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슬픔이 삶의 전부라 할지라도 - 새벽을 여는 경비원의 글쓰기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책 속 명문장] 슬픔이 삶의 전부라 할지라도 - 새벽을 여는 경비원의 글쓰기

독서신문 2024-07-19 10:51:00 신고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경비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트위터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마주한 새벽의 풍경과 떠오른 슬픔을 쓰는데 트위터의 익명성은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글을 써본 적이 없지만, 내가 읽었던 세계와 만났던 사람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6쪽>

아파트에서 근무할 때 새벽이면 상가 편의점 커피를 마시곤 했는데 직원분이 가끔 계산을 극구 사양했다. 제가 사드리고 싶어서요. 내가 살아가는 형편이 더 나은 사람이었을 것인데 몇 번이나 그런 일이 있었다. 내가 마음의 고마움을 표시하려고 했을 때 그분이 일을 그만두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 들고 나오면서 그분을 생각했다. 아침에 근무가 끝나면 남편 트럭을 타고 퇴근하는 모습도 기억에 있다. 내가 세상에 친절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55쪽>

사람을 지탱하는 힘은 희망이 아니라 의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경비실에 나와서 몸을 움직이면 견딜 만하다. <63쪽>

새벽 경비실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커피포트에 물을 끓인다. 따뜻한 물을 마시며 24시간을 보낼 책상을 정리한다. 이른 새벽에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량을 보며 어떤 삶의 눈물겨움과 엄숙함을 생각한다. 생명은 끝없이 움직이며 또 하루를 만들어간다. 하찮은 삶은 없다. 살아있으면 된다. <64쪽>

나는 새벽이라는 종교를 믿는다. 새벽에 깨어나는 모든 것들은 삶의 간절함을 담고 있다. 밤의 침묵이 만들어낸 슬픔이 엷게 깔리고 어디에도 없을 구원을 향하여 기도를 올리는 시간을 새벽이라고 부른다. 용서받지 못해 슬픈 삶은 뒤척이던 밤을 떠나 작업화의 끈을 묶고 세상에 발을 디딘다. <69쪽>

사랑은 따듯한 것이어서 그 사랑에 많은 것을 걸고 새벽의 문을 나섰다. 사랑이라 부르는 것에 이 새벽을 건다. 당신이 그 사랑이다. <77쪽>

치열한 삶에 대한 동경을 버렸다. 시간에 묻어서 흘러가며 내게 주어진 슬픔을 인정한다. 살아가는 순간은 다 슬프다. <79쪽>

나는 한 사람의 삶은 사랑의 기억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성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세상에서는 한가한 이야기임이 분명하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사랑의 기억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루는 일치와 함께 견뎠던 슬픔이 모여 삶을 이룬다. <128쪽>

가난하고 삶이 힘겨울 때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확신이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길을 걸어야만 아름다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가난하다고 책을 사지 않으면 더 가난해진다는 것을. 삶이 힘겨워 음악을 사치라고 여기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늘 잊지 않았다. <192쪽>

이제 경비실 청소를 마치고 마지막 온기를 지탱하고 있는 커피를 마신다. 때로는 삶이 눈물겨울 때가 있다. 나는 지금 마시는 커피가 내가 오늘 받을 수 있는 위로의 모든 것임을 알고 있다. 혼자서 울어도 좋은 이른 아침이다. <315쪽>

『나는 가장 슬픈 순간에 사랑을 생각한다』
새벽부터 지음 | 워터베어프레스 펴냄 | 344쪽 | 16,800원

[정리=유청희 기자]

Copyright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