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정연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 9조원을 확정받으면서 미국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앞서 보조금 규모가 확정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과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도 투자액을 늘리면서 빅테크 안방인 미국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각)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64억달러(9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제정된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52조원),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17조원) 등 5년간 총 527억달러(72조원)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아시아에 몰려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겨오겠다는 취지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인텔과 TSMC에 각각 85억달러(11조8000억원), 66억달러(9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인텔, TSMC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다만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로 따지면 삼성전자가 15%, TSMC가 10.2%, 인텔이 8.5%로 가장 높다.
이에 화답해 삼성전자도 미국 내 투자액을 2030년까지 450억달러(62조원) 수준으로 늘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추가 투자를 통해 더해 반도체 생산시설을 하나 더 짓고, 첨단 패키징 시설도 설립할 예정이다.
연내 완공되는 첫 번째 공장은 2026년부터 4나노 공정과 차세대 2나노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두 번째 공장은 2027년부터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로 미국 텍사스 중부의 첨단 반도체 생태계 역할을 공고히 하게 됐다”며 “최소 2만1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인텔과 TSMC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냈다. 인텔은 앞으로 5년간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에 1000억달러(139조84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초미세 공정이 가능한 생산시설과 R&D 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앞서 인텔은 올해부터 1.8나노, 2027년부터 1.4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TSMC 역시 당초 400억달러(56조원)로 계획했던 투자 규모를 650억달러(91조원)로 확대한다. TSMC는 오는 2028년까지 애리조나주에 1~4나노 공정이 가능한 생산시설을 건설한다.
이로써 전 세계에서 3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을 확보한 파운드리 업체 3사가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미국에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들이 몰려 있는 만큼 이들로부터 수주를 이끌어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가 받게 될 보조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5조4000억원)를 투자해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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