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전시관] 김리현 작가의 ‘Decentral dogma’展...입체적 욕망

[NC전시관] 김리현 작가의 ‘Decentral dogma’展...입체적 욕망

뉴스컬처 2024-04-18 16:40:17 신고

[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인류는 현재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인류의 발전은 여전히 지속 중이며 외부에 적응하고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아 점차 변혁의 구조를 달리하고 있다.

문명과 과학이 발달하기 전 인류는 생물학적 측면을 기반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이주와 정착 속 다양한 조건에서 생존의 기본이 되는 식욕을 충족하고 사냥과 채집, 도구의 사용법을 두루 익혀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입체적인 생활을 연명할 수 있었다. 

김리현 작가의 ‘Decentral dogma’展 포스터. 사진=갤러리 도스
김리현 작가의 ‘Decentral dogma’展 포스터. 사진=갤러리 도스

서바이벌의 세계에서 약한 종은 도태되고 더 강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종만이 살아남는 자연의 섭리에 길들여지자 우리의 몸은 본능을 다스리는 법에서 멈추지 않고 인지와 지각,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능해진 지점까지 진취하였다. 아주 먼 과거로부터 데이터를 축적하여 지금의 사회에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도록 성장한 것이다. 행동을 분석하고 삶의 질을 판단하여 더 가치 있는 생을 지향하는 욕구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지능으로부터 비롯된다.

더 나은, 더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아주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욕망은 인류의 최초 진화 시점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본질이자 내실이다. 김리현 작가는 인류의 역사를 인간의 욕망과 접목하여 작품에 반영한다. 작품을 통해 고등 영장류에 접근하는 작가만의 방식을 헤아릴 수 있다.

인류의 겉모습이 변화한 양상은 많은 이들이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부는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작가는 인간의 골격 중 가장 견고한 요소인 뼈를 주제로 마음속 욕망의 모습을 나타낸다. 섬세하고 정교한 구조인 뼈를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레진을 이용하면서 다각도로 작품을 두각화한다. 

작품은 인간의 존립과 욕망이 밀접하게 연결된 뼈의 프레임으로 이루어진다. 사회적 지위를 여실히 드러내듯 발뒤꿈치에 높이 자리한 뼈는 당당히 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각종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된 반지가 한가득 끼워진 손은 인간의 끝없는 과욕을 상징한다. 이미 다른 손가락에 비해 기묘하게 늘어난 약지는 더 이상 반지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변이된 상태이며 두개골에는 사치의 대명사인 왕관이 하염없이 씌워져 머리뼈 가장 끝에 놓인 관이 아슬아슬할 정도이다. 

작가는 인간의 욕망으로 부와 명예, 권력을 내세워 작품에 수직적으로 노출하면서 사회에 팽배한 위계질서와 탐욕을 꾸짖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도드라진 왕관과 반지의 금속 물질, 뼈의 윤곽과 내구성을 한데 채우는 요철들은 작품의 구조와 실물을 더욱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인체에 현존하는 골(骨)을 바탕으로 욕망이라는 단어 자체에 목적을 두어 형상화하고 관객에게 그 실체에 대하여 화두를 던진다. 

모든 인간은 자연에서 선택되어 삶을 부여받았고 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저마다의 욕망을 품는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처럼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욕구의 크기는 어림잡기가 불가능하다. 달고 작은 초콜릿 하나를 가지게 되면 더 크고 맛있는 초콜릿케이크를 맛보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주어진 것에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곳에 닿으려 하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욕심이 뿌리내리는 순간 우리의 몸도 마음도 전부 만족을 향해 맞추어지고 변화하게 된다. 

김리현 작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인류의 흐름과 그에 비례하는 욕망에 초점을 두어 점진적으로 융기하고 돌출되는 뼈들을 고찰한다. 작품은 우리가 엑스레이 영사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 심연에 있는 내적 욕망을 비추고 표피가 벗겨진 본성을 첨예하게 조명한다. 부족과 결핍에서 우러나오는 야심 찬 감정은 작가의 손에서 가감 없이 포장이 완벽히 벗겨진 얼굴을 한 채 찬란히 탄생한다. 

이번 전시에서 감추어진 인간의 본모습을 선연히 받아들이고 간직했던 욕망이 몸속에서 어떤 형태로 진화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작품을 몸소 느끼며 몸속 세포와 조직 하나하나가 전부 스스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환기해 보기를 소망한다.

김리현 작가의 개인전 ‘Decentral dogma’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Homo Desiricus, 레진, 30x30x30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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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Desiricus, 레진, 20x45x50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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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Desiricus, 레진, 30x40x5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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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Desiricus, 레진, 60x50x175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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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Desiricus, 레진, 가변설치,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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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서원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사진=갤러리 도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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