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밸류업과 행동주의⑥] 대주주-행주펀 무승부...KT&G 집중투표제가 던진 화두

[K-밸류업과 행동주의⑥] 대주주-행주펀 무승부...KT&G 집중투표제가 던진 화두

데일리임팩트 2024-04-25 09:09:27 신고

백복인 KT&G 전 대표이사가 지난달 28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의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사진=KT&G
백복인 KT&G 전 대표이사가 지난달 28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의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사진=KT&G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행동주의가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줬다는 점이 올해 가장 큰 변화”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지난 8일 데일리임팩트 주최로 개최한 행동주의펀드 포럼에서 FCP(플래시라이트캐피탈)가 IBK기업은행의 주주제안 후보를 KT&G 이사회에 진입시킨 것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FCP는 앞서 KT&G 주주총회에 이상현 FCP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그러나 주총 3주전인 지난달 3일 이 대표는 자진 사퇴했다.

이 대표는 당시 사퇴 사유에 대해 “중요한 건 주주를 위해 CCTV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표 분산을 막고, 이번 기회에 주주의 식견을 갖는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반드시 뽑히도록 전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주주총회 이사 선임은 각 선임 후보별 찬반 투표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KT&G 주주총회 이사회 선임 건은 집중투표제로 진행되며 후보 4명 중 다득표자 2명이 뽑히는 형태로 바뀌었다. 주주들은 해당 안건에 한해 1주당 의결권 2개를 받았다.

사측은 사내이사 후보로는 방경만 사장을, 사외이사 후보로는 임민규 당시 후보를 내세웠다. 기업은행과 FCP는 각각 손동환 이사와 이 대표를 후보로 제안한 상황이었다.

지난해말 KT&G 지분 구조 / 그래픽=김민영 기자
지난해말 KT&G 지분 구조 / 그래픽=김민영 기자

KT&G는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 기업인데다가, 기업은행이 지난해말 기준 7.11%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후보가 4명인 상황에서 이사회 진입을 장담하긴 어려웠다. 사내기금 및 산하재단 등 사측 우호지분이 18.3%였기 때문이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 6.64%)도 방 사장과 손 이사에 동일한 표를 나눠줘 중립을 지킨 상황이라, 외국인 등 소액주주 표심(59.3%)을 한 곳에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이 대표가 사퇴하며 기업은행은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득표율은 △방경만 46% △손동환 30.9% △임민규 13.4%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

안효섭 한국 ESG연구소 본부장은 포럼에서 “이 대표의 사임으로 표가 집중돼 주주제안이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주주제안 성공했지만...경영권 방어 악용 평가도

포럼에 참여한 연사들은 FCP의 후보 사퇴 결정과 이에 따른 주주제안 성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데일리임팩트에서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1층 EC룸에서 ‘행동주의와 그 적들 시즌2’라는 주제로 자유 토론회를 개최했다. (안효섭 한국ESG연구소 본부장) 사진. 김민영기자
데일리임팩트에서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1층 EC룸에서 ‘행동주의와 그 적들 시즌2’라는 주제로 자유 토론회를 개최했다. (안효섭 한국ESG연구소 본부장) 사진. 김민영기자

안 본부장은 “이사회 진입은 FCP가 장기간 주주활동에 참여한 성과”라며 “주주들의 입장을 대변할 사외이사가 선임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측이 아닌 주주가 제안한 독립된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함으로써 경영진 감시·견제를 기대된다는 것.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경영권을 물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내이사도 경쟁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져줬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일한 사내이사로 나선 방 사장이 사외이사 후보들과 표결에 나섰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집중투표제가 주주제안 성공의 요인인 건 맞지만 동시에 경영진에게도 유리한 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찬반 투표에서 2등 투표로 바뀐다는 점에서 집중투표제는 경영진 방어에도 유리한 면이 있다”며 “KT&G가 주주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주영 변호사도 “집중투표제가 오히려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법 및 KT&G 정관에 따르면 이사 선임 결의는 주주총회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가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집중투표제의 경우 과반의 동의가 없어도 다득표순으로 당선되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는 것.

특히 KT&G의 경우 주주총회 전부터 방 사장의 선임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평가도 나온 바 있다. 2등 안에만 들면 선임되는데 3명중 2명이 KT&G 측이 제안한 후보였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 남은 과제는?

포럼에서는 집중투표제의 사내외이사 동시 선출 방식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김 교수는 “KT&G의 경우 사내외이사를 한번에 뽑아 사내이사 선임이 아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했다”며 “향후 법률적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후보가 4명일 당시 방 사장이 선임이 안 될 경우 대표이사가 없는 이른바 경영공백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사내외이사를 구분해 따로 뽑지만 외국은 이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며 국내외 이사 선임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프록시보트의 의결권 행사지 예시. 찬성(For), 반대(Against), 기권(Abstain)이 표시돼 있다. / 사진=프록시보트
프록시보트의 의결권 행사지 예시. 찬성(For), 반대(Against), 기권(Abstain)이 표시돼 있다. / 사진=프록시보트

일각에서는 집중투표제 시행 시 외국인 주주의 표 왜곡 논란도 제기된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1주당 의결권이 선임 이사 수만큼 부여되는데 외국인 주주들은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이 이용하는 의결권 행사 사이트에서 단순 찬반 의사 표명만 가능하다는 것.

기업은행 측도 주주총회에서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투표 사이트에서 시스템상 집중투표제가 구현되지 않아 표결에 2배수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지난 주총에서 표결에는 참여했지만 집중투표제 안건에 참여하지 않은 표는 1738만8478표(9.5%)였다.

KT&G는 예탁결제원에 외국인 집중투표제 문제 해결을 요청해 시스템을 완비했다고 답변한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KT&G는 예탁결제원 시스템 개선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설명”이라며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프록시보트·엣지 등 플랫폼에 집중투표제가 반영될 수 있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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