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예측과 달랐다. 당초 공화당의 압승을 뜻하는 ‘레드 웨이브’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박스권에 갇혀 있고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이 높은데다 중간선거는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해 야당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미 동부시간 오후 4시 30분 기준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상원은 각각 48석 대 49석, 하원은 192석 대 209석으로 집계됐다.
상원에서 민주당이 예상 밖 선전했다. 네바다주와 애리조사주, 조지아주에서 개표가 진행 중인데 민주당이 3곳 중 2곳에서 승리한다면 50 대 50이 되고 여기에 상원 의장을 맡는 부통령을 더하면 51대 50이 돼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게 된다. 하원에선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이길 것이 확실시되지만 대승을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
이처럼 공화당의 돌풍이 없었던 이유로 임신중지 문제가 주요하게 꼽히고 있다. 현지 방송사들의 합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준 핵심 요인으로 임신중지권이 27%로 인플레이션(32%) 다음으로 높았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임신중지권이 이번 선거에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보도했다.
뉴스통신사 AP 통신은 11일 ‘선거에서 임신중지권에 대한 지지가 훨씬 더 중요했다(In election, support for abortion rights was about much mor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권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임신 중지 문제는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포괄적인 우려의 일부로 더 높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해당 기사에서 팬실배니아 거주자 A(20)씨는 “임신중지권을 빼앗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빼앗을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민주당원 B(68)씨는 “피임과 결혼 평등, 우리 사회가 지난 50년간 싸워온 모든 종류의 시민권을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간선거는 연방 대법원이 지난 6월말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임신 중지에 대한 전국적인 유권자의 태도를 처음 제공했다”고 말했다.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웨이브 선거였다. 임신중지권을 옹호하는 여성들의 웨이브였다(It was a wave election. The wave was women defending abortion rights.)’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여성과 여성을 보호하는 사람들은 투표소에 와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생식 문제를 나중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권리와 인격을 기꺼이 타협하지 않는다. 임신중지 금지 후보가 식료품점에서 원유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해서 그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vs 바이든
임신중지권은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른바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으며 이번 중간선거 의제로 부상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미국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에 임신중지할 권리가 포함되는지에 대한 1973년 미 연방대법원의 판례다. 이 판결은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법률이 사생활 침해로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지난 6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의 임신중지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에서 반세기 동안 헌법으로 보호받던 여성의 임신중지 자기결정권이 폐기됐다.
‘로 대 웨이드’ 판례 뒤집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트럼프는 실제로 재임 기간 동안 대법관 3명(닐 고서치, 브렛 캐비노, 에이미 코니 배럿)을 임명해 결국 '로 대 웨이드' 판례 뒤집기를 현실화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후 백악관에서 “오늘은 우리나라에 슬픈 날이지만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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