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SK하이닉스, 보고 배워라"

삼성전자 노조 "SK하이닉스, 보고 배워라"

데일리임팩트 2024-04-24 17:04: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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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이건희 회장은 회사를 만들어온 직원들에게 그 값을 치뤘습니다. 지금 이재용 회장은 어떤가요?"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삼노에 소속된 조합원들이 최근 사측이 제시한 임금 5.1% 인상안에 거부했다. 삼성전자 역사상 노사 간 임금협상이 이같이 삐그덕거리건 최초의 일이다.

업계는 반도체 사업 부진에 따른 성과급 미지급이 갈등의 불씨를 키운 것으로 지목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약 15조원 가량의 적자를 냈다. 올 초 성과급을 받지 못한 직원들의 반감이 임금협상 난항으로까지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전삼노는 지난 17일 수원에서 단체행동을 진행한데 이어 다음달 24일에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차 집회를 예고했다. 24일 기준 전삼노 가입자는 2만7562명까지 증가했다. 반도체 사업(DS) 구성원들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한국에서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앞둔 삼성전자가 우선 노사갈등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먼저 해결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전삼노에 소속된 조합원 845명이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에 거부했다. 이들은 사측이 최종 임금 인상안으로 제시한 5.1%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연봉 계약을 거부한 구성원들 대다수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소속이다.  

사측(5.1%)과 노조측(6.5%)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안은 고작 1.4% 차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배부른 삼성전자 노조가 생떼를 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전자는 환율과 유가 변동성이 심해진 글로벌 경영환경 대응을 위해 최근 임원 주6일제 근무를 선언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직원 임금 5.1% 는 적절한 인상폭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900여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구성원들이 임금 협상을 거부하는 데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임금 인상률이 아닌 성과급과 관련한 불만, 경영전략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현 임원진에 대한 분노 등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17일 경기 수원 삼성전자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집회현장.  /사진=전삼노
17일 경기 수원 삼성전자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집회현장.  /사진=전삼노

전삼노 관계자는  "사측이 제시한 5.1% 는 임금 인상률 평균치로 모든 직원이 이 수준의 임금 인상을 적용받는게 아니라 직원별로 다르다"라며 "더 큰 문제는 PS(초과이익성과급)에 있는데, PS를 못받으면 연봉은 3분의1 토막이 나서 실질적으로 타격이 크다"라고 말했다.

PS는 연간 실적에 따라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삼성전자 DS부문 직원들은 지난해 반도체 사업 적자로 올 초 지급되는 성과급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반면 모바일(MX), 영상디스플레이(VD), 생활가전(DA) 등 주요 사업부는 각각 실적에 따라 최고 12%에서 최대 50%의 성과급을 챙겼다.   

다만 삼성전자 DS 부문 직원들이 내부 다른 부서와 비교해 성과급에 불만을 갖는 건 아니다. 오히려 원인은 외부, 반도체 사업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소속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 반면 SK하이닉스는 그간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적자에도 불구 격려금 지급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는 것이다. 사측이 시설이나 인프라 등에는 수백조원을 투자하면서 정작 직원 휴가 등 복지 등의 투자에는 소홀하다는 점도 문제 삼는다. 

전삼노 다른 관계자도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경쟁력이 삼성전자를 추월한 건 적자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원들을 그만큼 대우해줬기 때문"이라며  "과거 이건희 회장은 나와 함께 회사를 만들어온 직원들에게 그 값을 제대로 치뤄오며 인재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는데 지금 이재용 회장은 어떤가"라고 되물었다.  

불투명한 성과급 체계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가령 SK하이닉스는 반도체로 1조를 벌든 10조를 벌든 성과에 따라 차등으로 성과급을 주는 구조인데 반해 삼성전자는 25조 이상 벌어야 주는 구조"라며 "이 경우 24조를 벌어도 직원은 단 한푼도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이 7조7303억원에 달하며 직원들에게 올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적자 탈출에 성공하며 올 초 임직원들에게 인당 격려금 200만원과 자사주 15주를 제공했다.

지난해 8월에도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 적자에도 불구 위기극복 격려금으로 인당 120만원씩을 지급했다. 이는 영업손실을 보더라도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전에 제도를 개선한 덕분이다.

경영 전문가는 반도체 인재 경쟁이 치열한 현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성과급 체계를 손 볼 때라고 조언한다. 반도체 사업은 고급 인력 확보가 중요하고 우수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선 대내외 환경을 고려한 적절한 보상 제도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과급이란 기업의 성과에 기반하여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부분"이라며 "현재 삼성이 성과급 지급안이나 이에 대한 매뉴얼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면 이번 기회에 성과급 지급 세부안을 마련해 이러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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