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 실험서 얻은 여섯 가지 교훈

코로나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 실험서 얻은 여섯 가지 교훈

BBC News 코리아 2022-07-03 11: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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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형, 또는 '하이브리드'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혼합하는 것) 근무는 거대하고 지속적인 실험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훈 몇 가지가 뚜렷해졌다.

기업과 노동자들은 지난 2년여간 "앞으로는 혼합형 근무가 미래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들어왔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미래가 벌써 현실이 된 듯하다.

많은 국가에서 팬데믹 시절에 만든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자들이 대면 근무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상당수의 기업들은 사무실 근무와 재택 근무를 적절히 섞는 혼합형 근무 방식을 선택했다.

물론 기업중에는 100% 원격 근무를 도입한 곳도 있다. 하지만 현상황을 보면, 대부분의 고용주들은 직원들이 일부 근무일이라도 사무실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혼합형 근무가 확산되면서, 그 실체도 드러나고 있다. 혼합형으로 근무한다는 게 어떤 것이지는 물론, 그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경험과 연구가 축적된 것이다.

사무실 근무로 복귀하는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혼합형 근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이 주 3일 혹은 주 2일 사무실 근무를 택하지만, 순탄치만은 않다

혼합형 근무를 하는 기업은 직원들이 일주일에 며칠을 사무실에서 근무할지 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은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회사는 일주일에 하루만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어떤 회사(금융이나 컨설팅 같은 엄격한 분야)는 직원들에게 주 4일 사무실 근무를 요구한다.

사실 많은 기업들은 주 3일 혹은 주 2일 사무실 근무로 균형을 잡았다. 지난 4월 사무실 근무를 재개한 구글 역시 주 3일 사무실에 주 2일 재택을 택했다.

분명 일부 노동자들은 이틀 또는 사흘을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에 기뻐한다. 특히 재택 근무 때 고립감을 느끼거나 집에 있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러한 조율이 전반적으로 순탄하게만 돌아가지는 않고 있다.

많은 경우,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2~3일씩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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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2~3일씩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어떤 면에선 재택 근무 경험이 노동자들의 생각을 바꿔 놓은 것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주 3일만 사무실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재택을 하는 게 굉장히 이상적인 노동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매일 재택을 하다보니, 이런 생각에 변화가 생긴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 복귀 정책에 불만을 쏟아내고, 사직서를 제출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위직 인사가 회사를 떠난 사례도 있다. 바로 애플이다.

최근 많은 노동자들과 기업들이 이러한 중도 타협은 '실효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주 3일 사무실 근무가 최적이라는 생각도 깨졌다는 연구도 나왔다. 2022년 4월에 나온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리서치에 따르면, 최적의 사무실 근무 일수는 주 1일 이하로 조사됐다.

한 회사 내에서도 혼합형 근무 형태는 다양하다

기업이 노동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일 때, 전사 모든 직원에게 한 가지 단일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사내 일부 직군은 재택이 불가능하다. 연구 및 개발 부서나 고객 대면 부서를 생각해보자. 반면 기존에는 사무실에서 하던 업무를 완전 재택으로 바꿀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혼합형 근무라는 건 한 회사 내에서도 직무나 부서별로 서로 다르게 적용된다.

직원들의 상황에 맞춰 다른 정책을 적용한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팬데믹 속에서 기업은 노동자의 상황에 맞춘 편의를 지원했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은 2년 여간 유연하게 일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22년 6월에 나온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선택지가 있는 경우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재택을 더 선호했다. (각각 주당 3.1일 대 2.9일을 선택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같은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상황에 맞춰 혼합형 근무 양상을 달리하면 남성이 여성보다 재택 근무를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어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근무 형태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는 직원들 간의 긴장, 심지어 분노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소수 직원 중에는 특권을 남용하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선 동료, 특히 관리자들이 재택 근무 혜택을 남용하며 부하 직원을 사무실에 보내고 자신은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 수준도 긴장을 유발한다. 현재 사무실 노동자가 재택 근무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지만, 아직 해답은 없는 상태다.

