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유수민 감독 “‘D.P.’와 ‘약한영웅’ 공통점, 힘의 논리”

[K-인터뷰] 유수민 감독 “‘D.P.’와 ‘약한영웅’ 공통점, 힘의 논리”

한류타임즈 2023-01-03 18:21:16 신고

3줄요약

흔히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문을 어떻게 닫느냐다. 그다음이 어떻게 시작하느냐고. 시작이 뚫리면 쭉쭉 헤쳐나가다가 마지막에 가서 고심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엔딩이 가장 어렵다. 엔딩이 어떠냐에 따라 대중의 평가가 달라진다. 신드롬을 일으킨 JTBC ‘재벌집 막내아들’도 결국 엔딩의 벽에 가로막혀 평작에 머물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웨이브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은 각색의 클라스가 다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웹툰의 시작을, 드라마의 엔딩으로 잡았다. 웹툰에서 전학 간 ‘연시은’(박지훈 분)이 폭주하기 전 과정을 드라마에 녹였다. 양아치 꼴통 학교로 전학 간 연시은이 불만 섞인 눈빛에서 문을 닫는 ‘약한영웅’은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케 한다. 

이 드라마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인물이 유수민 PD다. 단편영화 외에는 딱히 필모그래피가 없는 신예 연출자다. 오히려 크리에이터로 작품에 이름을 올린 한준희 감독이 더 유명하다. 알려지지 않은 연출가인데, 파괴력이 상당했다. 개연성은 촘촘했고, 대사는 폐부를 찔렀다. 캐릭터의 감정선이 다양한 과정을 통해 짙게 쌓였고, 액션으로 분출했다. 과연 첫 장편 데뷔 감독의 퍼포먼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인상이 깊다.

그런 가운데 유수민 PD를 만났다. ‘약한영웅’이 한창 방영되고 뜨거운 반응을 얻을 때였다. 종일 인터뷰를 하고 지칠 만도 한 늦은 오후에 만났다. 인터뷰는 처음이어서인지 낯선 풍경에 여전히 적응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쑥스러운 듯 자주 고개를 숙였고, 말을 끝까지 잇지 않았다.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힌 탓에 드러난 조심스러움 때문이다. 

세심하고 신중한 성격이 어쩌면 모든 장면에서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진 ‘약한 영웅’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한류타임스는 ‘약한 영웅’을 작업하면서 느낀 유 PD의 소회를 일문일답으로 펼쳐본다.


이번에 ‘약한영웅’으로 데뷔하게 됐다. 
군대 갔다 와서 10년 전부터 영화 감독을 준비했다. 학교 다니고 아카데미를 다니다 영화제에 단편영화를 출품하면서 한준희 감독과 알게 됐다. 이후로 상업 영화 현장 스태프로도 지냈다. 그러던 중에 한준희 감독으로부터 ‘약한영웅’ 제안을 받게됐다. 

‘약한영웅’을 제작하게 된 배경을 전한다면?
1년 6개월 전에 한준희 감독이 ‘약한영웅’을 아냐고 하면서 제안했다. 웹툰의 스핀오프 형태를 쓰기로 결정하면서 빠르게 글을 썼다. 집필 시작부터 공개까지 약 1년 6개월밖에 안 걸렸다. 프리프로덕션과 촬영, 후반작업까지라고 생각하면 꽤 빠른 기간이다. 

새로운 관계도 많았고, 캐릭터도 확장시켰다.
과거 그 시기를 상상하면서 작업했다. 연시은과 ‘안수호’(최현욱 분), ‘오범석’(홍경 분)의 서사를 보충시키면서, 웹툰 1화랑 엔딩이랑 엮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쓰면서 많이 생각한 건 제가 어릴 때 어땠는지였다.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에너지는 넘치고 뭐가 뭔지 잘 모르는 그런 치기어린 모습을 계속 그렸던 것 같다.

한준희 감독 한준희 감독

한준희 감독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글 쓸 때부터 촬영, 편집 모든 영역에서 같이 이 작품을 봤다. 저는 아무래도 이 이야기에 매몰돼 있다 보니까 놓치는 부분이 있는데, 옆에서 시야를 넓혀주고 다양한 아이디어도 줬다. 한준희 감독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퀄리티로 만들어지진 않았을 것 같다.

