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지를 월드 투어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읽고 있을까요? 어떤 음악을 듣고 있나요
위저의 ‘Say it ain’t so’. 요즘 너바나부터 오아시스, 위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 10~20대의 나를 있게 해준 밴드의 음악을 많이 듣습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 음악에 취해보니 여전히 내게 큰 영감과 에너지를 안겨주더라고요.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너바나의 사진을 본 기억이 나요. 음악적 변화가 찾아왔나요
콜드라는 아티스트로서 펼치는 행보나 분위기에 극적 변화를 줘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그 변화는 제가 늘 갈망하고 추구해 온 것들을 기반으로 하죠. 저는 늘 새로움을 보여주고 싶고, 그 모습이 원래 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기를 바라요.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원래 내 속에 있던 걸 표현해야 해요. 지금까지 내면에 간직해 온 노스탤지어를 꺼내 보인 것뿐입니다.
내년에 발매 예정인 정규 앨범 〈Blueprint〉에 앞서 8월 1일 발매된 〈YIN〉 A 사이드에서는 과거에 대한 기록, 콜드의 음악적 뿌리와 삶의 근원적 물음이 주된 내용입니다. 왜 과거를 돌아보려 하나요
제가 꿈꾸는 청사진은 ‘과거의 나’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과거에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일들, 내가 극적으로 선택한 것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됐고 현재를 이루고 있어요. 매 순간 미래를 향해 가고 있고요. 결국 과거에 미래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 요즘 나의 근원이나 초심, 뿌리 등을 과거에서 찾아 미래로 가는 모든 과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추후 공개될 ‘B 사이드’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A 사이드에는 청춘과 사랑, 꿈 같은 일반적이고 보통의 이야기가 담긴 반면, B 사이드는 개인적이고 내면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뮤직비디오에 공을 들인다고 말했죠. 특히 ‘I color you’ 뮤직비디오는 곡에 담긴 의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색깔은 어떤 의미인가요
비언어적 표현. 그날의 양말 색, 손목시계의 프레임 색, 선글라스의 렌즈 색, 목걸이 펜던트의 색 등 색깔을 통해 그날의 기분과 감정,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하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색은
블루. 하늘과 바다의 색이고 때로는 우울이나 깊은 감정을 표현해 주기도 하죠. 파란색처럼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뮤직비디오 촬영차 머물렀던 런던에서 생긴 몇 가지 기억을 말해 볼까요
길을 걷다 우연히 들어갔던 팝업 스토어에서 나만큼 옷을 사랑하는 친구 여럿을 만났어요. 그 친구들은 중고 제품을 선보이고 있었죠. 그 팝업 현장이 끝나고 그 공간에서 다 같이 〈YIN〉 앨범의 세 곡을 연달아 들었어요. 그 친구들이 그 음악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제게 피드백을 주고, 춤추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좋았어요. 어찌 보면 낯선 사람들에게 공개 안 된 노래를 들려준다는 게 제게는 굉장히 낯설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는데, 그때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들려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8월 15일부터 두 달간 해외 투어가 이어졌습니다. 투어가 변곡점이 될지
그럼요. 투어는 2018년에 회사를 만들고 콜드로서 몇 개의 EP 앨범을 선보인 뒤 바로 실행하고 싶었던 목표이자 꿈이었어요. 팬데믹을 견디고 마침내 현실로 다가온 환상 같은 순간이었죠. 투어를 진행하며 지금껏 꿈꿔 온 미래와 마주하게 되겠죠. 그 과정에서 얻을 확신과 믿음, 사랑을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갈 힘을 얻을 테고요.
〈YIN〉에 수록된 세 곡을 사랑과 유연함, 청춘으로 표현했죠. 세 키워드가 지금의 당신을 대표한다고 보면 될지
그렇죠. ‘변함없는 사랑’과 새로운 변화를 파도처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제 음악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에요. 청사진을 위해 나아가는 여정이 곧 ‘청춘’이라고 생각하고요.