혼합형 근무는 정서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혼합형 근무가 활력을 준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 작용이 극도로 제한됐던 직원들이 몇 달 간 얼굴을 보지 못했던 동료들을 다시 만났을 때 큰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젊은 직원이나 자녀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그들 중 일부는 폐쇄 기간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기도 했다. 혼합형 근무는 생활 환경이 열악하거나 신입사원들처럼 동료를 못 만났던 이들에겐 환영할 만한 변화였다.

하지만 혼합형 근무로 감정적 고갈을 경험한 이들도 있다. 두 가지 유형의 일정과 일터, 환경 사이를 오가는 것에 지친 것이다. 영국에서 일하는 클라라는 지난 2월 BBC 인터뷰에서 "매일 심리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너무 피곤하다"며 "안정감이 없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집에서 일할 때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일치 중 많은 부분은 노동자의 개인 상황 및 성격과 관련된다. 때문에 회사가 모든 노동자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정책을 만들기는 어렵다.

완전히 포괄적인 혼합형 근무 계획은 거의 불가능하다

팬데믹 속에서 고용주와 직원이 배운 한 가지가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노동자에겐 이상적으로 보이는 근무 체계가 다른 이들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하나의 정책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완전한 재택 근무 역시 보편적인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일부 혼합형 근무 사례를 보면, 초기에 사무실로 복귀하게 되자 면역력이 약화된 노동자들과 오랫동안 코로나19를 앓은 이들,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이들 중 많은 수가 직장 경력과 관련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반대로 일부 기업은 유연하고 수용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다양한 인력을 채용하거나 자사 직원들의 근속을 지키려는 경우에는 이러한 자세가 특히 필요했다. 이를 도외시하는 경우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재를 잃게 될 위험이 있다.

혼합형 근무에 맞도록 사무실 디자인도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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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형 근무에 맞도록 사무실 디자인도 달라지고 있다

사무실의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팬데믹 초기, 전문가들은 혼합형 근무가 사무실 이용 방식은 물론 사무실의 물리적 풍경도 바꿀 것이라 전망했다. 많은 부분에서 그 예상은 옳았다.

최근 일부 기업들은 기존 사무실을 팀 중심 공간, 잡담 공간, 화상 통화 기술이 갖춰진 공간 등 혼합형 근무에 맞게 개조하고 있다. 혼합형 근무 체계에서 조용히 일에 집중하는 곳은 집이다. 반면 사무실은 일을 하면서 생기는 고립감을 피할 수 있는 중앙 집중화된 모임 공간이다.

어떤 면에선 이러한 점이 향후 "유치원 사무실"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직원들을 사무실에 더 오래 붙잡아두기 다양한 행사를 벌이던 사무실이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혼합형 근무를 위한 사무실이 덜 환영 받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의무적인 즐거움'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물론 이 변화에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노동자들은 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동료들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잊어버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는 사무실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파악하느라 애를 쓰기도 했다. (이 점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혼합형 근무가 보다 자리잡으면, 금세 진정되리라 보고 있다.)

혼합형 근무 뿐만 아니라, 노동의 미래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혼합형 근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다.

회사와 노동자 모두 이 새로운 실험의 초기 단계에 있다. 연구자들 역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자료를 확보하진 못했다. 게다가 아무리 강력한 연구가 있더라도, 혼합형 근무는 직원과 기업 모두에게 개별적인 변수가 있는 만큼 폭넓고 광범위한 일반화는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여전히 배워야 하고, 우리가 언제쯤 그것을 깨닫게 될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외부 요인도 혼합형 근무에 대한 이해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최근 많은 국가에서 경기 침체가 전망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권력의 추가 고용주나 상사에게 돌아갈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은 혼합형 근무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경기 침체로 노동 시장이 위축되면 재택 근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자들이 사무실 근무로 돌아가야 한다.

다만 현재의 초점은 혼합형 근무를 정상화하는 정책과 이를 위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비록 진전이 느리더라도, 전 세계는 단기적 과도기의 진통을 극복하고 장기적 해법을 찾아 내려 하고 있다. 제대로 작동하는 혼합형 근무를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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