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우며 그것이 ‘선’이라 고집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너무 단편적으로만 생각하는 거 아닐까?” 책은 이 생각으로부터 시작됐다. 책 속 유치원 교사인 오영아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선함’의 굴레에 개인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면면은 우리의 일부와 꽤 닮아있다. 친구의 헛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맞장구를 치고, 직장에서 싫은 소리를 들어도 반박을 삼키고 쓴 입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던 경험은 누구나 다 있을 테니까. 이렇듯 관계를 위해 진심을 가리고 거짓을 말하는 일은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세상에 적응하려면 목적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일은 해도 된다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말이다. 책은 과장된 상황을 그려내며 선해지고 싶은 욕망과 있는 그대로 있고 싶다는 욕망을 나열하며 독자에게 호소한다. 오렌지와 빵칼, 우리는 무엇을 내밀어야 할까.
■ 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펴냄 | 184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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