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에서 꼭 봐야할 전시

밀란에서 꼭 봐야할 전시

엘르 2024-04-26 00:00:00 신고

베네치아 유리공예에 경의를 표하며 다양한 기법으로 유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룸.

베네치아 유리공예에 경의를 표하며 다양한 기법으로 유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룸.

4월 초, 봄기운이 찾아오던 서울을 뒤로하고 밀란으로 향하는 여행 길에 올랐다. 돌체앤가바나가 하우스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전시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그 현장을 눈에 담아오겠다는 목적이었다. 이미 여름이 시작된 것처럼 선선한 밤공기가 불어오던 밀란 한복판, 도시에서 가장 역사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팔라초 레알레(Palazzo Reale)에 도착하자 성대한 파티 분위기와 함께 전시 오프닝을 알리고 있었다. 한때 왕족이 머물렀던 궁전이기도 한 팔라초 레알레, 그곳에서 돌체앤가바나는 하우스의 장인 정신을 집대성한 알타 모다(Alta Moda) 컬렉션을 한데 모아 전시에 어울리는 새로운 구성으로 펼쳐 보였다.

전시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NCT 도영.

전시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NCT 도영.

관능적인 슬릿 스커트를 입고 전시에 참석한 문가영.

관능적인 슬릿 스커트를 입고 전시에 참석한 문가영.

이탈리아어로 하이패션을 뜻하는 알타 모다는 이탤리언 쿠튀르를 의미한다. 돌체앤가바나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한 차례 알타 모다 컬렉션을 자체적으로 공개해 왔다.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란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 두 사람은 파리 쿠튀르 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시칠리아부터 풀리아, 포르토피노 등 이탈리아 곳곳의 아름다운 도시에서 며칠에 걸쳐 알타 모다 파티를 여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쿠튀르 세계를 구축했다. 전 세계에서 전용기와 요트를 타고 모인 VVIP 고객과 함께 이탈리아 한 지역에 머물면서 쿠튀르 주얼리 ‘알타 조이엘레리아(Alta Gioielleria)’, 여성 쿠튀르 ‘알타 모다(Alta Moda)’, 남성 쿠튀르 ‘알타 사르토리아(Alta Sartoria)’를 3~4일에 걸쳐 공개하는데, 낮에는 패션쇼를, 밤에는 파티를 즐기면서 이탈리아 특유의 가족적인 문화가 깃든 돌체앤가바나만의 알타 모다를 만들어냈다. 지난 12년 동안 선보였던 알타 모다 컬렉션의 주요 피스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는 돌체앤가바나의 쿠튀르 세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2019년부터 5년간 준비한 끝에 모습을 공개했다. 방대한 알타 모다의 세계를 전시 형식에 맞게 재구성하는 일은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인 플로렌스 뮐러(Florence Mller)가 맡았다. 그녀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자들이 작품 하나하나에 다가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시칠리아 블랙과 황금의 풍족함을 담은 공간.

시칠리아 블랙과 황금의 풍족함을 담은 공간.

알타 모다 컬렉션 수트 드로잉.

알타 모다 컬렉션 수트 드로잉.

“패션쇼는 너무 빨라요. 모델은 우리 눈앞에서 ‘휙’ 지나가버리죠. 알타 모다 컬렉션은 그런 방식으로 감상할 수 없어요. 심지어 사진으로도 그 진가를 알 수 없죠. 오직 눈앞에서 가까이 다가갔을 때 비로소 알타 모다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죠.” 그녀는 돌체앤가바나 알타 모다 컬렉션의 주요 피스를 열 가지 키워드로 분류하고, 각각의 키워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열 개의 방이 이어지도록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 입구에는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어주는 디지털 아트워크 세 점을 배치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큐레이션을 맡은 플로렌스 뮐러.

큐레이션을 맡은 플로렌스 뮐러.

알타 모다 컬렉션을 완성하는 과정의 스케치와 패브릭 보드.

알타 모다 컬렉션을 완성하는 과정의 스케치와 패브릭 보드.

본격적인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방의 주제는 ‘Handmade’. 알타 모다에 깃든 수작업의 가치, 핸드메이드 정신에 경의를 표하는 공간이다. 정교한 자수와 드레이핑부터 핸드페인팅에 이르기까지 예술적인 표현 기법으로 가득한 쿠튀르 피스가 공간을 메우고 있다. 주변에는 아티스트이자 배우 안 즈엉(Anh Duong)의 그림이 걸려 있는데, 명화를 재해석하거나 알타 모다의 풍경을 그린 각각의 그림 속에 안 즈엉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어 그림 속 그녀를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쨍그랑’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는 두 번째 방의 주제는 ‘The Art and Craft of Glassworking’. 베네치아 지역의 전통 유리공예에서 영감을 얻은 알타 모다 피스가 이 공간에 모여 있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투명한 크리스털 비즈가 주렁주렁 달린 쿠튀르 드레스, 반짝반짝 빛나는 시퀸을 빼곡하게 수놓은 턱시도 수트, 알록달록한 색유리처럼 반투명한 패브릭 아플리케를 더한 미니드레스를 통해 유리의 단단함과 투명함, 연약함을 표현하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패브릭을 입체적으로 가공해 고대 그리스 조각상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패브릭을 입체적으로 가공해 고대 그리스 조각상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섬세한 장인 정신으로 완성되는 알타 모다 컬렉션.

섬세한 장인 정신으로 완성되는 알타 모다 컬렉션.

열 개의 공간 중 가장 화려한 시각효과를 자랑하는 곳은 바로 일곱 번째 방 ‘Sicilian Traditions’ 룸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의 풍요로운 색채와 패턴은 돌체앤가바나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이국적인 시칠리아 코드를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마요리카 장인이 손으로 그린 타일을 전시공간의 벽과 바닥 전체에 붙여 공간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압도적인 총천연색을 전달한다. 이 밖에도 헬레니즘과 고대 그리스 신화, 바로크와 르네상스, 비잔틴 대성당부터 장인들의 아틀리에까지 돌체앤가바나 알타 모다 컬렉션으로 가득한 열 개의 공간은 이탈리아의 역사와 지역을 가로지르는 여행의 경험을 선사한다. 그 끝에 여정을 마무리하는 열 번째 방은 오페라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탈리아 극장의 내부처럼 진홍색 커튼이 드리워진 단상 위에는 〈토스카 Tosca〉부터 〈노르마 Norma〉, 〈아이다 Aida〉 등 유명 오페라 작품을 재해석한 룩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를 통해 돌체앤가바나가 보여준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궁금하게 만드는 엔딩이었다.

“오페라를 통해 돌체앤가바나의 ‘상상의 세계(World of Imagination)’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플로렌스 뮐러는 이번 전시를 ‘From the Heart to the Hands: Dolce & Gabbana’라고 이름 붙였다. 이탤리언의 깊은 열정에서 시작해 장인의 섬세한 손끝으로 완성되는 돌체앤가바나 알타 모다의 탄생 과정을 담은 타이틀이다. 팔라초 레알레의 밤이 깊어지자 전시를 기념하는 오프닝 이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팝스타 셰어를 비롯해 데미 무어와 나오미 캠벨, 이번 전시를 기념해 한국에서 찾아온 글로벌 앰배서더 문가영과 NCT 도영까지 한자리에 모여 전시를 감상하고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대한 파티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돌체앤가바나가 매년 선보여 온 알타 모다 이벤트에서도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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