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알지 못하는 삶③] 자식의 장애를 증명해야만 하는 부모

[당신은 알지 못하는 삶③] 자식의 장애를 증명해야만 하는 부모

투데이신문 2022-11-25 00: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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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영광이와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 ⓒ투데이신문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영광이와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아이를 낳으면 사망할겁니다”

지난 2007년, 병원에서는 아이가 탄생했다는 기쁨을 누릴 틈 조차 주지 않았다. 의사는 아이의 아버지에게 미처 세상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 자식의 죽음을 준비하라고 한다. 분명 동네 자그마한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대학병원에서는 달랐다. 아이에게 큰 이상이 있다고 한다. 영광이(15)의 아버지 김창배씨는 아이가 탄생하던 그날, 혹시 모를 아이의 죽음에 대비해 화장비 16만원을 준비했다.

차마 아이를 낳지 말자 할 수 없었다. 소중한 생명이었기에,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내 자식이기에. 아이를 낳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머리가 여느 아이들보다 큰 것 빼고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였다. 아이가 세상밖으로 나오고 15일이 지났을 무렵. 하나, 둘 아이가 가진 병명을 듣게 됐다. ‘치사성 이형성증, 폐형성부전증, 청색증’ 이 밖에도 영광이에겐 다양한 병명이 줄줄이 달려있었다.

영광이가 가진 수많은 병명 가운데 치사성 이형성증은 골격 이형성의 비교적 흔한 형태 질환이다. 신생아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으로서 사산되거나 출생 직후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은 병으로 알려졌다. 감소된 흉부 용량과 폐의 저형성으로 인해 심각한 호흡기능부전에 빠지거나 뇌간의 압박으로 호흡기능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영광이 아버지의 시선에서 아들의 어릴 적을 회상하자면 중환자실을 뛰어다니던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부부는 생업을 포기하고 아이를 돌 볼 수 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올인(All-in)’이다. 언제 아이가 숨을 쉬지 않을지 모르기에, 부부는 밤과 낮 12시간씩 교대로 아이를 돌봤다. 고된 삶 탓에 혹여나 둘 다 동시에 잠이라도 든다면, 아이는 맥박을 잃고 만다. 이는 아이의 죽음과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따금 새벽을 울리는 ‘삐’ 소리가 들릴 적이면, 영광이의 부모는 밤이고 낮이고 중환자 실로 달려갔다.

물심양면으로 아이에게 모든 정성을 쏟아부었던 덕일까.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뒤로한 채 영광이는 지금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영광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만큼, 필요한 도움은 더더욱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국가로 부터 지원은 쉽사리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희귀병인 치사성이형성증은 보건복지부 산정특례코드가 지정돼 있지 않다 ⓒ투데이신문
희귀병인 치사성이형성증은 보건복지부 산정특례코드가 지정돼 있지 않다 ⓒ투데이신문

‘치사성 이형성증’에는 ‘산정특례코드’가 없다

산정특례는 진료비 본인부담이 높은 중증질환자 및 희귀질환자, 중증난치질환자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제도다. 외래 또는 입원 진료 시 의료비(요양급여 총액)의 1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되는 좋은 제도이지만, 희귀 질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치사성 이형성증에는 산정특례코드가 없어 해당 제도를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치사성 이형성증은 미국에서 2만~5만명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며 스페인에서는 3만~7만명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해당 병은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확률 나타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사성 이형성증에는 산정특례코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병의 경우 진단 자체가 어려워 질병분류코드 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희귀 질환 지정 업무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아닌 질병관리청 소관”이라며 “이와 관련된 사항은 질병관리청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질환의 경우 질병청이 매년 관련 환자 단체나 전문가들에게 접수를 받아서 심사를 진행한 뒤 희귀질환으로 지정한다”며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지정 고시된 질환에 대한 지원 기준 등을 만들어 주는 업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치사성 이형성증의 경우 아직 희귀질환으로 지정이 되지 않은건 사실”이라며 “환자나 보호자 등이 직접 희귀질환 등록을 요청할 경우 절차에 따라 검토한 뒤 심의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관련 질병에 대해 심의를 해 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가 바로 나올 것이라고 답변 드리긴 어렵다”며 “희귀질환으로 지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올해 신청하면 내후년도부터 지원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영광이가 가진 난치병을 증명하는 것은 정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픔의 증명’은 직접 영광이의 진단서를 들고 아이의 상태를 하나하나 성실히 보여줘야만 하는 슬픈 부모의 몫이었다.

