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프리패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홍명보 감독이 짧은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홍명보 바라보는 손흥민. / 뉴스1
공식적으로는 외국인 코치 선임을 위한 미팅이 주된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대표팀 기강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였던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손흥민이 곧 한국에 오지만 굳이 런던까지 가서 프리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의 시간을 빼앗았다. 그간 냉대했던 손흥민에게 먼저 다가갔다.
그러나 축구 팬들의 반응은 곱지 않다. 과거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저평가해왔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최종명단에도 포함하지 않았다. 홍 감독의 축구 철학에서는 손흥민의 개인플레이가 너무 강조된다고 판단한 것. 빠른 스피드와 뒷공간 침투는 뛰어나지만,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와 몸싸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손흥민은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팀 골 갈증을 해결할 능력 있는 공격수가 부족해지자 결국 손흥민이 나섰다. 손흥민은 기회를 잡고 전력으로 임했고, 홍명보 감독 체제 첫 경기에서 선제골과 쐐기 골을 터뜨리며 주목받았다.
2013년 9월 6일, 손흥민은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기회를 얻었다. 상대는 상대적으로 약한 아이티였다. 손흥민은 자신감 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였고, 전반 20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했다. 미드필더 지역에서 공을 몰고 들어와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후반 27분에는 한국이 3-1로 앞서고 있을 때 문전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아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승리에 쐐기를 박은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좋아하는 위치에 좋은 볼이 와서 선제골을 터뜨릴 수 있었다"며 "전반전 끝나고 감독님이 수비 움직임을 얘기해 주시며 하던 대로 하면 찬스가 날 거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손흥민을 향한 파울이 선언되지 않자 항의를 하고 있다. 이날 축구대표팀은 손흥민, 구자철이 각각 골을 넣었으나 알제리에 4:2로 패했다. / 뉴스1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인 손흥민에게 관중석에서는 응원이 쏟아졌지만, 홍 감독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2013년 10월, 홍 감독은 파주 축구대표팀 훈련센터에서 "대표팀은 손흥민을 위한 팀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는 브라질전 후반에 교체 출전한 손흥민의 15일 말리전 출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손흥민이라고 해서 출전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전략적으로 활용 가치가 있으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손흥민에게 기회를 줬지만, 여전히 탐탁지 않아 했던 모습이었다. 그리고 10년 후, 홍명보는 다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올랐다. 자신이 강조하던 원칙도 깨졌고, 여론이 좋지 않자 가장 먼저 손흥민이 있는 런던으로 향했다.
홍명보와 손흥민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홍 감독은 "유럽 출장을 잘 마무리했다"며 "충분히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유럽에서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면담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선수들과 좋은 얘기를 많이 했다"며 "선수단 의견을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홍명보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홍 감독은 외국인 코치와 손흥민과의 대화 내용 등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브라질 포즈 두 이과수 플라멩고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반 공개훈련에서 손흥민 선수를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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