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쇼크' 韓 반도체 강타… 삼전·SK하이닉스 조정 불가피

반도체주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10% 넘게 급락하면서 시장에 적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엔비디아 쇼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주요 종목들도 급제동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급락에 대해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중동 리스크 등 대외적 요소와 AI 인기에 따른 주가 과열이 정점에 달하면서 차익 실현 매물들이 출회하는 등 투심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여파로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의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84.71달러(10.0%) 하락한 7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800달러선을 하회한 것은 올해 2월29일(791.12달러) 이후 처음이다. 이 여파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역시 단 하루만에 약 300조원이 공중분해됐다. AMD(-5.4%), 인텔(-2.4%), 퀄컴(-2.4%)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이번 엔비디아 주가 및 반도체주 폭락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고물가 상황 지속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기술주들이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말한다. 또 반도체 업계의 ‘슈퍼을’로 통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이 올 1분기 기준 전분기 대비 27% 매출 하락을 보인 점 등이 투심을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에도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간 생성형 AI 인기로 주가가 고점을 향해 달리면서 과열된 부분이 있어 그간 급등한 기술주들의 차익실현이 쏟아져나왔다는 분석도 지지를 받고 있다.

케빈 고든 찰스슈왑 애널리스트는 “연초 상승세를 보였던 기술주들의 흐름이 거꾸로 흐르는 중”이라며 “기술주를 대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엔비디아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절대적인 시장 존재감을 보인 기업인 만큼, 이 기업과 연관된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도 하락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22일 오후 12시15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300원(1.68%) 내린 7만6300원, SK하이닉스도 5300원(-3.06%) 내린 16만8000원을 나타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HBM의 경쟁 심화가 가중되면서 판매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SK하이닉스의 점유율 하락 등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주가 추가 상승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반도체 업종의 올해 당기 순이익만 40조700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1년 49조원과 비교했을 때 10조원 정도 밑돌지만 주가는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현재 바닥을 통과하고 있으며 업종 실적 역시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내달 22일 예정인 엔비디아의 올 1분기 실적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년도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뛰어 넘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주가 급등을 이뤘다. 미국 등 글로벌 증시 전문가들 역시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상승 랠리가 추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비디아에 대한 평균 목표주가를 972.95달러로 보고 있다.

홍승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