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존폐 위기 호소…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물건너가나

중소기업 존폐 위기 호소…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물건너가나

한스경제 2024-04-15 13:3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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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박시하 기자
국회의사당 전경. /박시하 기자

[한스경제=박시하 기자] 21대 국회 임기를 50여일 남기고 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자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가 물 건너갔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도 중소기업계는 정부와 여당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고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은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가 올린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 동의가 10만 명을 넘기면서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김용균 씨는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던 중 안타깝게 숨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1년 1월 8일 국회를 통과했고, 2022년 1월 17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유예를 받아 올해 1월 27일부터 해당 법이 적용됐다.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유예 기간 동안 정부의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자체적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위한 대책 마련이나 인력 채용이 어렵다며 유예 기간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총선 참패로 유예 연장이 불투명해졌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규모를 고려해 이미 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한 상황에서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계는 지난 1일 헌법재판소에 중대재해처벌법의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 부과와 과중한 부담을 근거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 9곳과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 전국 각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참여한 헌법소원심판을 통해 규정의 명확화와 처벌 수준의 합리화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최소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헌법소원심판 결과를 기다리다가 경영난이 악화돼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한 자동차부품사 관계자는 “지게차에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작업자들의 요청에도 문제가 있는 설비를 수리하지 않고 가동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사업장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비용이나 인력 채용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따져봤을 때 그동안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정부나, 대책이 없다고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법을 강행하려는 여당 모두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은 똑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다가 문을 닫게 될 것이고, 최악에는 작업자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취지로 도입된 법이 결국에는 작업자의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다”며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하고 사업주들이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도 당연한 것이지만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을 중소기업이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정부와 여당이 협력해 중소기업의 이야기를 듣고 합리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가 말도 안되는 것은 물론 노동자들의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위해 법적으로 기업의 안전 투자를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언급한 정부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 잡혀서는 안 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현장에서 숨지는 노동자들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과 야당, 중소기업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50인 미만 사업장들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후의 상황에 묻는 질문에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보니 영세한 곳이 대부분이고 50인 이상인 사업장에 비하면 매출액 등을 봤을 때 현저하게 차이나는 부분들이 많다”며 “인력을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력에 예산을 활용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기간 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아직 중소기업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일부 기업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컨설팅을 받고자 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갈뿐더러 최근에 안전관리자 관련해서 업계 수요가 많다 보니까 인건비도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인들이 법 자체만 봤을 때 이 정도는 준비를 해야 처벌을 안 받고 산업재해 예방을 할 수 있겠다는 어느 정도의 예측 가능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현재 법령상으로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적지 않”며 “처벌 내용이 하한형으로 규정돼 불의의 사고인데도 불구하고 고의과실처럼 형 집행이 이뤄져 그런 부분들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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