영광이가 사용하는 의료용 산소 ⓒ투데이신문
영광이가 사용하는 의료용 산소 ⓒ투데이신문

복지를 민간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

현재 정부는 장애아동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일부 의약품 값과 재활치료비 등은 비급여 항목으로 지정돼 있거나, 앞선 사례와 같이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하기에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장애인가족의 몫이 된다. 영광이 아버지가 복지를 민간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의 ‘2021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콘퍼런스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장애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85만6000원으로 전체인구(172만2000원)보다 3.4배 이상 많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영광이의 부모는 24시간 영광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섣불리 구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따르면 장애아동 부모는 평균적으로 평일 12.3시간, 주말과 공휴일 18.4시간을 자녀 돌보기에 할애한다.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온전히 자녀만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비장애인 자녀보다 약 3배 가량 긴 시간인데, 이는 노동에 할애할 최소한의 시간 조차 앗아가 가정의 빈곤을 가져다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광이 아버지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바로 민간재단이다. 영광이가 잠든 밤 창배씨는 민간 복지재단, 모금방송 홈페이지에 영광이의 사연을 담은 기나 긴 글을 써내려간다. 이렇게라도 해야 영광이를 치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치료비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영광이 아버지는 “사실 정부에게서 도움을 받은건 크게 없는 것 같다. 의료보험의 경우도 영광이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라 약이나 이런 것들도 비급여로 포함된다. 영광이 성장 주사만 하루에 몇 십만원 나오는데 월요일 부터 금요일까지 맞아야 하면 그걸 저희가 어떻게 감당하겠나”라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또 치료비만 해도 너무 비싸서 의료기기를 임대하거나 직접 사서 저희가 처치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처치 하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산소통도 조그마한 게 30만원인데 집에는 또 큰 게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은 아무런 지원 혜택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영광이가 교내 e스포츠 대회에서 받은 상장ⓒ투데이신문
영광이가 교내 e스포츠 대회에서 받은 상장ⓒ투데이신문

슬픈 현실 속 희망 주는 영광이

부부가 이런 상황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꿈꾸는 것은 모두 영광이 덕이다. 영광이는 현실속 어려움들을 보란 듯이 이겨내 갔다. 모두가 오래 살지 못한다고 단정 지었을 때, 영광이는 묵묵히 버텨냈다. 또, 걷는 것 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광이는 지금 스스로 수영까지 터득했다. 영광이 앞에 놓여진 어려움을 모두 이겨낸 것이다.

아이가 아프면 온 가족이 아프다는 말이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다른 형제자매 사이의 곤란함, 또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으로 인한 자존감 훼손 등 다방면에서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광이는 자신을 믿고 응원해주는 부모님과 함께 건강하고 애교 넘치는 학생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영광이의 아버지는 이런 영광이가 그저 대견스럽게만 느껴진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2021 국가인권통계 분석 토론회’에 따르면  인권침해나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는 경제적 빈곤층(35.6%)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장애인(32.9%), 이주민(22.3%), 학력·학벌이 낮은 사람(16.7%) 순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가정의 경우 1위·2위 집단에 모두 해당된다. 장애인 가정의 경우 인권침해나 차별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광이 아버지는 “옛날에 고생을 그렇게 많이 했어도 영광이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미래를 생각하고 꿈을 갖게 됐다“며 “영광이 스스로도 다른 아이들 보다 조금 더 배우려고 노력하고 먼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다가가는 걸 보면서 참 기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 장애인 가정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우리나라 장애인 인식이 좋다고는 하지만, 아직 까지 장애인 관련 교육은 많이 필요한 것이 슬픈 현주소“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렇듯 영광이와 영광이의 부모는 그저 묵묵하게 그들만의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복지사각지대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며 사회가 장애인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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