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도입에 잠깨는 300조 퇴직연금, 노후자산 어떻게 굴릴까

디폴트옵션 도입에 잠깨는 300조 퇴직연금, 노후자산 어떻게 굴릴까

머니S 2022-08-06 07:31:00 신고

3줄요약

금투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던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7월12일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관련 상품 심의와 퇴직연금 규약 반영, 기업과 근로자의 디폴트옵션 선택 등의 절차를 마무리한 뒤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운영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의 도입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퇴직연금이 '연금'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수익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리금 보장상품 쏠림 현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월부터 본격 운영… 디폴트 옵션이 뭐길래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제도로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선택한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거나 디폴트옵션으로 운용을 원할 경우 발동된다.

디폴트옵션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펀드 상품과 원리금 보장상품 등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는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해 ▲TDF(타깃데이트펀드) ▲BF(밸런스펀드) ▲SVF(스테이블밸류펀드) ▲SOC(사회간접자본펀드) 등이 담길 예정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달라지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퇴직연금사업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받은 디폴트옵션 상품군에 대한 주요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시한다. 근로자는 제시받은 디폴트옵션 상품 중 하나의 상품을 고르게 된다. 이후에는 신규 가입 혹은 4주간 운용지시가 없으면 디폴트옵션 운용을 통지하고 이후 2주가 지나면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다만 디폴트옵션 가입 자체는 의무화됐지만 개인이 선택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법안은 없는 상태다. 즉 기존 상품의 만기일로부터 6주에 걸쳐 가입자에게 운용방법을 선택하도록 하는데 퇴직 등을 앞두고 있어 변경이 불필요한 가입자는 디폴트옵션 적용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투자성 상품 운용 한도(위험자산 한도)가 100%로 확대됐다. 현행 퇴직연금 감독규정에는 주식 등과 같은 위험자산 한도를 70%까지만 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디폴트옵션 도입을 통해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가 가능해졌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0월 중 첫 번째 상품심의위원회를 거쳐 승인된 상품을 공시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디폴트옵션의 적립 금액, 운용 현황, 수익률 등을 홈페이지에 분기별로 1회 이상 공시하게 된다.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자 간의 경쟁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자 간 경쟁 제고 등을 위해 디폴트옵션의 운용 현황 및 수익률 등을 향후 분기별로 고용노동부 누리집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탈을 통해 공시할 예정"이라며 "이외에도 디폴트옵션을 3년에 1회 이상 정기 평가해 승인 지속 여부를 심의하는 등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및 관리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갈길 멀다"… 디폴트옵션, 남은 과제는


정부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통해 연평균 1~2%의 '쥐꼬리 수익률'이란 오명을 벗고 퇴직연금 수익률을 최대 5~7%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일찌감치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선진국에서는 연평균 6~8%의 안정적인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디폴트옵션 상품에 원리금 보장상품이 다시 포함된 점을 문제점으로 제기한다. 디폴트옵션을 도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낮은 수익률을 극복하기 위해서인데 적격 상품에 원금형 상품이 다시 포함되면서 획기적인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동안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저금리 환경에서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자산운용이 이뤄져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가입자의 운용방식 선택에 '원리금 보장상품 100%' 방식도 포함되면서 기존의 퇴직연금 제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원리금 보장으로 쏠려있는 운영 구조에서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디폴트옵션에서 여러 상품 중 한 가지 상품을 선택할 여유가 없는 가입자의 경우 계속해서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며 "기존에도 운용 방법을 정하지 못해 원리금 보장상품을 택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뒤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달리 면책 조항이 없어 결국 근로자가 여러 개의 디폴트옵션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에 도입된 제도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제시한 여러 개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기업이 모두 선택한 뒤 근로자에게 최종 선택지를 제공하는 이른바 '선택형 디폴트옵션'이다. 미국은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돼도 기업의 책임을 면해주지만 우리나라는 기업의 면책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즉 가입자에게 투자 상품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탓에 투자 선택에 어려움을 가진 이들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남 실장은 "원래대로라면 DC(확정기여)형 근로자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잘 굴러가야 하는데 국내에 도입된 것은 '선택형 디폴트 옵션'으로 개인이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라며 "제도 자체가 연금 운용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별도의 선택 없이 자동으로 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 근로자들한테 다시 선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아직은 반쪽짜리 제도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폴트옵션의 도입 의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처음부터 상품을 잘 선택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다양한 상품 속 현명한 투자를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KB자산운용, TDF 수수료 인하 방아쇠… 운용사 전반으로 번질까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되면서 은퇴시기를 고려해 자산을 배분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운용사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TDF 시장 확대가 예상되면서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관련 상품 출시, 수수료 인하 등을 내걸며 투자자 유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TD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9년 국내 운용사 중 처음으로 설정액 1조원을 넘긴 이후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KB자산운용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자산운용 등 업계 후발주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우선 KB자산운용이 1월에 이어 'KB온국민 TDF'의 운용보수를 추가로 10%씩 낮춰 수수료 인하 전쟁에 불을 붙였다. KB온국민 TDF 인하 후 총 보수는 연 0.36~0.61%다.

