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자 아트> 에디터들이 꼽은 베스트 칼럼

<바자 아트> 에디터들이 꼽은 베스트 칼럼

바자 2023-05-10 00:10:02 신고

 
 

윤혜정

윤혜정은 2014년 창간호부터 2015년까지 〈바자 아트〉를 만들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바자 아트〉 칼럼은?

A 〈바자 아트〉는 그 존재 자체로 나에게 매우 각별하다. 둘째를 임신했던 2013년, 프레스 키트를 만들고 창간호 기획안을 쓰느라 분투한 기억이 생생하다.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온전히 내가 생각하는 예술, 그리고 패션 매거진이 예술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치열히 골몰해야 했다. 하지만 〈바자〉는 이전부터 아트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표해온 매체였고, 그 저력으로 〈바자 아트〉를 창간할 수 있었다. 〈바자 아트〉가 세상에 나온 후, 국내 굴지의 미술 전문지 편집장이 그 만듦새에 무척 놀랐고 심지어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는 피드백을 주기도 했는데, 〈바자〉만의 열린 시선과 태도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 얼마나 흐르던 간에 〈바자 아트〉를 잊을 일은 없을 것이다. 2014년생인 〈바자 아트〉와 나의 둘째가 동갑이니까. 매년 둘째의 생일을 맞이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바자 아트〉의 존재를 함께 떠올린다. 에디터의 삶이 나에게 선사한 경험이나 배움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바자 아트〉를 처음 만들고 이끌었던 그 시간은 단연 가장 특별하다.

Q 〈바자 아트〉에서 작가에게 항상 질문하고자 했던 한 가지.

A 당신은 스스로를 어떤 예술가라고 생각하는지, 즉 불확정한 예술의 세계에서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소명의식이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비단 예술가뿐 아니라 나 자신이나 독자들에게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질문이다.

Q 〈바자 아트〉의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바자 아트〉는 예술이라는 복잡하고도 심오한 세계를 다루면서도, 한 번도 길을 잃은 적이 없다. 아무도 지금처럼 아트가 패션 매거진의 메인 콘텐츠로, 혹은 소중한 우리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그때부터, 〈바자 아트〉는 한결같이 예술과 독자를 이어내고, 일상 속 예술적 순간들을 포착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만에 하나, 아트가 형형한 가치로 주목받는 시대가 설사 지나버린다 해도, 〈바자 아트〉만큼은 여전히 반짝일 것이다. 존재하지 않던 그 길을 묵묵히, 천천히 걸으며 길을 만들고,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손 내밀어온 그 시간이야말로 감히 모방할 수 없는 lt;바자 아트gt;만의 특별함일 테니까. 부디, 건승을 빈다.

 
 
 

안동선

안동선은 2014년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에디터와 객원 필자로 〈바자 아트〉를 만들고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바자 아트〉 칼럼은?

A 2017년 10월 8호의 문성식 작가와 함께한 ‘포트레이트 프로젝트’.

Q 이유는 무엇인가?

A 그간 많은 배우들을 인터뷰하고 화보에 담으면서 우리가 사랑하고 찬미하는 배우들의 개성과 철학 그리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다. 2016년 미국 〈바자〉에서는 프란체스코 클레멘테가 20대인 안나 에버스부터 60대의 이만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모델 여섯 명을 초상화에 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해 겨울 나는 ‘포트레이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뉴욕에 클레멘테가 있다면 서울엔 문성식이 있었다. 함께해준 배우는 윤여정, 임수정, 김옥빈, 천우희, 정은채 총 다섯 명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초상화의 진정한 주제는 화가와 모델의 교류라는 걸 실감했다. 제3의 관찰자인 내게는 그 교류의 각기 다른 온도와 밀도를 목도하는 것이 은밀한 즐거움이기도 했다. 작가와 배우가 서로의 예술이 지닌 특이점에 대해 존중이 깔린 관심 속에서 나눈 대화는 특히 진실되게 느껴졌다. 조심스럽고 어색한 순간을 지나 각성과 깨달음, 진심으로까지 깊어진 작가와 배우가 나눈 교류의 시간, 그리고 작가 홀로 캔버스를 마주하고 수만 번의 붓질을 반복하는 과정, 그 모든 기록이 다섯 점의 작품으로 남았다.

Q 하이라이트 구절은?

