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타의책장 독서단] 우리가 잃어버린 생명들, 그 흔적을 따라 걷다

[플타의책장 독서단] 우리가 잃어버린 생명들, 그 흔적을 따라 걷다

플래닛타임즈 2023-02-01 15:55:49 신고

※이 글은 '플타의책장' 독서단이 환경책을 읽고 직접 작성한 글로, 플래닛타임즈가 선별한 도서 위주로 독서단에게 도서를 제공하여 가감없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도도새 그림의 책 표지에 적혀있는 것과 같이 영국의 동식물학자인 저자가 멸종된 동물들의 사라진 흔적을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았고, 왜 사라지게 되었을까” 추적한 책이다. 인간과 같은 지구상의 한 ‘생명’이었으나 이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를 잔잔히 전해주지만 읽을 내려갈수록 슬프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박물관의 박제 전시물이나 책 속의 삽화로만 만날 수 있는 멸종 동물들이다. 큰바다쇠오리, 안경가마우지, 스텔러바다소, 고원모아, 불혹주머니찌르레기, 남섬코카코, 서세스블루, 핀타섬땅거북, 도도, 숀부르크사슴, 이벨의 말미잘... 모두 생소한 이름들이었고 환경과 멸종 동물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던 부분이었다. 오히려 엄마가 읽는 책을 궁금해 하는 7살짜리 딸아이가 책의 제목을 보고 더 관심을 가졌다.

예전 「마지막 큰뿔 산양 (김소희 글, 사만다 그리피스 그림)」이라는 그림책을 마음에 들어하며 수 차례 읽었는데 그 책이 생각났다고 한다. “큰뿔 산양 말고 사라진 동물들이 이렇게나 많아?”, “서세스블루 너무 이뻐! 그런데 왜 사라졌대?”, “핀타섬땅거북을 먹었대?” “큰바다쇠우리 깃털을 뽑아서 이불로 만들었다구?” 아이의 질문이 거듭될수록 나의 말문은 막혔다.

이 책에는 수 많은 멸종 동물들 중 단지 11종만 나왔을 뿐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큰바다쇠우리의 깃털을 뽑았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어떤 동물은 가죽이 벗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멸종된 동물들의 이야기에는 영웅과 악당, 수수께끼의 섬, 깊고 어두운 숲과 관련된 모험과 발견의 서사시가 얽혀 있다.” p20

책 소개 페이지 ⓒ미래의창

자연과 동물들 입장에서는 아주 비극적이고 슬픈 서사시이고, 그 세계를 침입해서 파괴하고 위험에 빠뜨리는 악당은 인간이다. 문득 얼마전 갑작스런 외계생명체의 침입으로 가족을 잃고 소리내지 않고 숨어 공격을 피해야 하는 SF공포영화가 떠올랐다. 이미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게 그런 공포의 대상이었고 결국 멸종시켰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해졌다. 어쩌면 조화롭게 사는 지구상에서, 생태계에서 인간은 악당이 아닌가 싶다. 더 무서운 것은 악당 인간은 외계생명체도 아닌 인간 스스로에 의해서 멸종될 수도 있겠다는 점이다.

“1980년 12월 8일에 세상을 떠난 존 레논은 우리 행성의 호모사피엔스 45억 명 가운데 사라진 한 명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유명한 스타였기 때문에 온 세상이 그대로 멈춰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지금껏 동물종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순간을 다 같이 애도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p169)

우리는 일상을 누리고 있을 때 서세스블루같은 아름다운 나비가 영원히 사라져도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인류 문명의 시간이 12시 3분전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환경은 변화하고 있으며 수백만 종을 빠르게 멸종으로 이끌면서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나는 한때 이곳에 살았던 작고 투명한 말미잘에 우리의 운명을 투영해봤다. 말미잘은 자신의 세계에 일어나는 변화를 막을 힘이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p246)

이벨의 말미잘은 서식하던 석호의 환경이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변화하면서 멸종된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서 저자는 인간의 능력을 믿고 있지만, 나는 인간은 인간이 만든 환경에 의해서 멸종할 수도 있겠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자연을 대하는 인간들의 탐욕과 무지에서 비롯하여 한 개체를 사라지게 하면서도 ‘멸종’ 자체를 상상하기 힘든 발상으로 여겼던 것처럼 우리 인간도 멸종 동물들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음에도 ‘멸종’이라는 단어 자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책 소개 페이지 ⓒ미래의창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진진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번역서여서인지 가독성이 좋지는 않았다.

나보다 더 관심을 보이며 궁금해 하는 아이를 보며 이런 내용의 책이 좀 더 읽기 쉬운 형태로 어린이들을 위한 책으로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미래세대인 아이들과 나처럼 관심없던 어른도 쉽게 접하고 멸종 동물들도 인간과 같은 지구상의 한 ‘생명’이었고 나아가 앞으로의 인류가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하며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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