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저는 애피타이저입니다. 캐릭터에 욕심내지 않았죠."
영화 '댓글부대'로 극장 관객을 만나는 배우 손석구가 이렇게 말했다. 최근 손석구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댓글부대'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드라마다.
손석구는 자신의 오보가 조작된 것임을 알고 판을 뒤집기 위해 댓글부대를 파헤치는 기자 '임상진' 역을 맡아 존재 자체로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그는 "'댓글부대'에서 관객들이 본격적으로 빠져드는 시점은 '팀알렙' 3인방 찻탓캇(김동휘), 찡뻤킹(김성철), 팹택(홍경)이 등장하면서부터라고 생각한다"라며 "저는 애피타이저다. 앞에서 잘 다져 놓으며 '맛있는 음식이 나올 거야'라고 말하고, 나중에 식당 앞에서 '잘 가'라고 인사하는 역할이다"고 했다.
이어 손석구는 "이번 작품은 온전히 안국진 감독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배우로서 캐릭터에 욕심을 내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손석구는 "'새드엔딩'인 원작 소설과 영화의 엔딩은 다르다"라며 "무엇보다 소설과 영화 둘 다 전하려는 메시지는 같은데 각색이 특별하다고 느꼈다. 상업영화로 가야 하기 때문에 표현의 방식을 다르게 하면서 주제는 똑같이 가져가는 게 스마트 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석구는 "지금 젊은 세대에게 '댓글부대'는 생활 밀착형 소재임이 분명하다. '내 이야기다'라고 생각하며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엔딩이 모호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만의 결말이 내려질 것이다. 현실적이어서 웃길 수도 있고 무서울 수도 있는 결말이다. '이런 엔딩이 있을 수 있구나' 싶어서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또한 이번 영화로 처음 '기자' 역할을 연기한 손석구는 "누구나 상상하는 전형적인 기자의 모습처럼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라며 "실제로 몇 명의 기자를 만났다. 제가 대중에게 처음 보여지는 배우였다면 그분들처럼 말하고 행동했을지도 모르겠다. 제가 그렇게 하면 신선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댓글부대'는 영화 초반 다소 긴 시간 동안 손석구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이에 대해 손석구는 "여러 버전이 있었다. 사회고발 다큐멘터리에서 나올법한 톤으로도 했고, 친구랑 담소 나누듯 말하기도 했다. 내레이션이 긴 편이라 오히려 무색무취, 정보전달을 정확히 하는 쪽으로 콘셉트를 잡았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앞서 손석구가 "캐릭터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댓글부대'는 라이징스타 3인방 김성철, 이동휘, 홍경의 존재감이 상당히 크다. 손석구는 이들 젊은 배우들을 치켜세우지 않았다. 담백하게 칭찬했다. 그는 "(김)성철이는 '올빼미' 때 진짜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김)동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극대화 시킬 줄 알고 (홍)경이는 카메라 불이 켜지면 동물적으로 연기하더라"라며 "세 배우 모두 자신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댓글부대'는 말 그대로 '댓글'과 관련, 여론, 미디어와 관련해 이야기한다. 현실에서 손석구는 특유의 솔직한 면모로 오해를 산 경험이 있다. 그는 "억울하게 생각하면 안 될 일이다. 배우 생활하면서 '미디어'라는 걸 배운다. 미디어가 뭐고, 습성이 어떻고,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 지 알게 되더라. 대학교에 관련 '과'가 생기면 들어가서 배워야 할 정도로 어렵다"라며 "어떤 상황이든 개인적으로 다가가면 개인감정이 끓어오를 것이다. 매체나 미디어에 대한 코어를 이해 못 하면 진짜 어려운 일이다. 한 발 떨어져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활용하면 큰 힘을 얻을 수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석구는 2011년 연극 '오이디푸스'를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활약, 믿고 부는 주연배우로 발돋움했다. 그는 "꾸준히 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손석구는 "과거에는 인지도를 올리고 싶었고 주인공도 하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작품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또 손석구는 "제작에도 관심이 있다. 좋은 콘텐츠를 찾아서 제작도 해보고 싶다"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손석구는 "작년, 재작년 모두가 열심히 했지만, 누구 못지않게 작품 수가 많았다. 육체적으로 많이 지쳤다. 배우로서 꾸준하게 열심히, 안 지치고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손석구는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 때와, 확실하게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 감독이 저를 활용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한다면 후자가 더 끌린다"라고 했다. 이어 손석구는 "쓰임 받는 것이 맞다"라며 "한 작품에 작가가 있고 감독이 있고, 우리 배우들은 나가서 플레이 하는 선수와 같다. 정해진 작전에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손석구는 '향후 쓰임 받고 싶은 캐릭터가 있느냐'고 묻자 "직업군으로 말하기 보다 코미디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가벼운 캐릭터로 연기할 수 있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손석구는 "웃기면서 슬픈 영화는 많이 봤는데 웃기면서 무서운 영화는 흔하지 않다. 전 이작품이 (웃기면서 무서운) 그런 영화라고 본다"라며 "온라인 댓글이 생활화 되어 있지 않나. 어떤 사람은 댓글의 가해자, 어떤 사람은 피해자라 생각할 수 있고 기자의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여서 특수한 상황이 있고, 풍자할 거리도 있는것 같다. 멀리서 보면 웃기고 가까이서 보면 무섭다"고 강조했다.
'댓글부대'는 27일 개봉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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