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도 오스칼이 있었더라면…

광주에도 오스칼이 있었더라면…

디컬쳐 2024-07-26 22:59:00 신고

▲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공연 장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가 지난 16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옥주현, 김지우, 김성식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평일, 주말, 낮 공연, 저녁 공연 가리지 않고 연일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 작품은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이지만, 50년이란 세월이 흐른 만큼 뺄 건 빼는 등 내용에 변화를 줬다.

1764년 오스칼의 탄생으로 시작해, 1789년 바스티유 함락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배경이 프랑스이니 당시 루이 15세가 통치하던 시절이고, 그의 아내는 그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다.

당시의 상황을 잘 이해하려면 이 작품을 보기 전 몇 가지 다른 작품을 미리 보는 게 더 도움이 된다.

우선 1743년, 루이 15세의 정부(情婦)가 된 잔 뒤 바리의 생애를 그린 영화 <잔 뒤 바리>를 시작으로 1784년부터 마리 앙투아네트의 죽음까지를 다룬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죽은 후에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나폴레옹>.

그리고 나폴레옹에게 반기를 들고 민중이 일어난 1815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레 미제라블>까지 순서대로 본다면 각 작품의 내용이 더 잘 이해될 것이다.

다만, 이 작품 속 오스칼은 실존인물이 아닌 허구의 인물이니 이 뮤지컬의 내용을 100% 역사적 사실이라고 혼동하면 안 된다.

내용은 이렇다. 1744년 왕실 근위대장인 자르제 장군은 6번째 딸이 태어나자 아들로 키우겠다며 이름을 오스칼이라 짓는다.

장성한 오스칼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대를 이어 왕실 근위대장이 된다.

본인도 귀족이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를 수행하면서 지켜본 귀족들의 삶이 호화롭고, 사치스러워 3%의 귀족을 위해 97%의 국민들이 가난에 허덕이면서까지 세금을 납부한다는 사실에 이건 아니다 싶다.

그런 가운데, 자칭 ‘흑기사’가 나타나 귀족들의 재산을 빼앗고, 총을 빼앗는 일이 빈번해지자, 불안한 귀족들은 배고픈 소년이 자기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총으로 쏴 죽일 정도로 잔혹해진다.

한편, 엄마의 약값을 벌기 위해 길에서 지나가는 귀족에게 몸이라도 팔아야 하나 고민하던 로자리를 본 오스칼은 그녀에게 금화를 건네며, 다신 몸 팔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타이른다.

그러나 두 사람은 머지않아 다시 만난다. 길에서 자기 엄마를 마차로 치여 죽인 귀족 부인을 찾기 위해 베르사유궁에 침입하려다가 근위대에게 붙잡혔기 때문이다.

로자리의 사연을 들은 오스칼은 자기가 도와주겠다며 로자리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

좋은 옷도 내어주고, 복수를 위해 무기 다루는 법도 알려주며 로자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런 가운데 흑기사의 도적질이 날로 심해져 문제가 되자, 오스칼은 흑기사를 잡기 위해 자기 하인인 앙드레를 흑기사로 변장시켜 도적질을 한다.

이에 진짜 흑기사가 누가 자기를 사칭해 이런 일을 벌이는지 잡기 위해 앙드레와 오스칼 앞에 나타난다.

흑기사를 잡기 위해 난투를 벌이던 중 앙드레는 시력을 잃는다.

흑기사의 뒤를 쫓던 오스칼은 평소 자기가 알고 지내던 신문기자 베르날이 흑기사인 걸 알고, 과연 당신의 행위는 정의롭냐고 따진다.

그러나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위해 있다는 걸 깨달은 오스칼은 탄압받는 국민의 편에 서기 위해 자천해서 위병대로 자리를 옮긴다.

위병대장으로 부임한 오스칼은 가장 먼저 장부를 꼼꼼히 살펴 사라진 무기와 식량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것들이 모두 민중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걸 알아채고 자신도 가담키로 한다.

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국민한테 총칼을 들이밀고, 심지어 외국 군대까지 불러들여 국민을 사살하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게 군인의 본분임을 내세워 부하들과 민중을 보호하는데 앞장선다.

물론 오스칼이 허구의 인물이긴 하지만, 이 작품 속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에서 뜨거움이 용 솟으면서, 눈물이 맺힌다.

많은 위정자(爲政者)들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한다. 자기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맞는다는 걸 까먹었는지, 선거 땐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고선 당선 후엔 ‘국민이 나를 위해 일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국민이 없으면, 국가도 없고, 국가가 없으면, 자기들도 없을 텐데 그걸 모른다.

오죽하면 고위 공무원이 “국민은 개, 돼지‘라고 말했다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적도 있다.

고위 공무원이 이러니, 얼마 전엔 교육부 사무관이 자기 아들은 왕족의 피가 흐르니, 왕처럼 대해달라고 교사에게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시계를 거꾸로 돌려 44년 전으로 돌아가면, 독재정권에 맞서 시민들이 투쟁하자 자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군인들에게 지시한 대통령도 있었다.

그는 끝까지 자기가 발포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며 거짓말로 일관하다가, 끝내 사과도 안 하고 3년 전, 생을 마감했다.

게다가 이 작품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대사가 단 한마디도 없다. 단지 그녀의 비선실세인 폴리냑 부인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름을 내세워 국정을 좌지우지할 뿐이다.

이 역시 몇 년 전 탄핵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어느 정치인과 그녀의 비선실세가 떠오른다.

비록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지 않을까?

이 뮤지컬은 앞서 얘기했듯이 마리 앙투아네트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대순으로 보면,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보다 앞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렇기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이에 대해 두 작품 모두 출연한 옥주현은 지난 25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두 작품 모두) <레 미제라블> 속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오래전부터 시작된 시민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격동의 시대여서 여러 작품에서 소재로 삼는 것 같다며, <레 미제라블>에선 혁명을 일으키는데 초점을 둔 반면, 이번 <베르사유의 장미>에선 시민들을 지키는데 초점을 둔 게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옥주현과 함께 오스칼 역을 맡은 정유지는 오스칼의 매력으로, 처음엔 완벽하다고 생각했다며, 본인의 결핍마저 스스로 채우려는 모습이 멋지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개막하려다가 국내 초연인 만큼 보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 개막을 미룬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10월 1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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