KB자산운용의 추격을 받는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에 대응해 '한국투자TDF알아서'의 운용보수 인하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 운용 규모는 7월 말 기준 각각 9657억원, 1조2397억원으로 그 격차가 크지 않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추격해야 하는 점유율 2위 삼성자산운용 역시 내부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DF는 상품의 특성상 운용사나 펀드매니저가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을 맡아주는 편의성이 있지만 그만큼 수수료율도 높은 편이다. TDF는 장기간 투자되는 연금 상품이므로 복리 효과를 고려하면 작은 수수료 차이가 나중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운용사로선 TDF 수수료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과감한 보수인하 결정에는 TDF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금리인상, 증시 부진 속 운용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하반기 디폴트 옵션이 시행되는 만큼 운용사들은 TDF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TDF 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 등 보수와 기타비용을 합한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0.34%~1.40%로 가장 높은 편이었다. 반면 가장 저렴한 수수료율은 KB자산운용(0.19%~1.32%)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주요 운용사 수수료율은 ▲삼성자산운용 0.13%~1.35% ▲한국투자신탁운용 0.27%~1.35% ▲한화자산운용 0.31%~1.36% ▲키움자산운용 0.31%~1.27% ▲NH아문디자산운용 0.19%~1.36% 등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TDF 시장 선점을 위해 다른 운용사들도 보수 인하 경쟁에 뛰어들면서 날이 갈수록 운용사 간 수수료는 큰 차이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결국 수익성과 안정성을 내세워 높은 성과를 올리는 운용사가 시장 경쟁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한화·키움 TDF ETF 출시… 미래에셋·KB도 출시 계획


TDF의 운용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보수가 낮고 매매가 편한 TDF ETF(상장지수펀드)도 출시됐다. 이 상품은 TDF를 담은 ETF로 ETF처럼 주식시장에서 매매가 간편하다. 펀드 판매사(증권사 등)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없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6월 말 삼성·키움·한화자산운용은 TDF ETF 10종을 동시에 상장했다. 운용사 3곳이 동시에 출시한 TDF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TDF 2030·2040·2050 액티브 ETF 3개 ▲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ARIRANG) TDF 2030·2040·2050·2060 액티브 ETF 4개 ▲키움자산운용의 히어로즈 TDF 2030·2040·2050 액티브 ETF다.

향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도 TDF ETF 출시 여부, 시점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들어 TDF ETF 수익률 1위는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TDF 2050 ETF로 나타났다. 이 상품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3.80%의 수익률을 올리며 한화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의 TDF ETF를 제쳤다. 이는 코스피가 움직인 수준(3.44%)보다도 높다.

코덱스 TDF 2050 ETF의 뒤를 이어 코덱스 TDF 2030(3.62%), 아리랑 TDF 2030(3.36%)이 수익률 상위를 차지했다. 반면 가장 낮은 수익률은 아리랑 TDF 2060(2.46%)으로 나타났다.

코덱스 TDF ETF는 삼성자산운용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공동 개발한 글라이드 패스(은퇴 시점까지 조정되는 주식과 채권 투자의 비중 추이)가 적용됐다. 주요 보유 종목은 원화 예금과 뱅가드 S&P 500 ETF, 아이셰어 S&P 500 인덱스 펀드 등이다.

아리랑 TDF ETF는 한화와 글로벌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가 함께 개발한 글라이드패스와 기초지수를 추정하는데, 모닝스타의 5개 기초지수를 자산 배분의 투자 대상으로 사용한다. 히어로즈 TDF ETF는 다우존스 타깃 2040 인덱스를 기초 지수로 맥쿼리 인프라 등을 담고 있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TDF는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배분 비중이 바뀌기 때문에 매매가 편리한 ETF라도 잦은 매매는 지양해야 한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TDF는 은퇴시점을 특정 연도로 설정하고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점을 인지해 각 연도별 TDF ETF에 투자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해외선 연평균 수익률 7~8%… 원리금 보장 상품 도입은 난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디폴트옵션제도를 도입해 수익률을 높이고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등은 80% 이상의 가입자들이 디폴트 옵션을 선택하고 있고 어떤 국가는 90%가 넘는 경우도 있다.

1992년 디폴트옵션을 처음 시행한 호주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호주의 경우 디폴트옵션으로 '마이슈퍼(MySuper)' 상품을 의무화해 높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의 퇴직연금 제도는 퇴직연기금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퇴직연기금은 오직 하나의 디폴트옵션만 설정할 수 있다. 퇴직연기금은 주로 라이프스타일펀드나 타깃데이트펀드(TDF)를 마이슈퍼 상품으로 제시한다. 자산 구성부터 운용, 수익률, 투자리스크 수준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 공시해 기금간 상품 비교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는 기금 간 경쟁과 운용 효율성 강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호주의 퇴직연금 규모는 3조4000억호주달러이며 마이슈퍼 비중은 27.1%를 차지했다.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의 감독을 받는 연기금의 5년 평균 운용수익률은 7.8%로 집계됐다. 기업형기금(7.4%) 산업형기금(8.6%) 공적기금(7.9%) 소매형기금(7%) 등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10년 가입자에게 연 8%가 넘는 수익률을 제공하는 등 '연금 백만장자'를 탄생시키며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에서는 디폴트옵션의 설정 주체가 기업이다. 2006년 연금보호법 제정으로 기업에게 운용손실에 대한 '면책'을 부여하면서 확산의 기폭제를 마련했다.

기업이 특정요건을 만족하는 적격디폴트투자상품(QDIA)을 디폴트옵션으로 설정할 경우 손실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묻지 않는다. 2007년부터는 TDF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돼 80%가 넘는 가입자들이 TDF를 선택하고 있다. 2019년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98.1%가 QDIA를 디폴트옵션으로 설정했으며 이 중에서 87.3%가 TDF를 QDIA로 지정해 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도입되는 디폴트옵션은 해외 대부분의 국가들과 달리 장기투자에 적합한 펀드와 원리금보장형상품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리금보장형상품이 단기 자금 보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기투자 성격의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QDIA에 원리금보장형을 포함시킨 일본의 경우 도입 이후 오히려 퇴직연금 수익률은 하락했고 DC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비중도 50%이상을 차지해 제도적 효과가 미비했다"며 "미국의 사례처럼 실적배당형 상품 위주의 디폴트옵션이 설정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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