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의 진로코칭] (69)괌, 태풍 마와르를 견뎌야 한다

[배상기의 진로코칭] (69)괌, 태풍 마와르를 견뎌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2023-05-30 18:12:00 신고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올해 2호 태풍인 ‘마와르’가 괌을 휩쓸고 갔다. 수십 년 만에 나타난 초강력 태풍이 태평양의 작은 섬 괌을 덮친 것이다. 나무가 송두리째 뽑히고 부러진 것이 부지기수다. 많은 건물이 부서졌다. 전기 공급이 끊기고 물 공급이 막혔다. 현지 주민도 생전에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고 말한다.

태풍 마와르가 괌을 덮칠 때 필자는 괌의 한 호텔에 있었다. 창밖으로 휘몰아치는 비바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은 더욱 강해졌고 비는 점점 많아졌다. 비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을 양동이로 퍼서 뿌리는 듯 아래에서 위로 비스듬하게 날리는 것 같았다. 빗물의 양이 눈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점점 많아졌다. 그런 비바람에 야자수 나무와 주차장의 가로등이 힘겹게 맞서고 있었다. 야자수 나무와 가로등은 비바람이 심해짐에도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고 기도했다.

‘그래 견뎌야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든 간에 현재의 모습이 꺾이지 않아야 한다. 괌! 태풍 마와르를 견뎌야 한다. 제발 잘 견뎌다오.’

그러나 바람이 더욱 강해지면서 초속 35m에 이르고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창문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의자로 창틀을 지탱하고 커튼을 닫았다. 그리고 호텔 측에서 안전을 위해 로비로 대피하라는 요청에 따라 로비로 내려가는 바람에 더 이상 야자수 나무와 가로등을 살펴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로비에서 대피해 있으면서도 야자수 나무와 가로등이 어떻게 됐을까 매우 궁금했다. 비바람이 아무리 강한 태풍이라도 야자수가 견뎌내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랐다.

그러나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야자수는 눈에 보이지 않았고 가로등의 등 부분은 땅에 떨어졌다. 모두가 강한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강하게 견디기를 바랐지만 야자수 나무와 가로등은 제3 자인 필자의 바람과 관계없이 본인이 견딜 수 있을 만큼만 견디고, 그 이상의 강한 압력에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리라. 야자수 나무는 야자수 나무의 상황에서, 가로등은 가로등의 상황에서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딘 노력을 한 것이리라. 필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뿐이었고 야자수 나무와 가로등도 견디기를 힘썼을 뿐 그 이상의 노력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하지만 더러는 쓰러지지 않은 야자수 나무도 있었고 가로등도 있었다.

아침에 본 야자수 나무의 모습과 가로등의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의 진로가 생각났다. 각자 최선을 다해 보지만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닌 현실을 말이다. 본인은 견디고 싶다고 해도 견딜 힘이 없는 경우 야자수 나무와 같을 수밖에 없다. 열매를 맺을 것 같았는데 그 열매를 수확하기 전에 줄기가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힐 수밖에 없다. 이곳 괌의 나무들은 뿌리가 깊게 박히지 않아서 쉽게 뽑히는 듯하다. 비가 자주 오니 물이 풍부하고 물이 넉넉하다 보니 뿌리를 깊게 내려 물을 빨아올리려는 적응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적응은 바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고 이번 태풍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늘 바람을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삶은 언제 태풍이 불지 모르는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바람에 환경이 바뀌면서 태풍이 되기도 한다. 우리 인생에서 부는 바람은 찻잔 속의 태풍일 수도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힘을 가진 초강력 태풍이기도 하다. 강력함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그렇기에 강력한 태풍이 와도 견딜 힘을 기르면 좋겠다. 그 힘은 깊게 뿌리를 내리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청소년 시기는 인생을 지탱할 뿌리를 내리는 시기다. 그 뿌리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만들고 든든하게 지켜준다. 청소년은 한 해에도 수십 개의 태풍을 견뎌내는 괌과 같은 위치에 있다. 그러면서 마와르와 같은 초강력 태풍도 견뎌야 하는 힘을 기르는 시기이다.

‘괌! 태풍 마와르를 견뎌야 한다. 제발 잘 견뎌다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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