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전시관] 한솔비 작가 개인전 ‘바다의 은유: 부드러운 단단함’ ...푸른 빛 초대

[NC전시관] 한솔비 작가 개인전 ‘바다의 은유: 부드러운 단단함’ ...푸른 빛 초대

뉴스컬처 2024-04-25 16:18:04 신고

[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파랗다, 푸르다, 새파랗다, 파릇파릇하다, 파르스름하다… "

우리나라에서 파랗고 푸른빛을 정의하는 수식어는 매우 다양하다. 표기와 발음은 조금씩 다를지언정 속뜻은 시원하고 청명한 색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선호하는 취향과 관계없이 푸른빛 대상은 보고만 있어도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개운한 매력을 발산하기에 누구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호의적으로 다가온다. 

한솔비 작가의 개인전 ‘바다의 은유: 부드러운 단단함’ 포스터. 사진=갤러리 도스
한솔비 작가의 개인전 ‘바다의 은유: 부드러운 단단함’ 포스터. 사진=갤러리 도스

바다는 푸른 이미지를 대표할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이며 자연이 낳은 가장 원초적인 산물이다. 그 산물은 육안으로 짐작할 수 없는 아득한 깊이 속 끊임없이 운동하는 파도를 생산하고 고유한 운율에 맞추어 넘실거린다. 인간이 살아가는 형식과 달리 어떠한 대가나 목적 없이 그저 흐르고 본래의 모양을 유지할 뿐이다. 휘몰아치는 너울의 동(動)과 바람과 햇살에 몸을 실어 잔잔해지는 정(靜)이 공존하는 단단함과 부드러움 속 자연의 근본을 유지하는 바다는 견고하고 굳건한 불변의 진리를 상징한다. 한솔비 작가는 바다가 지닌 절대성에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찬양하고 경외하며 성찰한 가치를 고스란히 작품에 싣는다. 정온하지만 힘찬 바다와 같이 침묵 속 자리한 과감한 에너지를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작품은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푸른 빛으로 제작되었으나 각각이 가진 의미와 가치가 다르다. 작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작품마다 목적과 취지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가령 ‘비에서 맑음으로의 여정’시리즈에서는 삶의 시련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회복력과 인내심을, ‘시선’시리즈에서는 본인이 사유한 정체성과 성찰을, ‘탄탄한 경계, 해방된 성장’에서는 성장배경에 큰 영향을 미친 아버지로부터 질서정연한 가르침과 변함없는 지지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함축한다.

이 밖에도 다른 작품 모두 역동 속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큰 줄기를 가지되 잔가지들 속에서 작가가 직접 자각한 수많은 삶의 형태를 드러낸다. 포괄적인 푸른 계열에서 범위를 넓혀 색상의 여러 깊이와 밀도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따뜻함과 온화함의 본질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속이 맑고 환히 드러나는 재료의 특성을 강조하여 관계의 정직함과 진실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작가는 높은 점도와 투명도를 지닌 레진의 물성을 푸른 색상과 접목하여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설득력을 뒷받침하고 나아가 작품의 출발부터 완성까지의 모든 단계와 그 의미를 일치시킨다. 더불어 경화 후 완벽하게 밀착되어 고정된 형태를 유지하는 작품은 스쳐 지나가는 동적인 과정과 순간들 사이에서 끝내 본질에 다다라 흔들림 없는 확고한 핵심을 갖추고 있음을 표상한다. 작가는 페인팅과 설치 분야를 폭넓게 소화하며 시각의 영역을 최대치로 구현하고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의 진정한 의미와 강인함을 가지각색의 관점으로 시각화한다. 

색은 우리가 목격하는 삶 어디서든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인간의 미세한 감정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만큼 색이 상징하는 의미와 해석은 무구하다. 한솔비 작가는 각종 색상 중 바다가 가진 파란색에 초점을 두어 우리를 푸른 빛 고요한 심해 속으로 인도한다. 한없이 부드럽고 거칠 것 없이 단단하게 요동치는 물결에 스스로 바라보는 세상을 비추어 푸름을 표면에 보이는 빛깔 이상의 의미로 여겨지게 한다. 소란스러움에서 멀어져 침묵 속 잔잔한 파동과 함께 느껴지는 평온함, 물밀듯 솟구치는 기운은 작품에서 바다와는 또 다른 무형의 방식으로 다가와 관객을 자극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본인의 인생사를 되돌아보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찰을 지향하여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탐색한다. 더불어 우리가 간직해야 할 진귀한 가치와 현실의 유혹 속 잃어서는 안될 자세를 일러주며 불완전하고 격동적인 삶에서 바로잡아야 할 균형을 감각적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는 바다의 은유에 귀 기울여보고 작품의 겉모습 너머를 헤아려 본질에 다다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작가가 푸른 빛을 고유의 방식으로 해석한 것처럼 각자의 은유법을 지금의 삶에 도입해 보기를 소망한다. 

한솔비 작가의 개인전 ‘바다의 은유: 부드러운 단단함’은 5월 1일부터 7일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단 하나의 오점_72.7×100×4cm_에폭시 레진_2024
단 하나의 오점_72.7×100×4cm_에폭시 레진_2024
비에서 맑음으로의 여정 3_183×125×4cm_에폭시 레진_2024
비에서 맑음으로의 여정 3_183×125×4cm_에폭시 레진_2024
삶 오르고 내리는 것_90×120×4cm_에폭시 레진_2024
삶 오르고 내리는 것_90×120×4cm_에폭시 레진_2024
시선 2_72.7×100×4cm_에폭시 레진_2024
시선 2_72.7×100×4cm_에폭시 레진_2024
탄탄한 경계, 해방된 성장1(1)_29,29,43(cm)_에폭시 레진_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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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마음, 올곧은 관계_100×10×1cm_에폭시 레진_2024
투명한 마음, 올곧은 관계_100×10×1cm_에폭시 레진_2024

글=최서원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사진=갤러리 도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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