내 온도를 올려야 한다면 열선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적 경로 주행도 좋은 방법이다. 가속과 감속이 자주 이뤄지는 길보다는 안전하면서 꾸준하게 이동이 가능한 도로 주행이 효과적이다.
kdm@autotribune.co.kr
Copyright ⓒ 오토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