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3조원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이스라엘 교전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지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시가총액 127조원이 증발했지만, 국내 대표주 삼성전자에는 외국인 자금이 지속 유입된 것이다. 향후 국내 증시에서 급작스런 자금 이탈 등 외국인 자금 향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약 2조9600억원이다. 14거래일 중 3거래일을 제외하곤 모두 순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18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보이다가 최근 들어 일부를 순매도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는 현대차는 이 기간에 약 4034억원 규모의 외국인 순매수세가 유입됐다. 외국인들은 지난 4일부터 하루를 제외하곤 계속 현대차를 온전히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이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은 현대차 주식의 7배를 웃돈다. 그러나 외국인의 순매수세에도 삼성전자는 '8만전자' 왕관을 반납하고 지난 17일 7만원선으로 주저앉았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중동 전쟁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터치하자 금융시장의 악재에 짓눌린 탓이다.
지난 19일 한국 증시는 금리 불안과 중동 공격 소식에 하락했는데, 특히 이날 오전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는 소식에 환율과 유가가 동반 급등하며 지수가 3%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환율은 여전히 1380원대를 웃돌며 주식시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전달보다 154.77포인트(5.63%) 하락했다. 코스피 전체 시총은 127조1220억원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악재가 지나가면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시각이다.
임승미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투자유망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포함한 10개 종목을 꼽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 위험이 완화 수순에 들어가면 호실적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갈 것"이라며 "반도체, 유틸리티, 운송, 필수소비재는 올해 이익 변화율이 개선 중이라는 점에서 호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변동폭을 키운 악재들도 고비를 지났다는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큰 고비를 넘는 분위기로 이번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으로 이스라엘-이란간 전면전 리스크는 일단 수면 아래 놓이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며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 후퇴에 따른 충격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파월 의장을 포함한 미 연준 인사들이 금리인하 신중론을 넘어 금리인상 우려까지 내비치는 등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 충격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지만 이 역시 충격이 어느 정도 소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식시장을 제외한 국채 금리, 달러와 신용스프레드 흐름은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