전곡의 가사가 영어입니다. 가사를 수집한 곳은
평소 동기부여가 되는 단어나 주제를 메모장에 기록합니다. 수록곡 ‘Nirvana blues’라는 제목은 2015년에 처음 메모장에 써둔 단어예요. 메모장에서 긴 시간 숙성된 단어에 살을 붙여 이야기로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면 말하고 싶었던 가사 한 문장이 탄생해요. 그 문장이 모여 서사가 되고요. 이번 작업은 영어로 써야 해서 웨이비(Wavy) 소속 아티스트 ‘지우(Jiwoo)’가 도와줬습니다. 초안으로 써둔 한글 가사를 공유하며 영어 표현방식을 함께 고민했어요.
당신은 사랑할 때 얼마나 용감해지나요
사랑 앞에서는 모든 걸 예측할 수 없잖아요. 매번 겪었거나 예상했거나 상대한 일이라면 두려움 없이 맞이하겠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으니까. 늘 가늠할 수 없는 형태로 끝없이 우리의 기저를 무너뜨리죠. 그래서 사랑할 때 용감해지려고 항상 다짐하지만, 진정 용감했냐고 물으신다면 그러지 못한 순간들이 떠오르네요. 그럼에도 진정한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기에 또 한 번 다짐해요.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합니다. 사랑을 정의한다면
진정한 사랑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어서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운데, 사랑에 빠지면 내 마음 상태를 비교적 정확하게 느낄 수 있어요. 아픔과 설렘, 행복, 질투 등의 상태를 느끼고 들여다볼 줄 알면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헤아리게 돼요. 그게 제가 꿈꾸는, 하고 싶은 사랑의 형태입니다.
일상의 콜드는 유연한 사람인가요
자신을 정해진 틀에 가두는 걸 가장 경계합니다. 자주 하는 생각이 ‘왜 꼭 이렇게 해야 되는 걸까?’예요. 모든 것에서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달리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나의 ‘청춘’
〈YIN〉을 작업하기 전이라면 젊고 패기 넘치는 20대 초반의 청춘을 떠올렸을 텐데. 이제는 ‘지금’인 것 같네요.
어린 시절 영향을 준 아티스트로 퍼렐 윌리엄스, 마이클 잭슨,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을 언급했습니다. 지금 당신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나요
퍼렐 윌리엄스. 음악과 패션, 프로듀서, 디렉터, 아티스트, 사업가 등 어떤 면에서든 늘 이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모든 커리어를 멋지게 이끌어온 퍼렐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롤 모델입니다.
음악이 지겨웠던 적은 없었나요
당연히 없죠. 저는 먹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음악도 비슷한 마음으로 좋아해요.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음악 또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거든요.
음악을 의인화한다면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평생 사랑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 음악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저는 그 음악으로 내가 사랑하는 모두를 지키는 중입니다.
한편 음악을 하며, 또 살아가면서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감정을 잘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행복과 사랑, 고마움, 슬픔, 분노 등 어떤 감정이든 어차피 다 느껴본 것이라며 무심하게 넘기지 않을 거예요. 매 순간 느끼고 경험하며 쌓이는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고, 다시금 느껴 음악이나 글, 시각적 작업, 무엇으로든 표현하고 싶거든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도 계속 순수하게 누구보다 진심으로 음악을 할 거예요.
지금 콜드의 삶의 이정표는 어디로 향하나요? 어느 지점을 지나는 중인지
20대라는 긴 여정을 끝내고 잠깐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새로운 여정의 시작점에 서 있는 느낌이에요. 그렇지만 앞서 지나온 여정보다 훨씬 강도 조절을 잘할 수 있는 내가 됐어요. 언제 전속력으로 뛰고 멈춰 서야 할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제는 좀 더 여유롭게 레이스를 즐길 생각입니다! 어차피 인생이란 레이스는 멈출 수 없으니 매 순간 잘 느끼고 즐기는 게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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