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로마의 자비 

[강산 칼럼] 로마의 자비 

문화매거진 2024-10-22 09:57:41 신고

▲ Peter Paul Rubens, Cimon en Pero, 1625
▲ Peter Paul Rubens, Cimon en Pero, 1625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이 그림을 보고 어떤 생각이 먼저 드는가?

이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은 누구라도 충격을 받는다. 세상에, 이런 그림을 그리다니. 어떤 인간이 이런 그림을 그린 거지? 도대체 평소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지?

건장한 벌거벗은 노인이 아주 젊은 여성의 젖가슴을 물고 있다. 젊은 여성의 표정은 에로틱해 보이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이다. 노인은 젊은 여성의 젖가슴을 물고 있는 것에 굉장히 집중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그림의 제목은 ‘로마인의 자비(Caritas Romana)-시몬과 페로(Cimon and Pero)’로, 1625년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가 그린 작품이다. 노인의 이름은 시몬(Cimon). 역모죄로 몰려 감옥에 수감되었고 굶어 죽는 형(아사형, 餓死刑)에 처했다. 

이 노인에게는 딸이 한 명 있었는데 그 딸의 이름은 페로(Pero). 마침, 그녀는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유가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면회 갈 때마다 자신의 모유를 아버지에게 먹여 아버지가 굶어 죽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왕이 그녀의 효심에 감동하여 아버지를 석방해 주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1세기의 로마 작가 발레리우스 막시무스의 저서 ‘기억에 남는 행위와 말이 담긴 9권의 책’에서 기원한다고 전해진다. 사실 원래 이야기는 감옥에 수감된 사람이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라고 하는 학자도 있다. 또한 이 이야기가 실화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이 이야기의 소재는 위 작품 이전부터 왕왕 그려져 왔다.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외설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 게다가 수감된 자가 어머니인지 아버지인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굳이 아버지로 그려다. 또한 보다시피 그림 속 노인은 누가 봐도 아사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건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그림의 우측 상단에는 병사 두 명이 이 장면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아버지를 살린 효심 깊은 딸’을 먼저 생각해 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그림은 아무리 봐도 사람들의 관음증을 충족시켜 주는 외설스러운 그림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작가는 이 외설스러운 그림의 제목을 딸의 효심이라 일컬었다. 

“나는 그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데, 이 그림을 외설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야!”라는 작가의 음흉한 속내가 보이는 듯하다.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임금님이 옷을 입지 않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바보들이다’라고 하는 사기꾼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아사형에 처한 범죄자에게 음식을 주는 것이 금지되었다면 면회를 간 사람들과 대면하지 못하게 했거나 대면하더라도 음식을 몰래 주지 못하도록 감시가 심했을 것이다. 빵이나 물을 몰래 건네는 것이 어렵다면 위와 같은 행위가 현실적으로 더더욱 어려울 것. 

그저 이러한 포르노적 상황을 상상하고 그려낸 것일 뿐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이 그려졌던 당시에도 작가는 비난을 받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 봐도 이 작품은 매우 불편하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