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장은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영수회담 후폭풍을 맞고 있다.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 추진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여권 개편 과정에서 이 대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배제하겠다"는 발언이 퍼지면서 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당원들은 영수회담 당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총리 인사 추천권'을 주고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의 행보를 보인 것에 분노를 표했다.
당원들은 "이건 야당 대표에게 굴욕을 당한 것", "윤 대통령은 국민께 사과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이재명에게 약자가 된 것", "그렇게 한동훈을 죽이려고 용 쓴 게 이재명 대선을 위해 한 짓", "이재명을 위해 한동훈과 원희룡을 버렸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강력하게 윤 대통령을 비난했다.
특히 일부 당원들은 비판을 넘어 윤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일부러 총선 망친 대통령 탈당시켜라", "이재명을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대통령을 탈당시키라"라며 분개했다.
이처럼 여당 내부에서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당을 하부 조직으로 여기는 듯한 윤 대통령의 태도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권영진 국민의힘 대구 달서병 당선인은 "우리 당은 친윤과 친친윤, 친윤하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 뿐이다"라고 한탄했다.
지난해 진행된 전당대회에서는 친윤계 초선 의원 수십 명이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막기 위해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과 손잡은 김기현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윤 대통령과 '한 몸'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된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하자 정치권에선 "다양성을 잃은 종이 진화과정에서 도태되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진영 내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다 보니 당정 간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다"라며 "그럼에도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 임명직이 아니고 대통령과 별도의 선거로 뽑힌 또 하나의 국민 대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사이에 형성된 수직적 관계가 4·10 총선 공천을 받기 전까지만 유효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음 총선이 대선(2027년 3월) 1년 뒤에 실시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새 대통령 임기 초인 허니문 기간에 총선이 치러지는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선을 위해 먼저 대선 승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앞으로 친윤계 등 계파는 무의미해질 것"이라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당정관계가 180도 역전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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