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오너 리스크 치료약' 개발 못하나

제약사 '오너 리스크 치료약' 개발 못하나

뉴스웨이 2024-10-22 17:31: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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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찬희 기자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 산업을 선도하고 이끌어 왔다는 자긍심과 수조원대 기술 수출 등에 따른 자부심이 넘쳤던 제약사들의 최근 불안과 고민 중 최고는 오너가의 불탈법 행위로 보인다. 제약사 불탈법에 대한 사법 당국의 중엄한 심판이 수 년간 잇따르고 있지만 제약 오너가의 개선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제약 업계 반응이다. .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은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5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의사 85명에게 89억원 상당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다. 일부 의사들이 유죄를 선고 받으며 어 부회장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거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어 부회장은 리베이트 사건과는 별도로 이미 한 차례 수감된 바 있는 전과자 출신이다. 어 부회장은 직원에게 불법으로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투여하고 비임상시험 자료를 조작한 혐의로 치러진 재판에서 징역 8월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어 부회장은 이른 시일 안에 안국약품 대표 자리에 오를 것으로 업계는 예측된다.

올해 징역형을 선고 받은 제약사 오너는 또 있다. 장원준 신풍제약 전 대표는 지난달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재판부는 장 전 대표가 부친 고(故) 장용택 전 신풍제약 회장 사망 후인 2016년 3월부터 비자금 조성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비자금은 91억원 규모로 알려졌으나 재판부는 이중 약 8억원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 전 대표는 1년 5개월간 8억 원이 넘는 비자금을 횡령하고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 등으로 이를 은닉했다"며 "이는 기업의 신뢰도 하락을 초래해 회사는 물론 주주들과 임직원들에게 무력감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장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분식회계와 리베이트 사건으로 증권선물위원회에 사임권고를 받은 뒤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이후 회사는 전문경영인이 이끌고 있으나, 장 전 대표가 해외사업총괄 직원으로 근무하며 대주주로서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 실제로 장 전 대표가 대표 사임 5년이 지난 2016년부터 회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나며 그런 의혹이 증명된 셈이다.

올해 법정 구속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도 수 건이다.

이양구 전 동성제약 대표는 지난 2월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동성제약은 지난 2014년 의약품 판매 계열사 동성바이오팜 영업사원을 영업판매대행사(CSO) 사업자로 삼아 병의원 영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동성제약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료 관계자에게 2억5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 전 대표 등은 이와 관련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CSO 조직 신설에 깊숙이 관여하고 영업사원들의 수수료까지 책정했다"고 판단했다.

동성제약은 1심 판결 후인 지난 3월 이 전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을 원안대로 승인하며 이 전 대표를 재선임했다. 논란이 일자 당시 회사 측은 아직 1심에 불과해 향후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결국 지난 14일 이 전 대표는 사임하고 나원균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이는 최근 한국ESG기준원(KCGS)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중 지배구조 부문 등급을 B에서 C로 하향 조정하고, 동성제약의 '혁신형 제약기업' 지정이 사실상 무산되는 등 기업가치 훼손이 실체화되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나원균 신임 대표이사는 동성제약 창업주인 고 이선규 회장 외손자이자 이 전 대표 조카로, 동성제약은 오너 리스크로 인해 예정보다 빠르게 오너 2세 체제에서 오너 3세 체제로 이행하게 됐다.

제약사 오너가 올해 들어 세 번이나 유죄 판결을 받으며 주목받는 지점은 이들이 대개 유죄 판결 후에도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은 출소 후 대표이사 지위를 노리고 있으며,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비자금을 조성하다가 구속됐지만 사측은 오히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등 여전한 영향력을 증명했다. 이양구 전 동성제약 대표 역시 결국 물러나긴 했지만 1심 유죄 판결 후에도 재선임을 받으며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이는 세 기업보다 더 규모가 큰 기업에서도 발견되는 모습이다. 지난 2017년 불법 리베이트 건으로 수감되며 대법원에서도 징역 2년 6개월 형을 확정받았던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말 업무에 복귀했다. 당초 취업 제한 5년 규정으로 인해 2020년 출소 후에도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으며 회장직에 복귀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강정석 회장은 수감된 상태에서도 '옥중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기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계 기관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오너 리스크'를 지적하며 기업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측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소규모, 영세성으로 인해 체계적인 리스크관리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리스크관리 역량이 기업의 주요 프로세스와 문화에 내재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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