한준희 감독과 공동 작업은 어떤 느낌이었나.
과외 선생님에게 수업 받는 기분이었다. 제가 문제를 풀고 있으면, 감독님이 해설을 해주시거나 ‘이건 이렇게 풀어야지’라면서 잡아줬다. 잘한 건 잘했다고 독려도 해주셨다. 덕분에 의지를 갖고 나아갈 수 있었다. 작품 외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감독의 역할로 해야되는 것들을 알려줬다. 한 번은 ‘힘드냐’고 물어봐준 적이 있다. 감독님도 힘들다고 하더라. 영화 감독은 힘들다는 걸 알았다.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액션 장르인데, 현실성을 놓치고 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힘의 논리가 실제로 존재하긴 하지만, 하나의 요소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인물에 저를 투영하면서, 현실성을 잡아가려고 했다. 


액션 연출이 상당히 좋다. 박진감이 넘친다. 
이번 액션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액션에 감정이 담기길 원했다. 왜 싸우는지 감정이 충만해야 주먹질에 타격감이 있다. 그런 감정이 막 터질 듯이 싸웠으면 했다. 

남자들끼리 있으면 종합격투기, 권투, 레슬링, 유도 베이스를 가진 선수끼리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말을 한다. 각기 다른 무술을 접목해서 싸우는 것을 보길 원했다. 연시은은 반칙왕이다. 그런 게 무의식으로라도 엿보이다 보니까 재밌게 느낀 것 같다.

그래도 그것들을 잘 만드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웹툰에서 연시은이 쓰는 기술은 사실상 현실에는 없는 것들이다.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그려내려고 고민이 많았다. 무술감독님에게 의지하면서 했다. 

한준희 감독의 전작인 ‘D.P.’의 정서가 ‘약한영웅’에도 녹아 있는 것 같다. 
‘D.P.’랑 ‘약한영웅’의 비슷한 지점은 우리가 아는 얘기라는 점이다. 우리 얘기인 것 같다. 학생들이 대부분 남자만 나오지만, 힘의 논리, 위계가 뭔지 안다. 그 지점은 인간사 저변에 늘 있던 이야기다. 

‘D.P.’랑 붙여서 얘기하면 주인공이 돌아다니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보는 것이고, ‘약한 영웅’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카메라가 바라보는 것이다. ‘D.P.’는 사회적인 이야기, ‘약한 영웅’은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박지훈과 최현욱, 홍경에 대해 평가한다면?
박지훈은 귀여움을 내려놓으니까 눈빛이 다른 사람이더라. 계속 놀라면서 봤다. 프레임 안에서 설득력이 좋다.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박지훈이 더 대단한 건 성실함이다. 겸손하고, 늘 다른 배우와 호흡을 세심하게 신경쓴다. 끝날 때는 진짜 연시은 같았다. 

최현욱은 유연하고 여유롭다.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최현욱 배우는 지문에 담기지 않은 행간을 읽으려 한다. 대사에 있는 포인트를 다 알고, 그걸 다 따먹는다. 애드리브도 풍성해진다. 굉장히 영리한 배우다. 굉장한 노력파다. 

홍경은 대체 불가다. 다른 배우가 오범석을 맡았으면 과연 이런 힘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싶다. 

오범석은 결국 파멸한다. 왜 그런 상황까지 치달았을까.
범석이는 온정이 필요한 애였다. ‘너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친구가 소중했을테고, 결국 모든 일이 수호를 너무 좋아해서 발생한 문제다. 조금만 가볍게 좋아했다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범석은 여러 가지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가진 친구다. 행복할 때마저 혼란스러운 친구다. 그런 캐릭터의 복잡한 레이어를 홍경이 잘 그려내준 것 같다.


결국 수호가 깨어나지 않는다. 새드엔딩을 맞이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원작에서도 코마 상태로 깨어나지 않는다. 원작이 아직 완결이 안 됐는데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 잔인하지만, 시은이 마음에 뜨거운 무언가가 있으려면 일어났으면 안 됐다. 

그리고 수호는 사실 처음부터 잔다. 그래서 재운 것도 있다.

시즌2는 어떻게 되나. 
모른다. 하고 싶을 뿐.

사진=웨이브

 

함상범 기자 hsb@hanryutimes.com

Copyright ⓒ 한류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