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 그리고 손흥민을 위한 변명[심재희의 골라인]

오프사이드, 그리고 손흥민을 위한 변명[심재희의 골라인]

마이데일리 2023-11-29 18:10: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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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축구에서 '오프사이드'가 논란을 낳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오프사이드가 맞다, 아니다'는 논쟁부터 '오프사이드에 왜 걸렸냐', '오프사이드 규칙이 어떻다' 등 여러 의견들이 나온다. 동네 조기회에서 공을 차도 이 '오프사이드'를 두고 설왕설래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어쨌든, 최근 VAR(비디오 보조 심판)이 도입된 이후 초정밀 판정이 가능해져 '오프사이드'는 더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듯하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31)이 27일(이하 한국 시각) 애스턴 빌라와 경기에서 '오프사이드 골 취소'를 세 번이나 겪었다. 상대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연거푸 받았다. 느린 화면을 보면 억울할 건 없다. 모두 오프사이드에 걸린 게 맞다. 절호의 찬스가 세 번이나 날아갔으니 당연히 아쉽다. 게다 토트넘이 1-2로 역전패를 당했으니 더 그렇다.

경기 후 손흥민은 사과의 뜻을 드러냈다. 아쉬운 역전패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세 차례 오프사이드에 걸린 부분을 손흥민의 잘못으로 보기는 어렵다. 상대 수비라인을 깨뜨리기 위해 속도를 붙이는 상황에서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고, 리바운드 슈팅 과정에서 상대 두 번째 수비수보다 앞서 있는 경우를 손흥민 탓으로 돌리는 건 '난센스'다.

오프사이드에 걸리고 안 걸리고는 정말 찰나의 순간에 의해 좌우된다. VAR이 없을 때에는 '오심'이 잦을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손흥민은 애스턴 빌라전에서 세 차례 오프사이드에 걸리며 올 시즌 9번을 마크했다. 노팅엄 포레스트의 타이워 아워니이와 공동 1위에 올랐다. 오프사이드에 많이 걸린 게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좋을 수도 있다. 물론, 많이 뛰지 않고 상대 수비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쉽게 걸린다면 공격수로서 낙제점을 받아야 옳다.

하지만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기 위해 순간 돌파를 하고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이다 범하는 오프사이드는 박수를 받아야 한다. 손흥민이 기록한 오프사이드는 대부분 상대에게 큰 위협을 가했다. 비록 골이 취소되고 찬스가 날아갔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을 만들며 수비진을 놀라게 했다. 손흥민이 가진 순간 스피드와 라인 브레이크 능력, 그리고 올 시즌 원톱으로 완전히 변신해 보여주는 공간 침투력이 빛을 발하며 9번의 오프사이드 기록을 남겼다고 봐야 옳다.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도록 타이밍을 더 확실히 맞춰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맞다. 정말 아슬아슬한 차이라면, 조금 더 집중해서 움직임에 신경을 써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피해 득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패스를 주는 동료 선수와 호흡, 순간적으로 벌이는 상대 수비수와 심리전 등을 모두 고려해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어야 한다. 본인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현재 토트넘 공격진을 보면, 손흥민 의존도가 매우 높다.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손흥민의 부담이 더 커졌다. 더 다양한 공격 옵션이 가동된다면, 손흥민의 공격력이 동반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팀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면,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상대 팀은 손흥민의 빠른 발과 침투력을 이미 알고 있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더 견고하게 해 실점을 막으려 할 게 뻔하다. 결국 손흥민도 이전보다 더 신경을 쓰고 동료들과 완벽한 호흡을 맞춰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오프사이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전에 실제로 축구를 하다가 선수 출신 교수에게 들은 말이 생각난다. "오프사이드는 축구에서 만들어진 최고의 발명품이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표현이다. 오프사이드로 인해 득점이 취소돼 아쉬움이 남을 때도 있지만, 공 하나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단순한 스포츠인 축구에 전형과 전술 등 세부적인 요소를 파생시킨 큰 덩어리가 오프사이드라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축구 오프사이드, 그놈 참 정말 재밌고 신기한 녀석이다.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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