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연맹의 '팀 킬' 조사발표…황대헌 있었고 박지원 없었다

빙상연맹의 '팀 킬' 조사발표…황대헌 있었고 박지원 없었다

엑스포츠뉴스 2024-03-25 20:59: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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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이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에 앞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박지원은 2024 로테르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와 남자 1000m에서 연달아 황대헌에게 반칙을 당해 넘어졌다. 금메달을 놓친 것을 물론 개인전 결승에서 결승선 한 번 통과하지 못한 채 씁쓸히 귀국했다. 충격으로 목에 깁스까지 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황대헌은 있었고 박지원은 없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얼마 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끝난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관련 발표를 25일 하나 했다. 남자 대표팀 황대헌이 세계선수권 두 차례 결승에서 박지원에 연달아 반칙을 범한 것이 고의가 아니라는 발표였다.

당시 남자 대표팀은 금메달 하나 없이 쑥대밭이 된 채 귀국했다. 황대헌이 남자 1500m와 1000m 결승에서 연달아 박지원에 반칙을 범한 탓이었다. 황대헌은 페널티를 받고 실격 당했고, 박지원은 넘어져 레이스를 모두 마치지 못했다. 박지원은 정신적 충격이 너무 심한 나머지 깁스까지 하고 입국했다.

황대헌은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도 박지원을 밀쳐 페널티는 물론 옐로카드를 받고 랭킹 포인트를 몰수 조치를 당했다. 이후 잠잠하던 두 선수들의 충돌이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연달아 반복된 셈이다.

세계선수권에서의 두 차례 사고는 앞서 달리던 박지원을 황대헌이 추월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 장면을 본 국민들과 쇼트트랙 팬들은 혀를 끌끌 찼다. '서로 몸싸움이 불가피한 쇼트트랙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선수들끼리 국제대회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같이 죽는 이른바 팀 킬(team kill)'이 아니었느냐는 견해였다.

박지원이 지난 18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원은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와 남자 1000m에서 연달아 황대헌에게 반칙을 당해 넘어졌다. 금메달을 놓친 것을 물론 개인전 결승에서 결승선 한 번 통과하지 못한 채 씁쓸히 귀국했다. 충격으로 목에 깁스까지 했다. ISU
박지원이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에 앞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박지원은 2024 로테르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와 남자 1000m에서 연달아 황대헌에게 반칙을 당해 넘어졌다. 금메달을 놓친 것을 물론 개인전 결승에서 결승선 한 번 통과하지 못한 채 씁쓸히 귀국했다. 충격으로 목에 깁스까지 했다. 연합뉴스
박지원은 2024 로테르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직전 시즌 세계랭킹 1위를 가리키는 헬멧 번호 1번을 달고 질주하고 있다. 박지원은 남자 1500m와 남자 1000m에서 연달아 황대헌에게 반칙을 당해 넘어졌다. 금메달을 놓친 것을 물론 개인전 결승에서 결승선 한 번 통과하지 못한 채 씁쓸히 귀국했다. 충격으로 목에 깁스까지 했다. 연합뉴스

안 그래도 과거 올림픽 등 수차례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불협화음을 내고, 국가대표 선수촌 생활에서도 모범을 보이지 못한 대표적 종목이 쇼트트랙이었기에 황대헌의 두 차례 반칙을 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사태의 후폭풍이 거셌던 탓일까.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5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황대헌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했다.

빙상연맹은 이날 "지난 16~17일 진행된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 결승 및 1000m 결승에서 발생한 박지원과 황대헌의 충돌과 관련해 조사를 펼쳤다"라며 "고의성은 전혀 없었고, '팀 킬'을 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다"라고 했다.

연맹은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진 우리 선수 간의 충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기록이 아닌 순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쇼트트랙의 특성상 선수 간의 충돌은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요소다. 이번 충돌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발표 이후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주말 당사자를 모두 불러 조사를 마쳤고 나온 결론"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론이다. 황대헌이 고의로 박지원을 밀고 넘어트렸다는 결과가 나오면 황대헌은 선수 생활 자체를 이어갈 수 없다. 사실 황대헌이 고의로 했는지 안했는지는 자신 말고는 누구도 모른다. 반칙을 당한 선수가 아무리 고의를 느껴도 이를 입증할 근거는 전혀 없다.

황대헌이 지난 1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 맨 먼저 들어온 뒤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황대헌은 레이스 도중 박지원에 반칙을 범한 것이 드러나 실격당했다. 연합뉴스

물론, 황대헌이 전세 뒤집기를 위해 박지원에게 돌진하다가 반사적으로 박지원을 밀었을 수도 있다.

결론을 내린 연맹은 이어 '원 팀'을 위해 선수들 교육에 힘쓰겠다고 하더니 돌연 황대헌 입장을 전했다.

빙상연맹와 소속사에 따르면 황대헌은 박지원이 소속팀 훈련을 마치고 일본에서 귀국하면 직접 찾아가 사과할 계획이다.

황대헌은 이어 빙상연맹을 통해 "고의적이고 팀 킬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에 대해 쇼트트랙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은 물론, 동료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대헌이 미안한 나머지 어떤 방식으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자유다. 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빙상연맹이나 황대헌이나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자신의 노력이 통째로 날아가버린 박지원에 대한 배려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황대헌은 세계선수권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박지원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러더니 25일 다시 "지원이 형에게 사과하러 가겠다"는 의사를 또 내비쳤다. 둘은 같은 대표팀에서 생활했고 같은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에서 장시간 날아왔다. 같은 한국 쇼트트랙 선수였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가 멀지 않다.

황대헌이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에 앞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황대헌은 2024 로테르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와 남자 1000m에서 연달아 박지원에게 반칙을 범해 모두 실격당했다. 박지원은 충격으로 목에 깁스까지 했다. 연합뉴스
황대헌이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황대헌은 2024 로테르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와 남자 1000m에서 연달아 박지원에게 반칙을 범해 모두 실격당했다. 박지원은 충격으로 목에 깁스까지 했다. 연합뉴스

황대헌이 진정성과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박지원이 일본 전훈을 하고는 있지만 얼마든지 25일 이전에 사과를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황대헌은 귀국한지 일주일이 다 된 25일에도 "사과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고 빙상연맹의 발표엔 박지원의 입장이나 말 한 마디 담겨 있지 않다.

지난달 열린 축구대표팀의 '탁구 게이트'가 참고할 좋은 사례다. 이강인은 바쁜 와중에 파리에서 런던까지 찾아가 손흥민에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손흥민 역시 이를 받아주고 자신이 직접 SNS에 이강인을 용서했다고 글을 올렸다. 여전히 미진은 남아 있지만 둘의 화해에 팬들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이강인의 국가대표 재승선에 큰 이의를 달지 않았다.

박지원은 이번 일로 자신의 쇼트트랙 인생에 큰 위기를 맞았다.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더라면 다음 시즌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돼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나설 수 있었다. 금메달리스트에 주어지는 병역 특례도 가능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아 대표선발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2026 올림픽 출전은 먼 얘기가 됐다.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황대헌의 사과를 챙길 겨를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빙상계 한 관계자는 "황대헌이 세계선수권 1000m 결승 이후 얼마든지 박지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빙상연맹도 이번 발표에서 황대헌 입장만 실어주는 게 옳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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