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나쁜 사람인데 기억하면 뭐합니까."
영화 '범죄도시4'에서 역대급 전투력을 자랑하는 빌런 '백창기'로 열연한 배우 김무열이 이렇게 말했다.
최금 김무열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범죄도시'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무열은 '범죄도시4'에서 빌런 백창기로 분했다. 백창기는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이다. 과거 잔혹한 살상행위를 저질러 퇴출당한 인물로 눈빛부터 살기가 가득한,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냉혈한이다.
특히 지금까지 등장한 '빌런'에 비해 기술적으로 최상위의 격투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시그니처 액션인 마지막 1대 1 대결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계속해서 '역대급 전투력'을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을까. 그는 "처음부터 '백창기'가 최고의 전투력을 가진 빌런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하지 않았다. 전작의 빌런들과 비교하며 시작하지 않았다"라며 "'최강 빌런' 키워드는 배우들과 모든 스태프, 제작진이 결과물을 보고 만든 것이다. '백창기'의 전투력은 극장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단 마지막 마석도 펀치의 통쾌함을 위한 장치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이어 김무열은 "전편 빌런들과 비교해서 부담감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럴 수도 있다. 반대로 전편 빌런이 잘해줘서, 어떻게 하면 되고 안 되고가 명확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힌트를 가지고 차별성 있게 준비하려고 했다. 다른 빌런들이 악이나 깡, 분노를 그대로 표출했다면, 백창기는 그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억누르다 한순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무열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역할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죽일 때 행동은 극명한데, '속'이 보이지 않더라"라며 "사실 역할만 봤다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동석 형의 존재, 박지환 형 등 동료들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김무열은 "사실 배우들은 이런 전사가 없는 역할에 대한 어려움이나, 연기가 안 풀린다 싶을 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찾기가 힘들다. 되게 외롭다"라며 "과거 연극이나 뮤지컬을 할 때는 긴 연습 기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고민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반면 드라마나 영화는 각자 캐릭터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무열은 "'범죄도시4'에 임할 때는 믿을만한 형들이 있어서 같이하면 뭔가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 특히, 작품은 나 혼자 하는게 아니라 공동작업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걸 오랜만에 실감 했다"라며 웃었다.
'백창기'는 격투 시 단검을 무기로 쓴다. 이에 대해 김무열은 "예전에 단검을 쓰는 무술을 배운 적이 있다. 맷 데이먼 영화 '본 시리즈'와 웨슬리 스나입스의 '블레이드' 시리즈도 참고했다. 해당 작품에서 50cm 정도 되는 쌍칼이나 단검을 사용하는 모습이 나온다"고 했다. 아울러 "'범죄도시4'를 찍기 전에 '스위트홈' 2, 3를 촬영했다. 특수부대 중사 캐릭터를 연기 했는데 당시 함께 했던 배우 중에 실제 UDT, 해병대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과 다 같이 격투 훈련을 받았다. 그게 의도치 않게 '범죄도시4'까지 이어졌다. '백창기'를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무열은 영화 '악인전'에 이어 '범죄도시4'에서 마동석과 재회했다. '악인전'에서는 김무열이 형사, 마동석이 조직 폭력배 두목이었다. 이번엔 역할이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김무열은 배우로, 또 제작자로도 열정을 다하는 마동석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마동석 형님은 성실함과 열정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며 "매일 1~2시간 쪽잠 자고 촬영장에 나오시더라. 밤새 촬영에 대해 고민한 거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새벽 3시쯤 문자가 와 있다. '내일 찍을 건데 봐봐'라며 몇 가지 버전을 보내 주신다. 쉬는 날에도 뭐하냐고 여쭤보면 다음 작품 준비하고 계시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김무열은 "그냥 놀랍다. '사람이 어떻게 이러고 살지' 싶더라. 자신의 일만 보고 사는 사람 같다"라며 "잘 됐고, 어느 정도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 아닌가. 아직까지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성실하게 하는 그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 캐릭터고 뭐고 모든 면에서 독보적이다"라고 했다.
김무열은 "'범죄도시4'는 아는 맛, 먹어본 맛, 검증된 맛 아닌가. 맛있다"라며 "마석도라는 매력적인 인물이 주는 익숙함이 최대 강점이 아닐까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담담하게 개봉을 기다린다. 촬영 이후 1년 동안 배우, 스태프, 제작진 모두 하루빨리 관객을 만나길 기다렸다"라며 "작품은 저희 것이 아니라 관객의 것이다. 비로소 관객을 만나야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무열은 '어떤 빌런으로 남고 싶나'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범죄도시' 시리즈를 보면 각 빌런마다 명대사가 있지 않나. '백창기'는 워낙 말이 없다. 저는 캐릭터보다 영화 자체가 재미있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나쁜 사람 기억해서 뭐 하나"라며 웃었다.
'범죄도시'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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