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반지하서 이웃 구한 중학생…"다음에도 똑같이 할 것"

폭우 속 반지하서 이웃 구한 중학생…"다음에도 똑같이 할 것"

연합뉴스 2022-09-25 07:11: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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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유리깨고 80대 어르신 살린 신민제군…영등포구 '모범구민' 표창

신민제 군 신민제 군

[촬영 김준태]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집중호우로 서울이 물바다가 된 8월 8일, 신길동 다세대 주택에 사는 신민제(15)군의 눈에도 건물 지하로 들어찬 물이 보였다.

거동이 불편한 80대 할아버지는 빗물이 쏟아져들어온 반지하 집에서 탈출하고자 유리로 된 현관문 상부를 망치로 다급하게 내리쳤다.

신 군은 어머니와 함께 현관문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할아버지를 가까스로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집안에는 이미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찬 상태였다.

신 군은 2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신민제 군 신민제 군

[촬영 김준태]

초등학생 때 신길동으로 이사 온 신 군은 오래전부터 반지하에 거주하던 이웃 할아버지와 자주 왕래했다.

신 군은 "당시 검도와 합기도 등을 배우던 중이었는데 운동을 하신 할아버지가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며 "부모님도 할아버지를 자주 챙겨드렸다"고 했다.

폭우가 퍼붓던 날도 마찬가지였다. 차를 옮기러 나가던 신 군의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괜찮을지..."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신 군도 어르신이 걱정된 나머지 어머니와 함께 아랫집을 둘러봤고 사투를 벌이던 할아버지를 극적으로 구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구조된 뒤 신 군의 집에 잠시 머물다 구청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복지시설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일 후 물을 빼낸 할아버지의 반지하 집은 엉망이 돼 있었다. 냉장고가 쓰러져있고, 곳곳에 펄이 가득했다.

신 군은 "구출되던 날 할아버지가 온몸을 떨어 걱정했다"며 "복지시설로 가셨다고 들었는데 건강히 잘 지내다 빨리 돌아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모범 구민 표창을 받는 신민제 군 영등포구 모범 구민 표창을 받는 신민제 군

[영등포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 군은 이달 21일 이웃 구조에 힘쓴 공로로 영등포구 모범구민 표창을 받았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상을 받았던 때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신 군의 꿈은 가구 디자이너다. 그림 그리는 게 좋아 미술학원에 다니며 꿈을 키우고 있다. 다른 또래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슈팅 게임 '발로란트'도 즐긴다고 한다.

이웃을 위해 어떻게 그렇게 용기 있게 나설 수 있었냐고 묻자 어른처럼 의젓한 대답이 돌아왔다.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앞으로도 남을 도울 기회가 있으면 최대한 도울 거예요."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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