A 여름 한가운데, 윤여정과 문성식은 얇은 붓 두어 자루와 농담을 조절하는 물통, 흰 종이가 놓인 너른 책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드로잉을 연필로 안 하네요? 붓이 더 어렵지 않아요?” “네, 그렇긴 해요. 수정이 잘 안 되니까.” “근데 왜 붓을 써요?” “제가 선생님을 만나서 받는 느낌을 그대로 담아보려고요. 본격적인 페인팅은 오늘 그린 드로잉을 활용해서 다시 그릴 거라서 지금은 정확하게 그리는 것보다 현장감을 담는 게 주된 목표입니다.” “있죠, 주름을 푹푹 그리세요.” “네, 많이 그렸습니다.(웃음)” “팔자를 아주… 화려하게 그렸네.” (좌중 웃음)

Q 〈바자 아트〉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는?

A 2018년 4월호에 실린 ‘Why Berlin’. 현재는 베를린에서 아티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탁영준 작가가 베를린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해 나눈 인터뷰를 통해 베를린이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아지트인 이유에 대해 탐구한 기사다. 모니카 본비치니, 알리샤 크바데, 사이먼 후지와라 등 현재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생생한 작업 현장을 볼 수 있다.

Q 〈바자 아트〉의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오늘날 미술계가 지닌 놀랍도록 다채롭고 자극적이며 신실하기도 한 면면을 지루한 가치 판단 없이 생생하게 전한다는 것.

 
 
 

김지선

김지선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바자 아트〉를 만들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바자 아트〉 칼럼은?

A 2017년 3월호의 ‘Ryan Gander’s Rule’. 이 질문을 받고 지난 잡지를 들춰 보다가 〈바자 아트〉 에디터라는 이유만으로 말도 안 되는 멋진 경험들을 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 경험에는 물론 신기하고 이상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잔뜩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영국의 개념미술 작가 라이언 갠더와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지적이면서도 장난기가 넘치는 자신의 작품과 꼭 닮아있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Q 이유는 무엇인가?

A 전시장에서 왜 특정 작품에 끌리는지, 내가 어떤 예술가에게 호감을 느끼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나조차도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을 때가 많으니까. 라이언 갠더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없는 이유로 좋아하게 되는 작품은 결국 나와 세계관의 어딘가가 맞닿아있는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술가 혹은 작품과의 만남도 결국 친구를 사귈 때와 비슷했던 거다.

Q 하이라이트 구절은?

A 우리는 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이렇게 해도 되는지, 다른 사람들이 흥미를 보이는지 신경 쓰며 산다. 갤러리에 들어온 사람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도 비슷하다. 자기만의 뷰를 가지기에 앞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게 되는 것이다. ‘관람의 기술’은 때론 이렇게 집단성 안에서 발현되곤 한다. 어떤 것에 대해 독립적이고 주관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나름의 용기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Q 〈바자 아트〉에서 작가에게 항상 질문하고자 했던 한 가지.

A 지금 당신의 스마트폰 사진첩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사진은 무엇인가?

Q 〈바자 아트〉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는?

A 〈바자 아트〉를 위해 특별히 커버 작업까지 해주었던 2017년 4월호 카텔란의 인터뷰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기사를 찾아 읽어보니 “그는 저작권 개념이 매우 까다로운 미술계에 엿을 먹이는 태도로, 작가나 기관의 동의 없이 아주 호기롭게 작품 이미지와 텍스트를 가져다 제멋대로 재맥락화했다”는 내용이 있다. 늘상 캡션 지옥과 컨펌 지옥에 시달리며 미술계의 엄격한 언어에 대해 투덜거리면서도 동료들과 즐겁게 마감을 했던 〈바자 아트〉 시절이 떠오르는 한마디다.

Q 〈바자 아트〉의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한동안 미술과 거리를 먼 삶을 살고 있다가도 〈바자 아트〉를 읽다 보면 전시를 보러 가고 싶어진다. 언제나 예술과 가까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게 〈바자 아트〉의 특별한 점인 것 같다.

 
 
 

김아름

김아름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바자 아트〉를 만들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바자 아트〉 칼럼은?

A 2016년 4월호의 ‘화가의 식탁’ 화보.

Q 이유는 무엇인가?

A 세잔, 모네, 프랜시스 베이컨, 앤디 워홀,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총 6명의 화가가 남긴 말과 작품을 바탕으로 화가의 식탁을 차렸다. 정말로 작가들의 영혼이라도 빙의한 것인지, 선배들이 약간 걱정할 정도로 많은 책을 밤새 읽어가며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원고를 썼다. 박재용 사진가, 김보선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함께 아이디어를 더하고 구체화시키면서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질 때는 정말 짜릿했다. 잡지를 만들던 시절, 어쩌면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본 기억으로 남아있다.

Q 하이라이트 구절은?

