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위기: 주택 구매자들이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는 이유

중국 부동산 위기: 주택 구매자들이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는 이유

BBC News 코리아 2022-08-10 17:47:45 신고

Watch: The Chinese people living in unfinished apartments

"건설 공사가 멈추면 대출 상환도 멈춘다! 집을 지어놓고 돈을 받아 가라!"

지난 6월 불만을 품은 중국의 아파트 구매자들은 시위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러나 미완성으로 남은 주택에 대한 이들의 분노는 단순히 시위나 구호로 끝나지 않았다.

이 중 수백 명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환을 중단했다. 이는 이견이나 반대가 용납되지 않는 중국 사회에선 급진적인 조치이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로 이사한 젊은 부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계약금을 냈지만, 개발업체가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아파트 건설 공사가 멈췄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은 "새로운 집에 입주할 상상을 하며 더없이 기뻤지만, 이젠 모든 게 우습게 느껴진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정저우시 내 주택을 구매한 또 다른 20대 후반의 여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건설 공사가 완전히 재개해야 상환할 것"이라면서 그전까지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의 현 사태는 심지어 신용불량자에게도 대출을 내주며 결국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졌던 과거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는 다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담대를 갚을 수 있지만 갚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깃허브'의 크라우드소싱 추정치에 따르면 대출금 상환 거부 계획을 밝힌 주택 구매자들과 관련된 중국 전역의 주택 건설 계획은 약 320건에 이른다. 그러나 이 중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대출금 상환을 중단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대출 상환 보이콧 규모가 1450억달러(약 19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으며, 이보다 더 크게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다.

공사 중단에 따른 주담대 상환 거부 운동에 중국 당국은 동요할 수밖에 없다. 이미 시장은 이전부터 경제 성장 둔화와 심각한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인 중국 경제의 주요 축 중 하나인 부동산 산업에 대한 신뢰 부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싱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부동산에 대한 감정 악화로 인한 주담대 상환 거부 운동은 … 부동산 부문의 유동성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중요한 이유는?

주택, 임대 및 중개 서비스뿐만 아니라 세탁기나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 생산, 건축 자재 등의 각종 분야를 포함한 부동산 부문은 중국 전체 경제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현재 중국 경제는 둔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전년 대비 0.4%에 그쳤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엔 단 0.1%로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의 주된 원인으로는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반복되는 도시 봉쇄와 규제로 소득에 타격을 입으면서 결국 저축과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현재 중국에선 이런 미완성 건물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Getty Images
현재 중국에선 이런 미완성 건물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경제의 거대한 규모를 생각해보면 중국 내 부동산과 같은 주요 부문의 붕괴는 전 세계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연쇄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이 부동산 분야가 가라앉고 있다고 판단하면 더 이상 대출을 내주지 않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중화권 경제 연구 책임자 딩솽은 "이 모든 건 정책에 달려있다"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전 세계 다른 지역과 달리 (중국에선) 정부가 초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부동산 개발업체 30곳이 제때 외채를 갚지 못하고 있다. 작년 3000억달러 규모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중국 부동산 개발사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이 가장 대표적이다.

S&P는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지 않으면 더 많은 업체가 줄줄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국에선 도시화 및 인구 증가율이 둔화세로 돌아서면서 주택 수요도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반스-프리처드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 주택시장이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중국에선 개인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이며, 보통 주택 건설 공사가 이뤄지는 와중에 선불로 지급한다.

이러한 "사전 판매" 방식이 중국 신규 주택 판매의 70~80%를 차지한다는 게 에반스-프리처드의 설명이다.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이렇게 자금을 모아 한 번에 여러 개발 사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청년 및 중산층이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경기 성장세 감소, 일자리 감소, 임금 삭감 등의 이유도 있고, 개발 업체들이 건설 사업을 끝마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이젠 한몫한다.

에반스-프리처드는 "이에 더해 개발자들은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길 기대하고 있는데 더 이상 신규 주택을 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호주-뉴질랜드 뱅킹 그룹(ANZ)'은 이러한 공사 중단에 묶인 대출금 규모가 2200억달러 이상일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부동산 호황기의 주요 자금 공급원이었던 신용 대출도 고갈된 상태다.

2020년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개발업자의 신규 차입 규모를 제한하는 "3대 레드라인" 정책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자금 유입이 끊기면서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은행들은 부동산 개발 회사에 대출을 승인하기 꺼리게 됐다.

정부의 대처는?

먼저 중국 당국은 지방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방 정부들은 주택 구매자들에겐 보증금 삭감과 세금 환급 및 현금 지원을, 개발업자들에겐 구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지방 정부로부터 토지 매입을 줄이면서 지방 재정도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대가가 따르는 정책이다.

딩솽 연구원은 "중앙 정부와 규제당국이 개입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언젠가는 일부 개발업체들의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서게 될 것이다.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부문은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에 한 건물 앞을 걷고 있는 여성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부동산에 과하게 의존적이라고 말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 구제를 위해 148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지원했다고 보도했으며, 신용점수에 영향 없이 주담대 상환 일정을 늦춰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과 인프라 개입은 단기적인 부양책이 될 순 있겠으나, "결국 비생산적이고 (실패하고 있는) 부동산 부문을 금융계가 유지하게 도우라고 강요하는 꼴이기에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 측면에선 이상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한 딩솽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금융위기가 아니라면서 주담대 상환 거부 운동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올해 말 당대회(공산당 전국대표회의)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전문가들은 구제금융 1480억달러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단된 건설 공사 재개에만 444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또한 은행업계, 그중에서도 소규모의 지역 은행들이 상환 거부 운동의 비용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게다가 설령 건설 공사가 재개하더라도 주택 매매 심리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많은 개발업체들이 생존하지 못할 수 있다. 중국부동산정보그룹(CRIC)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100대 개발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7% 감소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 경제가 기로에 서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징후이다.

에반스-프리처드는 "중국 정부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 30여 년간 부동산, 인프라 투자, 수출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던 시대는 아마도 이제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 그리고 현재 부동산 사태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가 보도: BBC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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