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내걸린 거대한 현수막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광재 후보와 국민의힘 소속 안철수 의원이 내세운 공약이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질세라 내건 슬로건을 보니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그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분당갑 지역구는 분당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7차례 이뤄진 총선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6번 당선됐을 만큼 보수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판교 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젊은 IT 종사자가 대거 유입되며 보수세가 옅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김병관 후보가 진보 진영 최초로 당선되기도 했다.
4년 전인 지난 21대 총선에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김은혜 후보가 김병관 후보를 상대로 단 1128표 차로 신승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 2022년 6월 김은혜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진행된 보궐선거를 통해 보수 쏠림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안랩 사옥을 지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와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공한 기업가 출신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결하며 IT 기업가의 빅매치가 성사됐지만 결과는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안 후보의 압승이었다.
오는 4·10 총선에선 여당 소속 안 의원이 재선해야 한다는 의견과 야당 소속인 이광재 후보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치열하게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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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알아보는 안철수… "교통·IT 발전시켜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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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판교대장초등학교 앞에서 교통봉사를 하는 안 의원을 발견했다. 등교하던 초등학생들과 아이를 데려다주던 학부모들은 안 의원에게 달려와 사진과 사인을 요청했다.
아직 모든 세대가 입주하지 않아 비교적 한산했던 대장동은 안 의원의 등장으로 활기를 띄는 듯 보였다. 대장동에 거주하는 이모씨(40대·남)는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귀가하던 중 안 의원과 사진을 찍었다. 그는 "대장동에 대중교통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며 "출퇴근할 때 불편함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이씨는 "안 의원의 '도시광역버스망 확충' 공약을 보고 그를 뽑기로 결정했다"고 귀띔했다.
등교 중이던 대학생 황모씨(24·남) 역시 대장동의 교통 문제를 지적했다. 황씨는 "대장동과 서판교의 지하철역 개발이 시급하다"며 "안 의원이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점이 마음에 든다"고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특히 지하철 3호선 연장이 필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점심시간에 맞춰 직장인으로 붐비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찾았다. 식사 후 여유롭게 산책하던 주모씨(30·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직장을 다닌다고 밝힌 주씨는 "분당갑은 무조건 안철수"라고 외쳤다. 그는 "안 의원이 IT 기업인 안랩을 판교로 이전시키면서 판교를 실리콘밸리의 중심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며 "KIST 판교분원·KAIST 판교 AI연구원 유치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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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정치인' 이광재… "현 정권 심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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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방문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은 30년 넘은 아파트 단지들과 상가가 많이 위치한 지역이다. 이날 오후 비가 오기 시작해 다소 한산했던 야탑역 3번 출구 앞에서 호떡장사를 하는 상인들을 만났다.
상인 김모씨(60대·여)는 지난 24일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 공약을 언급하며 이광재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원금을 준다고 하면 준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원금을 주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인 최모씨(60대·남)는 "지원금이 중요한 게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플랜카드에 나온 공약을 보면 모두 혹하는 내용들인데 공약이 실제로 이행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상인이지만 경제가 너무 어렵다"며 "주변 상가들을 보면 텅텅 비어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경제 상황을 생각해서 야당을 뽑으면 그나마 나아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보다 조국혁신당의 행보를 주목한다"며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30%를 넘기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역구 의원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를 다르게 행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자동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씨(50대·여)는 "후보보다는 당을 보고 뽑게 되는데 최근 터진 각종 논란으로 정세가 불안하다"며 "현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여당은 배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교동에 사는 이모씨(50대·여) 또한 이에 동의했다. 이씨는 "야당이 당선돼서 현 정권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처럼 청년에 대한 지원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이광재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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