A 6명의 작가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앤디 워홀이다. 그가 좋아했던 음식, 집착했던 무언가를 찾겠다고 장장 9백76P 분량의 일기를 새벽에 읽기 시작했다. 앤디 워홀은 거식증, 폭식증,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살았다. 그의 유명세에 큰 기여를 한 캠벨 수프에 대해 “정말 지겹도록 먹어 이제 보기만 해도 토할 것 같다”고 썼다. 그렇지만 고단한 하루를 보낸 어느 밤, 결국 집에 돌아와 머핀 두 개와 캠벨 수프를 먹었다고 고백하는 내용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Q 〈바자 아트〉에서 작가에게 항상 질문하고자 했던 한 가지.

A 작가들의 사소한 일상이나 루틴에 대한 질문을 꼭 했던 것 같다. 평소에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지, 직장인처럼 ‘9 to 6’로 시간을 정해 놓고 규칙적으로 작업을 하는지, 좋아하는 산책 코스나 미술관 등등. 그런 내용을 모두 기사에 싣지는 않았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 가운데 그들이 어떻게 자신을 지키고 단련하는지가 늘 궁금했던 것 같다.

Q 〈바자 아트〉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는?

A 〈바자 아트〉에서 다루는 패션 화보를 좋아했다. 여성 아티스트들의 옷과 스타일을 재현한 4호 ‘Artists amp; Style’, 피카소의 아내 올가 코클로바의 초상화를 패션 화보로 풀어낸 7호 ‘Olga’s Portrait’. 아트와 패션의 접점을 세밀하고 근사하게 다룬 〈바자〉다운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Q 〈바자 아트〉의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바자〉를 떠난 지 어느덧 5년이 흘렀지만, 그만둔 후로도 〈바자 아트〉가 부록으로 나오는 달엔 꼭 서점에 가서 책을 산다. 아름답고 숭고한 것, 철학적이며 예리한 것, 신기하며 놀라운 것. 그 모든 것이 작은 책에 담겨 세상에 나온다는 것이 여전히 대단하게 느껴진다.

 
 
 

박의령

박의령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바자 아트〉를 만들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바자 아트〉 칼럼은?

A 2021년 5월 15호에서 여러 신진 작가를 소개하는 특집 기사 중 신민 작가 인터뷰.

Q 이유는 무엇인가?

A “‘그렇게 시간 낭비를 하네 네 인스타그램 속에서’ 노랫말과 반대로 신민 작가의 인스타그램은 작품의 도슨트가 된다.” 기사의 리드글처럼 인터뷰 전부터 신민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신나게 봤다. 신소리도 있고 작업의 힌트가 되는 것도 있었다. 새틴 리본이 달린 망으로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는 냅다 괴상한 춤을 추고, 본인을 ‘살찐 신민’이라고 지칭하면서 자기애를 확인하기 위해 팬레터를 종용하는 사람.(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주소가 있다. 여전히 절찬 모집 중.) 스크롤을 당겼다 놓는 것만으로 한 작가를 가깝게 느끼고 더 잘 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에디터라는 직업은 참 흥미롭다. 지켜보던 사람에게 “당신을 더 알고 싶어요”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으니까. 신민 작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들에 대해 시시콜콜 물었다. 내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기에 이 사람과 마주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 싶은 거물을 만나도 재미가 없다면 그날의 기억은 뿌열 뿐이다. 신민 작가는 예능에서 모셔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웃겼다’. 작가인데 웃기기만 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커다랗고 투박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종이 조각. 그의 기질은 작품에도 스며 있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하이라이트 구절은?

A 신민의 유머: 길거리에서 파는 핫도그를 사서 한 입 베어물기 전에 비장하게 “출소 후 처음으로 먹는 핫도그다”라고 중얼거리기. 무언가 먹기 전에 저 멘트를 중얼거리면 엄청 맛있고 한입 한입이 소중해진다.

Q 〈바자 아트〉에서 작가에게 항상 질문하고자 했던 한 가지.

A 구글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을 새로운 이야기.

Q 〈바자 아트〉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는?

A 2021년 10월호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인터뷰.

Q 〈바자 아트〉의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분명 사랑. 세속적인 얘기지만 ‘아트’는 돈이 돼도 ‘아트 잡지’가 돈이 되진 않았다. 그런데도 10년 동안 열렬한 마음을 쏟아부은 것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겠지. 보다 넓게 시선을 두되 깊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에디터들의 고민과 치열함이 기사에 드러난다. 이 또한 사랑.

 
백세리는 〈바자〉의 프리랜스 에디터다. 〈바자 아트〉 20호 마감이 끝나고 에디터들이 꼽은 베스트 칼럼들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정독하자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글/ 백세리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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